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국민이 가장 많이 찾은 곳은 산과 일부 폐쇄되지 않은 공원이었다. 올해 5월 6일 생활속 거리두기를 시작한 뒤에도 해변과 공원으로 사람이 몰려들었다.
미국도 코로나19 봉쇄령 해제 이후 뉴욕, 보스턴, LA 등 대도시에서는 공원과 해변으로 인파가 몰려 2차 확산도 우려된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이와 같이 공원과 해변은 국민 모두 이용하는 대표적인 공유자산이다. 그런데 이러한 공유자산이 점점 사유화되어 가고 있다.
해변 사유화 문제는 제주도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다. 제주 파라다이스호텔과 서귀포 칼호텔의 해변 사유화로, 올레길은 해변이 아니라 호텔을 돌아가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2014년에는 이호해변이 제주분마이호랜드 개발사업 부지에 포함되면서 이호해수욕장 사유화 논란이 일었고, 결국 해변 및 국공유지 일부를 개발사업 부지에서 제외했다. 2016년에도 부영호텔의 서귀포시 중문 주상절리 해안경관 사유화 논란이 있었다. 당시 부영호텔 측은 제주도와 경관협정을 맺고 사업지역 일부로 공공구역을 설정해 도민과 관광객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그러나 법률적 제재가 없는 불완전한 협정으로 비판이 일었다.
경남 거제시의 한화 밸버디어와 강원도 양양군 솔비치 리조트 앞 해변도 공공자원의 사유화 또는 공공 접근 제한으로 주목받는 사례이다. 대규모 리조트뿐 아니라 해안가에 들어선 많은 카페나 레스토랑 역시 해변을 사유화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한다.
최근에는 전국의 군 경계 철책이 남북관계 완화와 해안 철책 무용론 그리고 지역민의 요구 등으로 급속한 철거가 진행 중이다. 전국에 설치된 경계 철책은 약 413㎞ 중 2017년까지 약 113㎞가 철거 승인이 났고, 나머지 300㎞ 중 169㎞도 철거 중이거나 철거 예정이다. 특히 지자체와 국가가 각각 50%씩 부담해 온 철거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기로 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강원도의 군 경계철책은 183.6㎞인데, 철거 비용 부담으로 지난 13년간 총 92㎞만 철거했으나 국방부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38.85㎞를 철거할 예정이다. 인천시도 철책 74㎞ 중 74.1%(49.8㎞)를 없애기로 하고, 2019년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군 경계 철책이 사라지면서 그동안 억제됐던 해안지역의 각종 개발사업이 더욱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존 토지이용체계(도시계획 등)에서 허용되는 토지 개발을 제어하기 어려워 철책 배후의 사유지는 난개발 및 해변 등 연안자원 사유화 문제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바닷가 관리 주체인 해양수산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경계철책 배후토지는 도시계획을 통해 관리되므로 도시계획과 연계한 연안관리체제를 구축해야 하고, 해양수산부가 시행하는 연안정비사업과 연계해 난개발 및 해변 등 공유자원의 사유화 방지가 필요하다.
프랑스는 별도 정부 조직인 연안보전협회를 통해 연안 및 호숫가에 위치한 자연적인 또는 경관적인 가치가 있는 토지를 직접 매수해 관리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특히 필요한 경우 철책 배후 사유지를 국가에서 매수하는 적극적인 정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부울경지회는 지난해 12월 ‘부산시 특성과 맥락을 고려한 높이 관리 기준’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서 발제자는 직접 해변을 사유화하지는 않았지만, 엘시티 등 해안가에 위치한 초고층 건물로 인해 해변 경관 등이 사유화되는 또 다른 형태의 공공자원 사유화를 지적했다.
일본은 이미 2004년 경관법 및 2006년 해안경관 형성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관리하고 있으며, 특히 고베시는 어디서나 산과 바다를 바라보는 풍경을 중요한 과제로 하는 ‘조망경관’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1995년 대지진 이후 바다 매립을 통해 공동주택단지를 조성한 고베 HAT 지구는 고베시 뒷산(로코산) 능선에 설치한 조망점을 고베 HAT 워트프론트 어디서나 볼 수 있게 건축물 높이와 통경축을 유지한다. 부산을 예로 들면 보수산이나 구봉산 능선에 조망점을 두고, 북항재개발지역의 바다 쪽에서 그 조망점이 보이게 건축물 높이와 통경축을 유지하는 것이다.
부산시는 올해 초 정부가 추진하는 관광거점도시 육성사업의 국제관광도시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를 계기로 부산시에서 선제적으로 해변, 경관 등 공유자원의 사유화를 방지하는 조례와 가이드라인를 제정해 보면 어떨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