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도시의 주요 척도 중에는 그 도시의 전반적인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즉 무장애 수준도 포함된다. 그런데 부산은 이 잣대 면에서 세계 선진도시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노약자나 장애인 등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을 뜻하는 배리어 프리로 인증받은 건축물이 시내 전체의 0.1%도 안 되는 걸로 파악됐으니 말이다. 국제신문이 정부의 국가공간정보포털 자료를 분석한 것인데, 동북아 해양수도를 지향하는 부산시로서는 부끄러운 지표가 아닐 수 없다.
국내 17개 시·도와 비교해도 부산은 13번째로 최하위권이다. 지난 1월 기준 부산의 근린생활·공공·상업 시설과 공동주택 등 각종 건축물 28만8504개 가운데 그 인증을 받은 수가 72개뿐으로, 최다인 경기도의 383개보다는 5배 넘게 차이가 난다. 게다가 부산에서 장애인 거주와 영구임대주택이 많은 상위 5개 동 지역은 배리어 프리 인증 시설물이 아예 없다고 한다. 정작 필요한 곳에는 무장애가 갖춰지지 않은 셈이니 어안이 벙벙하다. 관련 정책이 잘못 이뤄졌다는 인상도 든다.
물론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배리어 프리 시설이나 인식 등이 아직 미약한 실정이라 해도,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할 대상인 것만은 분명하다. 사회적 약자나 취약계층을 위해서도 당연히 그렇지만, 시민 모두가 신체 여건에 관계없이 다니기 편리한 도시가 되기 위한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다. 이는 삶의 질이나 도시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밴쿠버, 빈, 토론토, 취리히 등이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상위권에 늘 랭크되는 것도 그만큼 무장애 수준이 뛰어나다는 걸 말해준다.
부산의 저출산 고령화가 전국에서 가장 심각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배리어 프리에 대한 인프라 확충이 절실하다. 휠체어뿐 아니라 유모차도 문턱 없이 마음놓고 다닐 수 있어야 할 터다. 이를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제도와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5년 전 관련 조례가 제정됐지만, 별 효과 없이 선언적 의미에 그쳤다는 평가다. 배리어 프리보다 넓은 개념으로 지난달 공포된 ‘유니버설 디자인 조례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강력한 의지와 지속적인 실천 없이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