4
부산메디클럽

[이은화의 미술여행] 바젤리츠는 왜 거꾸로 그렸나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6-09 19:39:10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오해하지 마시라. 이 그림은 정상적으로 인쇄됐다. 실수로 뒤집어진 게 아니다. 독일 신표현주의 미술의 거장 게오르크 바젤리츠는 사물이든 풍경이든 인물이든 이렇게 거꾸로 된 그림으로 유명하다. 똑바로 그린 후 캔버스를 뒤집은 게 아니라 화가는 처음부터 대상을 거꾸로 그린다. 그의 아내를 그린 이 초상화 역시 인물이 뒤집어져 있다. 궁금해진다. 도대체 왜 거꾸로 그리는 걸까?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엘케1.
본명 한스-게오르크 케른 대신 고향 이름을 선택한 바젤리츠는 1938년 구동독 도이치바젤리츠에서 태어났다. “나는 파괴된 질서, 파괴된 풍경, 파괴된 사람들, 파괴된 사회 속에서 태어났다”고 말할 정도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기인한 파괴의 개념은 그의 삶과 예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 동베를린예술대학에서 ‘사회정치적 미성숙’의 이유로 2학기 만에 제적당한 그는 1957년 서베를린의 미술대학에 입학하면서 서독으로 왔다.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기 4년 전이었다. 동독의 사회적 사실주의에도, 서독에서 유행하던 추상주의에도 동조하지 못했던 그는 1969년부터 대상을 거꾸로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가장 독특하고 결정적인 특징이 됐다.

이 그림은 같은 동독 출신인 아내 엘케를 그린 첫 초상화다. 비록 모델이 거꾸로 되어 있지만 갈색 단발머리에 하얀 얼굴, 뚜렷한 이목구비 등 그녀를 아는 사람이라면 대번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다. 뿌연 청회색으로 칠해진 배경과 한손으로 턱을 괴고 화면 밖을 응시하는 눈빛은 왠지 불안하고 우울해 보인다. 이 그림은 동서분단 시절, 이들 부부가 동독의 친구들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을 참고해 그린 것인데, 엘케는 당시 친구들을 만나 매우 기뻤지만 분단 상황을 의식하고 있어서 매우 힘들고 격정적인 감정을 느꼈다고 술회한 바 있다.

그렇다고 이 그림이 모델의 불안이나 우울함을 표현한 작품이라 볼 수는 없다. 바젤리츠는 그림 속 주제를 뒤집음으로써 내용의 해석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대신 색채와 형상을 강조해 그림 그 자체를 보여주고자 한다. 대상을 거꾸로 그린다는 것은 화가가 속한 세계에 대한 저항이자 규칙과 질서의 부정이다. 또한 모든 관념과 관습을 파괴한다는 의미다. 파괴를 통한 재창조라는 현대미술의 속성을 그는 일찌감치 간파하고 실천했다.

사실 거꾸로 된 그림은 관객을 당황스럽고 불편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 그림을 똑바로 세우면 어떨까? 놀랍게도 더 이상한 그림이 된다. 결국 화가는 세상을 거꾸로 보는 데 익숙해지라고 말하는 듯하다. 거꾸로 본다는 건 다른 관점으로 본다는 거다. 내 관점이 틀릴 수 있다는 인정의 시작이다. 세상 일이 이해가 안 될 때,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모든 것을 뒤집어 바라보고 생각해 보는 것. 어지러운 세상 보기의 지혜가 아닐까.

