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메디칼럼] ‘나눔의 향기’ 부디 계속 피어오르기를 /한일용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6-01 19:56:39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며칠 전 딸아이가 허리까지 치렁치렁했던 긴 머리카락을 싹둑 잘랐다. 소아암 환자에게 기증하겠다고 2년 전부터 기른 것이었다. 어린 환자들은 항암치료로 신체적인 고통도 힘들지만, 치료과정에서 발생한 탈모로 심리적 고통도 그에 못찮다. ‘어머나’ 운동은 ‘어린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으로 건강한 머리카락을 제공받아 어린이용 특수가발을 만들어 기부하는 운동이다. 면역이 억제된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것이어서 딸은 그동안 파마와 염색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최소 25㎝ 이상 건강한 머리카락을 유지하느라 나름 노력했던 모양이다. 고등학생이라 한창 외모에 신경 쓸 나이인데, 그 마음씀씀이가 기특했다.

지난 몇 달간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워진 삶 속에서도 아름다운 기부는 이어졌다. 많은 기업과 단체, 개인의 성금이 모였으며, 동네의 빵집, 커피점, 반찬가게도 ‘행복한 나눔’을 실천했다. 생업이 어려울 만큼 매출이 줄어든 소상공인을 위해 임대료를 받지 않거나, 인하해주는 ‘착한 임대주’도 있었다. 한 장씩 모은 마스크를 더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해달라는 아이의 고사리손과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만든 천마스크를 내미는 어르신들의 거칠고 굽은 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게 아름다웠다. 부족해진 혈액공급을 위해 흔쾌히 팔을 걷어 올린 수많은 국민도 ‘작은 영웅들’이다. 이 모든 따뜻한 배려가 한국을 세계가 부러워하는 ‘모범적 방역국가’로 만든 것이리라.

하지만 조금 다르게 평가된 수치도 있다. 국제 자선단체인 영국자선지원재단(CAF)은 전 세계 146개국에서 1000명을 인터뷰해 1년 동안 낯선 사람을 도운 비율, 기부 경험, 자원봉사 시간 등을 평가한 점수를 ‘세계기부지수(World Giving Index)’로 발표한다. 2018년 우리나라 기부참여지수는 34로 146개국 중 60위에 그쳤다. 유엔의 ‘세계행복지수(World Happiness Report)’는 1인당 소득(GDP), 기대수명, 부패 등 7가지 항목을 비교한 것인데, 기부 수준인 ‘너그러움(generosity)’ 항목도 포함된다. 한국은 이 수치 역시 156개국 중 57위에 머물러 있다. 국가마다 기부에 대한 정의·범위·사회문화적 환경이 다르니 이 순위를 절대적인 것으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개략적인 비교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실망스러운 수치다.

자신의 재산을 나누는 ‘금전기부’나 자신이 잘하는 능력을 이용한 ‘재능기부’ 외에도 이 사회에는 다양한 ‘참여기부’가 있다. ‘사랑의 건강기부 계단’은 지하철역 등에서 승강기나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한 만큼 일정 금액을 어린이재단에 기부해준다. ‘빅 워크’라는 어플을 휴대폰에 설치하고 단지 걷기만 해도 10m에 1원씩 기부금을 모을 수 있다.

위안부 할머니와 관련한 기부금의 회계부정, 불법사용여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과거 불우아동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기부금을 횡령했던 ‘새희망씨앗재단’ 사건이나 유전병을 앓는 딸의 사연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던 ‘어금니아빠’의 민낯은 온 국민을 분노와 허탈감에 빠뜨렸다. 기부금을 받는 개인이나 단체는 그 후원이 단순한 물품이 아니라 후원하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기부로 운영되는 자선단체의 모든 행동은 타인을 돕고자 했던 ‘첫 마음’에 비추어 스스로 부끄럽지 않아야 할 것이다. 단순 실수라 하더라도 회계 누락이 있거나 목적에 어긋나는 용도로 써서는 절대로 안 된다. 기부 목적에 충실하고, 투명하게 운용하는 것만이 후원하는 아름다운 마음에 대한 보답이다. 정부 감시가 못 미치는 비정부 기구라면 투명한 회계를 감시하는 또 다른 민간단체의 활동도 중요할 것이다.

탈무드에는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향수를 뿌리는 것과 같다. 뿌리는 자에게도 그 향이 묻어난다”는 구절이 있다. 나눔의 행복을 주고받는 사람들의 짙은 향기가 계속 피어오르길 희망한다.

