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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저무는 5월, 시작하는 21대 국회 /원성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5-26 19:31:1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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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30년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필자에게 과거에 전혀 경험해보지 않았고, 미래에도 일어나리라 보지 않은 일이 이번 학기에 벌어졌다. 처음에는 두세 주 정도만 온라인으로 수업하면 정상화되리라 생각했지만, 공학자이지 의료보건인은 아니라는 것을 검증이라도 하듯이 필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서 이번 학기는 그냥 학기 말까지 온라인 비대면 수업으로 끝내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 때문이다.

평소 같으면 5월 말은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시기다. 통상 종강을 두어 주 앞둔 시기에 진도는 거의 끝나고 기말 과제, 기말 프로젝트 지도와 발표, 기말고사 준비 등으로 더 분주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번 학기는 개강 자체를 늦게 했기에 아무래도 6월 말까지는 가야 학기가 마무리될 것 같다. 1년 만에 왔다가 힘없이 저물어 가는 5월을 보노라니 계절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처량하기 짝이 없다.

1년 열두 달 중 그 어느 달이 한가하겠냐만, 5월만큼 각종 기념일과 더불어 현대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모인 달도 없으리라. 우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달달함을 주는 기념일이 모두 5월에 몰려있다. 덕분에 위로는 부모와 스승, 아래로는 자녀와 제자를 두고 중간에서 챙겨봐야 할 일이 많은 필자와 같은 사람은 상대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금전적 지출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달이기도 하다. 한편, 굴곡진 현대 정치 역정으로 본다면 자유민주주의를 통째로 집어삼켜 민주주의를 수십 년 후퇴시킨 5·16 군사 쿠데타와 수많은 사람이 흘린 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5·18 민주화운동기념일이 이틀 사이로 이어진다. 상반되는 이 두 날은 사실 없었으면 더 좋았을 기억이다.

그 와중에 지난 4월 15일 있었던 선거를 통해 새로이 선출된 300명 국회의원이 5월 30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4년 주기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시작을 한 달의 거의 마지막 날로 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와 더불어 5월 30일 임기가 시작되면 5월 세비를 전액 받는지도 궁금해졌다. 핑계 삼아 기록을 좀 살펴보니 대통령 선거를 국민의 직접 선거로 전환하게 된 1987년 개헌 이후 첫 국회의원 선거인 13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새로운 국회의 시작은 5월 30일로 해왔다는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법이나 규정 어디에 있는 것은 아니고 여야의 합의에 의한 듯했는데 참으로 이상한 합의도 다 있다는 생각이 든다.

1988년 4월에 선거가 있었으니 5월 1일은 좀 빠듯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6월 1일 정도가 무난했을 텐데 굳이 5월 30일로 한 것은 5월 세비 전액이 탐나서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도 든다. 물론 그때와 달리 지금은 일한 날 수 만큼만 계산해서 받는 것으로 바뀌었다 하니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나 보다.

“정치인은 국민을 괴롭히는 존재들이다. 다만, 괴롭히는 방법과 정도가 다를 수는 있으니 그나마 덜 괴롭힐 것 같은 사람을 잘 골라서 뽑아 보거라.” 태어나 첫 선거를 하게 된 1985년 2월, 1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필자의 선친께서 해주신 말씀이다. 참으로 역설적이어서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으나 그로부터 10년 정도 흘러 필자 나이 30대 중반에 들어서자 어렴풋이나마 그 뜻을 알게 되었고, 이를 가장 절실하게 느끼게 한 것이 바로 5월 29일로 임기가 끝나는 20대 국회가 아닐까.

12대 총선을 통해 첫 번째 선거권을 행사한 이래 35년간 이런저런 선거에서 투표하며 느낀 것은 비록 국민 개개인은 자신의 한 표만을 행사하지만, 묘하게도 그때마다 민의(民意)라는 이름으로 정치인들에게 주는 적절한 메시지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때로 민주와 보수 세력이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게, 때로 보수 세력이 다소 우세하게 하더니 이번에는 집권 여당을 중심으로 이들에게 전체 의석의 60%를 몰아줬다.

집권 여당도 못마땅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한 번 기회를 줄 테니 제대로 일 좀 해보라는 민의이다. 그러니 이제는 남 핑계 대지 말고 속된 말로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다니며 일해야 하리라. 붕당정치가 극에 달했던 조선 중기, 숙종 임금이 3차례 환국을 주도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대신들에게 경종을 울렸듯이 이제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집권 여당이 환국당하지 말란 법 없을 테니 말이다.

부산가톨릭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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