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이상이 칼럼]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5-21 20:06:36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미래통합당 김세연 의원은 최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보수가 집중해야 할 과제로 기본소득을 꼽았다. 그는 “4차 산업혁명으로 줄어들 일자리와 소득을 기본소득으로 채울 수밖에 없으므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규모와 기능이 줄어들 것이므로 정부 지출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을 전제로 기본소득을 포함해 노동과 복지 시스템의 큰 틀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을 시행했다. ‘청년기본소득 조례’(2018년 11월)에 근거해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24세 청년들에게 지역화폐로 분기마다 25만 원씩 총 100만 원을 지원한다. 또 ‘재난기본소득 조례’(2020년 4월)를 통해 도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 원씩 지급했다. 최근에는 농민 모두에게 1인당 일정액의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농민기본소득을 도입키로 하고 관련 용역을 공고했다.

보수와 진보 성향의 두 정치인이 기본소득을 주장했다. 그렇다면 기본소득제도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첫째, 보편성이다. 모두에게 현금을 지급한다. 둘째, 무조건성이다. 근로 등의 조건이나 심사 없이 지급한다. 셋째, 개별성이다. 가구 단위가 아니라 개인에게 지급한다. 넷째, 정기성이다. 지속적으로 지급한다. 다섯째, 충분성이다. 기본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지급한다. 이런 요건을 모두 갖춰야 기본소득이다.

이들 요건 중 둘째와 다섯째를 주목해보자. 무조건성은 생산연령인구에게 소득수준·고용상태·근로의사 등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동일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충분성은 ‘완전기본소득’의 핵심 요건인데, 국내총생산(GDP)의 25%를 똑같이 나눠주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GDP를 2000조 원으로 간주하면, 이것의 25%는 500조 원이다. 5200만 국민에게 똑같이 나눠주면 월 80만 원인데, 1인 가구의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52.7만 원)와 주거급여(서울 26.6만 원, 광역시 17.9만 원)를 합한 것과 비슷하다.

충분성 요건을 갖추려면 월 80만 원(1인당 GDP의 25%)을 지급해야 한다. 재원 마련이 어려우므로 중간 전략으로 월 30만~40만 원(1인당 GDP의 10~15%)을 지급하자는 ‘부분기본소득’이 제기됐다. 월 30만 원 정도를 지급하려면 GDP의 10%인 200조 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GDP의 20%, OECD 평균은 25%다. OECD 평균 수준을 목표로 한다면 증세 여력은 GDP의 5%인 100조 원이다. 월 30만 원 부분기본소득의 경우, 100조 원 증세 외에 100조 원이 더 필요하다. 정부 재정 500조 원의 구조조정으로 마련하자는 게 기본소득의 구상이다.

보수적 부분기본소득 입장인 김세연 의원은 재정 500조 원의 구조조정으로 200조 원을 마련하자는 쪽이고, 진보적 부분기본소득 옹호자들은 100조 원은 증세로 나머지 100조 원은 재정 구조조정으로 마련하자는 입장이다. 그런데 완전이든 부분이든,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기본소득은 도입된 전례가 없다. 복지국가의 주요 정치 세력이 기본소득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2016년 6월 스위스에서 완전기본소득이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모든 성인에게 월 2500스위스프랑(300만 원), 어린이·청소년에게 650스위스프랑(78만 원)을 나눠주는 방식이었다. 유권자의 76.7%가 반대했다. 정치인은 모두 반대했다. 왜 기본소득을 반대할까?

첫째, 기본소득은 복지국가의 보편적 사회보장 원리를 거부하고 생산연령인구에게 무조건 현금을 나눠주기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는 누구라도 실업·질병·산재·은퇴·출산·육아 등의 사회적 위험에 처했을 때 보편적 사회안전망으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는 것이다. 가령, 실업의 경우 고용보험의 실업급여가 충분히 지급된다. 우리나라도 월 180만 원이 넘는다. 그런데 기본소득은 100조 원 증세에도 불구하고 월 30만 원에 불과해 필요 충족에 크게 못 미친다. 고소득자 등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줬기 때문에 필요 충족의 ‘복지 효과’가 작다.

