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이 만든 비정부 조직이다. 정부나 자치단체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는 이익 집단과 닮았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집단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추구한다. 개인 이익을 챙기지 않고 사회를 위해 일을 하는 단체인 것이다. 시민단체가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시민단체 활동이 활성화된 건 1987년 6월 항쟁 이후다. 1990년대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그 수는 급증했다. 민주화와 정치 개혁에 치중됐던 활동 역시 복지 언론 환경 인권 등으로 옮겨갔다. 시민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영역으로 활동이 현실화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는 한국 사회 풀뿌리 민주주의의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0년대 대학을 다닌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시민단체 활동가에 대한 시대적인 부채 의식 같은 게 있다. 대학 졸업 후 취업하는 평온한 삶을 살지 않고 사회 민주화에 헌신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열정만으로 살 수 없는 게 자본주의 사회다. 100% 순수한 사회는 없다. 물질이 불평등하기에 그렇다. 게다가 세상 변화에는 시민단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이제 시민단체도 더는 제도권 밖에 머물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제도권에 편입돼 갔다. 결정적인 건 경비다. 이익단체가 아니기에 자체 조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가나 자치단체 보조금과 기업 후원금의 비중이 높아졌다. 이는 시민단체에 제도권의 ‘룰’을 요구한다. 그중 투명한 자금운영이 가장 중요하다. 경험하지 못한 게, 학습하지 못한 게 변명의 이유일 수는 없다. 잘못하면 대가는 꼭 뒤따른다.
오히려 세상은 더욱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시민단체에 가져다 댄다. 이들에게 도덕성은 최대 무기이기에 최대 약점이 될 수 있다. 목적이 좋다고 과정마저 정당화해 주지 않는 게 세상이다. 그만큼 시민단체의 활동과 운영은 엄격해져야 한다. 경비 문제든, 개인 생활이든.
요즘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보면서 든 소회다. 윤 당선인의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시절 회계 등 문제를 두고 “개인 일탈이냐” “구조적 문제냐”는 논쟁이 치열하다. 검찰이 수사한다니 진실은 곧 밝혀질 것이다. 의혹이 사실이면 관련 법에 따라 처벌을 받으면 된다. 걱정인 것은 이번 일이 시민단체의 존재 이유와 과거 공을 부정하는 계기가 될까 봐서다. 아직도 공권력이 미처 보살피지 못한 그늘진 곳을 밝히는 시민단체의 역할은 유효하다는 게 개인 생각이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