부산백병원 흉부외과 교수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트럭부터 경차까지…‘차박(차+숙박)’ 열풍에 캠핑카 쏟아진다
  2. 2 황금알이라던 BIFC(부산국제금융센터) 상가…카페만 북적, 곳곳 '임대·매매'나붙어
  3. 3오페라하우스 재원 ‘숨통’…부산항만공사(BPA) 지원 방안 찾았다
  4. 4항공업계 재편 ‘난기류’…제2 한진해운 사태 우려
  5. 5사주 바뀌자 2년 비정규직 될 판…YK스틸 노동자의 눈물
  6. 6공기전파 우려에…WHO 방역수칙 강화 검토
  7. 7낙동강서 또다른 유해물질 장기간 검출…식수 불안 가중
  8. 8경찰, 또 부산시청 압수수색…오거돈 ‘사퇴시기 조율 의혹’ 겨냥
  9. 9“북항 경관관리 건축 높이 제한을”
  10. 10오늘의 운세- 2020년 7월 8일(음력 5월 18일)
  1. 1북한 “남쪽 동네 헷뜬 소리 …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 없어”
  2. 2문 대통령, 공수처 속도전…내부고발자 보호 법적근거 마련
  3. 3노영민 똘똘한 한 채 논란…이낙연 “합당한 처신 기대”
  4. 4민주당 “투기 근절에 모든 정책 수단 동원” 통합당 “김현미, 자신 없으면 빨리 나오라”
  5. 5북한 재차 “미국과 마주 안 앉아”…비건 방한에 ‘찬물’
  6. 6“국난극복 앞장” 이낙연 출사표…“광주정신 계승” 김부겸 견제구
  7. 7국토위 PK 여당 0명 야당 4명…관문공항 제대로 챙길까
  8. 8주호영 “수사지휘권 발동 청와대가 배후”
  9. 9예결위 부산의원 3명…내년 국비 기대반 우려반
  10. 10해양진흥공사 사태 수습나선 부산 통합당
  1. 1 서브원
  2. 2허브동산, 부전역 내 미세먼지 줄이는 벽면녹화 설치
  3. 35월에만 줄어든 세수 12조 원
  4. 4주가지수- 2020년 7월 7일
  5. 5트럭부터 경차까지…‘차박(차+숙박)’ 열풍에 캠핑카 쏟아진다
  6. 6화물차 캠핑카로 개조해도 화물 운송기능 그대로 유지
  7. 7세화자동차, 벤츠 밴 사업부와 차체 개조 계약
  8. 8정부, 증권거래세 유지 재차 밝혀
  9. 9WTO 사무총장 선거, 유명희 등 5명 출사표…일본 “우리도 관여할 것”
  10. 10금융·증시 동향
  1. 1부산 다대포 골목서 교통사고 … 피해자 사망
  2. 2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44명…해외유입 24명
  3. 3‘공적 마스크’ 제도 12일부터 시장공급체계로 전환
  4. 4이웃 사는 홀몸노인 살해한 40대 남성 구속
  5. 5오거돈 수사 경찰 부산시 대외협력보좌관실 압수수색..."피의자 확대 수순?"
  6. 6해군 준사관후보생 3명(원사) 교육훈련 중 음주, 강제퇴소 조치
  7. 7부산대 제21대 총장 차정인 박사 취임식 개최
  8. 8수영강변지하차도 4중 추돌 사고, 2명 부상
  9. 9부산진구 홈플러스 가야점 앞 도로에서 싱크홀 발생
  10. 10오거돈 수사 부산경찰청 부산시청 압수수색..."올해 성추행 건은 얼추 마무리"
  1. 1토트넘 VS 에버튼 선발 라인업 공개...‘손흥민 출격’
  2. 2“첫 대회부터 메이저급…부산오픈 지역 자긍심 높일 것”
  3. 3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 10일 개막…최혜진, 고향서 시즌 첫 승 올릴까
  4. 4고교 선후배 류현진-최지만 25일 개막전 맞대결
  5. 5손흥민 4경기째 득점포 침묵…토트넘은 1-0 신승
  6. 6리버풀, 아스톤 빌라에 2-0 승…'마스·존스 골'
  7. 7황희찬 고별전…다음 무대는 빅리그
  8. 8“이강인, 재계약 거절…발렌시아에 이적 요청”
  9. 9벌써 더위 먹었나…롯데, 집중력 실종에 ‘실책주의보’
  10. 10부산에서 열린 아마추어 킥복싱대회 BLITZ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세계유산은 희생 없이 절대 가질 수 없다
포구예찬
기고 [전체보기]
악몽 속 공연업계, 그래도 희망을 붙든다 /김광우
‘냉면으로 하든지’ /김강희
기자수첩 [전체보기]
숫자 너머의 의미 /배지열
공공의료 확충 꿈만 꾸면 늦다 /김준용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누가 바람과 함께 사라질까
초선 의원들은 잘할 수 있을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불교의식 음악과 춤 단상
방탄소년단 슈가와 대취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후반기 시의회 스스로 위상 강화를 /이병욱
집값 잡겠다는 정부 믿을 수 있나 /장호정
도청도설 [전체보기]
축제 사라질 가을
현대판 분서갱유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손편지의 위로
빈자일등(貧者一燈)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추억이며 현재인 ‘기사식당’
시럽빙수, 팥빙수, 망고빙수
사설 [전체보기]
친환경 선박 분야 주도권 쥘 부산 해양 특구 기대 크다
부산항 하선 선원 전수검사, 현장혼선 더는 없어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재난기본소득, 정명(正名) 아니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6·25전쟁, 끝내야 한다
코로나19와 한국의 중견국 외교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세계 최초의 추상화가
바젤리츠는 왜 거꾸로 그렸나
이홍 칼럼 [전체보기]
경제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코로나가 한국에 준 새로운 기회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민선 7기 반환점…갈 길 먼 지방분권
질본 승격 논란이 남긴 것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6월의 뱃노래
장미꽃과 하프와 5월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빈티지가 중요한가요?
감성을 스치는 샴페인과 펫낫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겸재의 신비한 그림 ‘사직송’
홍현주의 ‘소림모옥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