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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역균형발전, 상향평준화의 길 /권오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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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5-28 19:53:09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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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균형발전은 각 지역이 골고루 잘사는 것을 말한다. 수도권을 억눌러서 비수도권과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비수도권이 발전하여 수도권과 대등하게 잘살게 되는 것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모두 잘살게 되면 우리나라 전체가 잘살게 된다. 그리고 수도권에 대한 과도한 집중이 완화되어 수도권도 교통혼잡과 같은 과밀불경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비수도권을 어떻게 잘살게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비수도권의 산업과 경제가 번영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증가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가 있는 곳으로 사람이 이동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야 생활환경도 개선되며 문화적으로 융성할 수 있다. 말하자면, 비수도권에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이 들어가고 그들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비수도권은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떠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했던 대기업 공장들이 해외로 이전하니 거기에 납품했던 중소기업들도 같이 떠나거나 문을 닫고 있다. 구미에서, 울산에서, 창원에서, 군산에서, 지역 도처에서 그러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기업이 떠나가는 마당에 새로 들어올 기업은 얼마나 될까? 지난 수십 년간 지역균형발전, 국토균형발전을 외쳐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 우리는 지방경제 활성화라는 염원과 그것을 통한 지역균형발전의 원대한 꿈을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모든 것이 서울,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상황에서 지방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하는 회의감과 의문을 갖게 된다.

지역에서 대기업 생산라인이 이전해 가는 상황에서 지역이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해법은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이 들어오면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거기에 납품하는 수많은 중소기업이 생겨난다. 그러면 자영업, 개인서비스업의 과잉공급도 점차 해소되고 이들에 대한 수요도 증가해 서비스업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더구나 세계적 수준의 기술이 국내로 들어와 우리 기술자, 노동자가 기술을 익히게 될 것이다. 그것은 국내 기업의 산업경쟁력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그간 한국 정부는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기보다 국내 중소기업, 벤처기업 육성에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그 성과는 미미하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은 글로벌 기업이 유치되면 판로도 확대되고 기술 수준도 도약한다. 그것이 오늘날 중국이 번영한 방법이요, 전 세계 대부분이 그렇게 하고 있다. 한국의 지방도 그렇게 해야 한다. 국내 대기업에 기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국내 대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지만 국내 대기업은 글로벌 기업의 1%에 불과하다. 투자처를 찾는 99%가 있는데 1%에만 매달려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러면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 지방에 투자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 투자할 유인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글로벌 기업이 중국이나 인도, 베트남과 같은 저임금 국가로 가지, 임금도 비싸고 강성 노조가 버티고 있는 국내에 투자할 까닭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않은 사례를 알고 있다. 경남 사천은 입지적으로 그다지 양호하지 않지만, 다수의 글로벌 기업을 유치한 바 있다. 글로벌 기업이 원하는 임대형 산단을 공급하고 공무원이 기업 유치에 발 벗고 나서니 성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 대도시 인근에 산업용지를 개발하고 저가에 임대할 경우 사천보다 훨씬 더 많은 글로벌 기업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기업이 지방 대도시 인근에 자리 잡는다면 이와 연관된 부품업체들은 주변 지역에 보다 광범위하게 포진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역할이 구분되어야 한다. 지자체는 자기 지역으로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발로 뛰어야 할 것이고 중앙정부는 산업용지를 매입해 임대형으로 제공하는 한편으로 자치단체에 대한 지원과 포상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한국은 안 된다, 더구나 지방은 불가능하다”며 비관주의에 빠져 있는 전문가나 공무원이 있다면, 1960년대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기억을 되살리라고,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다.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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