둘째, 기본소득은 보편적 사회보장에 비해 ‘경제 효과’가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복지국가의 보편적 사회보장은 사회적 위험에 처할 때라야 급여체계가 작동해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는 반면, 기본소득은 언제나 모두에게 소액이 똑같이 지급된다. 즉, 보편적 사회보장은 경기하강 때 한계소비성향이 큰 실업자와 경제적 약자들이 충분히 소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경기조절 기제’가 작동하는 데 비해, 기본소득은 소비 진작 효과가 작고 경기조절 기능이 없다.

셋째, 기본소득은 복지국가의 보편적 사회보장에 비해 소득재분배 효과가 작기 때문이다. 어렵게 마련한 200조 원을 월 30만 원짜리 부분기본소득으로 나눠주는 것보다 보편적 사회보장에 투입하는 것이 소득재분배에 훨씬 유리하다. 이는 위험에 처할 확률이 경제사회적 약자에서 더 높고, 이들에게 보장과 지원이 주로 집중되는 보편적 복지 효과 때문이다.

OECD 평균 수준의 보편적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우리는 지금보다 연간 100조 원의 세금을 더 내고, 사회보험료도 더 내야 한다. 그런데 기본소득은 이 돈을 모두에게 소액으로 나눠주자는 것이다. 복지국가의 걸림돌이다. 특히 이재명 지사의 구상은 최악이다. 그의 청년·재난·농민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이 아니다. 국토보유세에 근거한 월 3만 원 지급 구상도 기본소득과 무관하다. 소중한 정부 재정이 무조건적으로 뿌려질 뿐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엔 일자리의 수와 구성에 변화가 올 것이다. 그렇다고 국가의 역할이 모두의 통장에 월 30만~80만 원씩 기본소득을 송금하는 데 머무는 건 옳지 않다. 이럴 경우 극심한 양극화와 불평등 속에 대다수가 수동적이고 불행한 처지로 내몰릴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편적 사회안전망 확립과 사람의 능력을 키워주는 사회서비스·직업훈련에 정부 지출을 늘려나가야 한다. 그것이 일자리 창출과 고용보장에 최선을 다하는 포용적 복지국가의 길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교수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구독 이벤트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진구청 공무원 코로나19 확진...구청 폐쇄
  2. 2부산 고3 수험생 코로나19 확진 판정
  3. 3‘해수동’(해운대·수영·동래) 누르니 ‘진금강’(부산진·금정·강서) 껑충…풍선효과·호재 맞물려
  4. 4“진주시에 구상권 청구해야” 연수 강행 비난 들끓어
  5. 5북항 1단계 구역 ‘트램’ 내년 하반기 착공
  6. 6김택진 NC 구단주, 우승트로피 들고 고 최동원 추모
  7. 7우리도 있다…부산 ‘제3 후보’ 돌풍 변수
  8. 8확진자 600명 육박…일상 다시 멈추나
  9. 9시내도, 식당도 썰렁…거리두기 강화에 연말특수 ‘꽁꽁’
  10. 10변성완, 보선 출마 결심 굳혔나…여당 후보군 유일 선거설명회 참석
  1. 1윤석열 총장 국조 하자더니…야당 “추미애 장관도 함께” 요구에 발 빼는 여당
  2. 2윤석열 총장의 반격…검찰도 집단 항명으로 추미애 장관에 반기
  3. 3해양진흥공사, 신용·담보대출도 보증…중소 해운선사 자금 숨통
  4. 4김경수, 내년도 국비 확보 총력전
  5. 5무시 못 할 인연?…야당 부산 보선 현역의원 지원 구도 윤곽
  6. 6가덕 원포인트냐, 우회지원이냐…대구신공항 패키지案도
  7. 7야당은 신인티켓 주인공 촉각
  8. 8인천공항, 특별법 제정 10년 만에 개항 ‘속전속결’
  9. 9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액 국가 부담 ‘3전4기’ 도전
  10. 10조해진, 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유예
  1. 1‘해·수·동·남·연’ 아파트 거래 주춤…2~3주 관망세 전망
  2. 2부산 비규제지역에 관심 쏠린다
  3. 3에어부산 ‘본사 부산’ 간판 떼나
  4. 4도시철도·학교·마트·공원이 가까이…多세권 혜택 다 누려볼까
  5. 5거래소 이사장 지원자 한자릿수…손병두 유력