미술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울산 코로나19 확진자 16명 추가…지인모임 관련 7명 포함
  2. 2부산 코로나19 유흥업소발 여파 ‘심각’…누적 460명
  3. 3경남 코로나19 신규 확진 8명…김해·진주 등 모두 지역 감염
  4. 4오시리아 테마파크 A to Z (feat. 루지는 5월, 롯데월드는 8월)
  5. 5김해 보습학원 13명 감염...17일 경남 확진 65명
  6. 617일 부산 확진자 31명 중 11명 ‘사하구 거주자’
  7. 7부산 울산 경남 구름낀 주말...황사로 미세먼지 나쁨
  8. 8오늘부터 일반도로 시속 50㎞·이면도로 30㎞ 제한…위반시 과태료
  9. 9‘이하늘 동생’ 45RPM 이현배, 자택서 사망...사인 조사 중
  10. 10간판 불 끄고 불법영업…해운대 유흥업소 2곳 적발
  1. 1박형준號 미래혁신위 정치인 39% 편중…2030세대는 ‘0’
  2. 2신임 국무총리에 김부겸, 5개부처 개각
  3. 3국힘, 차기 당권·야권통합 파열음…거취 표명 미루는 주호영이 원인?
  4. 416일 총리 포함 개각할 듯…청와대 개편도
  5. 5여당 강성층, 초선에 문자폭탄…“민심이다” vs “선 넘은 것”
  6. 6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에 친문 4선 윤호중
  7. 7문재인 대통령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주도 위해 다각 지원”
  8. 8청 신임 정무수석에 이철희, 대변인 박경미
  9. 9총리교체·5개부처 개각… 청와대 인적쇄신 동시단행
  10. 10송영길 vs 우원식 vs 홍영표, 여당 당권레이스 3파전
  1. 1오시리아 테마파크 A to Z (feat. 루지는 5월, 롯데월드는 8월)
  2. 2부산 강서 아파트값 상승률, 5대 광역시 구·군 중 최고
  3. 3부산신항에 중소형 컨선 첫 전용부두 만든다
  4. 4‘액면분할’ 카카오 주가 장중 18% 폭등
  5. 5북항 오션뷰에 랜드마크, 입소문 타고 분양 조기 완판
  6. 6“일본 원전수 피해 미미할 것” 정부 지난해 전망 보고서 파장
  7. 7삼성전기, 초소형 IT용 MLCC 신제품 개발
  8. 8보증금 6000만 원 이상 ‘전월세신고제’ 6월부터
  9. 96개월 여정 ‘신비한 과학여행’ 떠나볼까요
  10. 10신분증 없어도 부산은행 금융거래 가능
  1. 1울산 코로나19 확진자 16명 추가…지인모임 관련 7명 포함
  2. 2부산 코로나19 유흥업소발 여파 ‘심각’…누적 460명
  3. 3경남 코로나19 신규 확진 8명…김해·진주 등 모두 지역 감염
  4. 4김해 보습학원 13명 감염...17일 경남 확진 65명
  5. 517일 부산 확진자 31명 중 11명 ‘사하구 거주자’
  6. 6부산 울산 경남 구름낀 주말...황사로 미세먼지 나쁨
  7. 7오늘부터 일반도로 시속 50㎞·이면도로 30㎞ 제한…위반시 과태료
  8. 8‘이하늘 동생’ 45RPM 이현배, 자택서 사망...사인 조사 중
  9. 9간판 불 끄고 불법영업…해운대 유흥업소 2곳 적발
  10. 109급 공무원 필기 응시율 재작년 수준 회복
  1. 1‘손흥민 풀타임’ 토트넘, 케인 멀티골에도 에버턴과 2-2 무승부…7위 유지
  2. 2김하성 다저스전 대타 출전...라이벌전서 ‘안타·도루·득점’
  3. 3‘팀 민지’ 여자컬링, 세계랭킹 1위 스웨덴 제압...조 5위 기록 중
  4. 4공은 잘 받지만 송구 불안…지시완 기대 반 우려 반
  5. 5FA컵 이변 속출하는데…아이파크, 4R 진출 실패
  6. 6장미란 후계자 손영희, 올림픽 출전권 사냥
  7. 7김하성, MLB 시즌 두 번째 멀티히트
  8. 8'고수를 찾아서2' 전통에 함몰되면 도태된다…노파(인천)팔괘장의 도전
  9. 9롯데 김진욱-KIA 이의리 ‘슈퍼루키’ 맞대결
  10. 10KBL 부산 kt 소닉붐, 시즌 종료
시장 후보 선거운동 24시
국민의힘 박형준
시장 후보 선거운동 24시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한 도시의 리더가 된다는 것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기고 [전체보기]
‘내영지’와 ‘수영유사’를 발간하자 /김종수
학교를 못 가 잃어버린 것들 /이미선
기자수첩 [전체보기]
체계적인 ‘동백전 행정’ 쫌! /김진룡
지역대 ‘벚꽃엔딩’ 없도록 내실 다져야 /김화영
김갑수 칼럼 [전체보기]
목소리를 낮출 때
김석환 칼럼 [전체보기]
‘디지털 리더십’의 부산시장 보고 싶다
‘능력주의’와 ‘예타만능’이라는 거짓말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캐릭터 변수와 ‘어쩌다 정치인’
해 뜨는 아침, 겨울 산의 속살을 보라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한국음악의 떼루아를 찾아서
옛것에서 발견하는 변용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염통에 털이 났나
로또 1등의 가치
독자의 소리 [전체보기]
확충 절실한 공공의료 /안경숙
역행하는 장애인 활동제도 /이성심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한국식 돈가스의 탄생
믹스커피라는 전통음료
사설 [전체보기]
부산 공직자 부동산 비리 특위 흐지부지할 일 아니다
“오염수 해양재판소 검토” 일본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청년기본소득’ 용납해선 안 되는 이유
공유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동북아 공존의 길을 닦는 외교
비핵평화, 중단없이 가야 할 길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이제명 칼럼 [전체보기]
탄소중립 어젠다의 가치와 미래
이홍 칼럼 [전체보기]
반기업정서 극복을 위한 싹이 텄다
카리스마에 대한 오해
장병윤 칼럼 [전체보기]
성장이냐, 생존이냐
알바트로스, 오 알바트로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사활 걸린 백신전쟁
변죽만 울리는 LH 후속책
정책 제언 [전체보기]
지역 항공사 육성과 가덕신공항의 성공 /김광일
입학생 급감시대 대학체제를 리셋하자 /초의수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봄날의 상념
강 건너 봄이 오듯
차재원 칼럼 [전체보기]
시장 보선 이후가 걱정되는 이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어게인
그 날을 기다리며
특별기고 [전체보기]
민주화·민족자존에 바친 삶, 편히 쉬소서 /허운영
‘보다 섬세한 스승’을 떠나보내며 /장현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나비 그림의 명인, 남계우
김정희의 ‘세한도’ 열풍
  • 저출산 고령화 대응,부산 콘퍼런스
  • 생명의강 낙동강 수필공모전
  • 2021부산하프마라톤
  • 바다식목일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