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현상에 대한 호기심과 의문은 발견의 원동력이 되어 현대문명을 이루는 바탕이 되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연에 대한 의문 중 하나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의 기원에 관한 것이다. 이 의문을 푸는 데에 주요한 열쇠 역할을 하는 것이 지층 속에 보존된 화석이다. 화석은 지구역사책의 목차 중 ‘생명의 장’ ‘환경의 장’ ‘시간의 장’에 포함돼 있는 지구역사의 자물쇠를 푸는 만능열쇠 중 하나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발간되는 전문 학술지를 통해 소개되는 새로운 종류의 화석에 대한 정보는 그 내용을 추적해 나가기가 힘에 겨울 정도로 많다. 여기에는 급속도로 발전된 과학기술이 한 몫을 담당했다. 상상을 넘어서는 놀라운 화석의 발견 소식은 빠짐 없이 전 세계 주요 언론을 통해 소개된다.
근래에는 고생대초 캠브리아기(5억4100만 년~4억8500만 년 전)의 폭발적인 진화가 시작하기 이전 시기인 원생대 말(약 5억5000만 년 전)의 지층에서 발견된 2건의 화석에 관한 이야기가 우리를 놀라게 했다. 하나는 미국 네바다 남부 지역에서 발굴된 약 5억5000만 년 전 살았던 환형동물의 내장화석이다. 다른 하나는 호주 남부 닐페나의 약 5억5500만 년 전 지층에서 발견된-모든 동물의 조상으로 여겨지는 좌우대칭 동물로는 가장 오래된-쌀알 크기의 화석이다. 두 화석은 지구상에 출현한 동물의 초기 모습과 진화과정을 이해하는 데에 새로운 단초가 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하는 화석 중 으뜸을 차지하는 것은 화석화되기 쉬운 생물의 딱딱한 부분(조개껍데기, 뼈, 이빨 등)이 아니라 원래 모습과 조직의 일부가 그대로 보존된 화석들이다. 즉 시베리아의 얼어붙은 땅속에서 발견된 맘모스와 개화석, 미국 LA의 기름 연못 퇴적층에서 발견된 포유류화석, 살아 있던 모습 그대로 호박(amber) 속에 보존된 각종 동식물 화석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 화석이 원래 상태 그대로 보존된 이유는 죽은 다음에 미생물에 의한 부식이 외부로부터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호박 속의 화석은 영화 쥐라기 공원의 모티브가 된 모기화석 이야기로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호박은 나무의 진액이 굳어져 돌이 된 것이다. 오래 전 호박에 관한 시험문제에서 한 학생이 ‘우리가 먹는 호박 속에’로 답을 했던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다.
최근에 미얀마의 호박 속에 보존된 소형공룡의 두개골·새·곤충 화석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미얀마 호박은 고생물학자들의 엘도라도가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미얀마 호박 습득 과정의 어두운 면은 호박화석 연구의 윤리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뉴욕타임즈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내 소수민족의 노동 착취에 의해 채굴이 된 호박은 중국 등 외부 세계로 밀수출되어 로힝야족과 카친족 등의 소수민족을 탄압하는 미얀마 정부의 수입원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호박화석 연구의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국제학계의 뚜렷한 입장은 없다. 이러한 화석을 이용하여 작성된 논문은 심사를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미얀마 호박이 청소년들의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화석이 매장문화재로 분류되어 있어 원칙적으로 상업적인 거래의 수단이 될 수는 없다. 반면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경제활동의 대상이 된다. 어떤 경우든 불법으로 취득된 장물이 법적으로 유효한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듯이, 불법적이거나 비윤리적으로 취득된 화석이 순수 학술연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도 전세계 과학자들은 자연현상의 비밀을 풀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 연구가 우리 인류사회의 발전에 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연구자들의 올바른 윤리의식과 가치관 확립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