  6. 6부산 오피스텔 내년 기준시가 1.4%↑
  7. 7서부산에 대형 전시장 건립 등 부산시 마이스 육성 밑그림 나왔다
  8. 8부울경 상장사 3분기 회복세…적자폭 줄여
  9. 9부산항 자유무역지역 ‘스마트선박 특구’로 육성
  10. 10변신해야 찾아온다…미술관 된 백화점
  1. 1부산 신규확진 19명, 전국 569명
  2. 2부산 고3 수험생 코로나19 확진 판정
  3. 3해피-업 희망 프로젝트 <45> 정신건강 고위험 아름 양
  4. 4양산시의회 내년 예산 졸속 처리 우려
  5. 5[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489> 도로都露 아미타불과 도로徒勞 아미타불
  6. 6“10만 사수하라” 밀양 인구지키기 사활
  7. 7오늘의 날씨- 2020년 11월 20일
  8. 8경남학생교육원 ‘복합모험체험장’ 24일 개장
  9. 9위기의 가출 청소년 <중> 방치된 아이들
  10. 10가야고분 ‘금동허리띠’등 경남도 문화재 지정 예고
  1. 1김택진 NC 구단주, 우승트로피 들고 고 최동원 추모
  2. 2롯데 김해, kt 기장…프로야구 전훈 국내로 눈 돌린다
  3. 3롯데, 새 외국인 투수 프랑코 영입
  4. 4‘천재 바둑 소녀’ 김은지 자격정지 1년
  5. 55분 만에 골맛…맨시티 ‘손’봤다
  6. 6‘9분 뛴 백승호’ 다름슈타트, 아우에에 0-3 패배
  7. 7상하이전 2골 윤빛가람···"ACL 우승 간절"
  8. 8NCvs두산 KS 4차전, 선발 라인업 공개
  9. 9모리뉴 "손흥민 음성 판정", 22일 멘시티와 격돌
  10. 10NC, 송명기 호투에 루친스키 구원 투입…두산 꺽고 KS 2승 2패 원점
균형발전…초광역 지방정부가 이끈다
김두관 의원 인터뷰
균형발전…초광역 지방정부가 이끈다
하나의 경제체제로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탈산업화시대 연착륙을 위한 필수조건
일몰제가 준 생명 같은 교훈
기고 [전체보기]
가덕신공항, 낙동강 정비사업과 연계하자 /김임권
닥쳐온 인구재난, 저출생 지진과 고령화 쓰나미 /서형수
기자수첩 [전체보기]
무임손실 ‘진짜 원인자’는 정부 /박호걸
광역철도 웅상선 이번엔 성사를 /김성룡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정치적이기엔 너무도 문명적인
신념이 성숙하는 계절, 가을 야구를 사색하며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동래부동헌에 풍악이 울리다
북은 소, 얼후는 구렁이가죽?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인천과 부산, 그리고 관문공항 /송진영
코로나 재확산 영화계 좌불안석 /이원
도청도설 [전체보기]
아르헨티나의 별
콜라보의 진화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이주의 시대와 문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목포 덕인집 홍어
간장게장의 미스터리
사설 [전체보기]
확진자 눈덩이 증가…비상한 각오로 중대고비 넘겨야
거세지는 추·윤 갈등 후폭풍, 극한대립 장기화 안 된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원격의료 도입의 조건
경제·복지의 지속가능성과 정치의 역할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
남중국해 갈등과 우리의 대응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퇴폐미술의 낙인
비극의 주인공이 된 모델
이홍 칼럼 [전체보기]
독성 리더십
젊은 세대에게 찬사를 보낸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사람은 비용도 기계도 아니다
어설픈 분칠은 이제 그만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가을의 노래
브람스를 좋아 하세요?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보졸레 와인의 행복
몰도바의 추억
특별기고 [전체보기]
우리의 희생 기억해준 한국에 감사 /빈센트 커트니
바이든이 지켜야 할 미국 /황기식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
  • 맘편한 부산
  • 국제 어린이 경제 아카데미
  • 유콘서트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