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고통의 기억들이 세상에 알려졌다. 미투 운동이었다. 우리는 공감하고 분노했다. 가해자의 뻔뻔함이 극악무도했고, 진실을 부인하는 모습이 볼썽사나웠다. 이후 우리가 분노하는 대상이 바뀌었다. 본질을 파헤치지 않고 2차 가해를 하는 언론에 사람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해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기자의 행태를 ‘기레기’라고 사람들은 은유했다. 기레기라는 수식어는 2018년 ‘미투’가 시작된 순간부터 어김없이 기자들을 다시 꾸몄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피해자에게 언론은 펜과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았고, 피해자의 사건을 마치 소설처럼 써냈다. 고통에 공감하는 연대도 드물었다. 언론 관행으로 포장한 기계적 중립 아래 가해자 입장을 대변했고 피해자들을 고립시켰다. 2018년은 언론이 2차 피해, 2차 가해를 자행했다. 이후 변화가 시작되는 듯했다. 수많은 정치인이 권력형 성폭력의 뿌리를 뽑겠다고 앞다퉈 말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다. 그는 성폭력 전담팀을 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2020년인 지금 그 공약이 참으로 무색해졌다. 오 전 시장 자신의 성추행 사건이 세상에 밝혀졌기 때문이다.
2018년 미투 보도 이후 많은 언론이 과거 보도에 유감을 표했다. 과연 언론은 미투 보도를 반성하고, 성폭력 관련 보도의 질을 높였는가. 오거돈 전 시장 사건 보도로 짐작하건대, 언론은 제자리걸음이다. 피해자를 질책하는 보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입장을 대변한 보도, 2차 가해를 하는 기사가 만연했다. 피해자 신상을 노출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입힌 사례도 있다. 그렇다면 국제신문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을 어떻게 다뤘는가?
지난 4월 23~ 5월 15일 ‘오거돈 사퇴’ 키워드로 검색된 기사를 분석했다. 대부분 사건 추이와 행정 공백 내용이었다. ‘피해자 진술 없으면 기소도 난망…벽에 부딪힌 오거돈 수사’ ‘부산시장 공백…시의회 59개 안건 제대로 처리될까’ 등. 오거돈 전 부산시장만의 입장을 게재한 제목의 기사도 있었다. ▷오거돈 “사퇴가 유일한 선택. 부산을 사랑했던 사람으로 기억해 달라’ ▷오거돈 “남은 삶 동안 참회하며 살겠다”’ 등이다. 이는 아쉬웠다.
사건 직후 보도에 따라 많은 사람이 사건을 보는 시각·생각이 결정된다고 본다. 따라서 가해자 입장 전달 또는 기계적 중립, 피상적 보도는 사건 자체를 파악하기 힘들게 하고, 본질을 흐리는 문제가 있다. 사회가 주목해야 할 ‘권력형 성폭력’ 아젠다 세팅을 늦춰 사람들 시선이 사건 본질 외 문제에 집중되게 하기 때문이다.
권력형 성폭력을 근절할 대책을 고민하는 보도도 국제신문에서 보기 힘들었다. 국제신문 홈페이지에서 ‘권력형’ 키워드로 검색하니 기사 3개가 나왔다. 4월 27일 ‘공직사회 잇단 성 비위…특단 대책 세워야’에서는 권력형 성폭력 대책 관련 목소리를 전달하고, 시청 내 성폭력 관련 전담부서 상황만 보도하는 데 그쳤다. 4월 30일 자 ‘부산시의회 오거돈 사건 조사특위 불발…’은 ‘어깃장’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는 문장으로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해석을 보여줬다. 하지만 기사는 정당 입장만을 배치해 기계적 중립을 지키고 있었다. 의견 충돌보다 진상조사특위 구성 무산이 독자에게 전달해야 할 핵심사안이었다.
독자가 궁금한 진실이 무엇일까? 지인들에게 물어봤다. 대부분 대학생으로서, 취업할 때 노출될 권력형 성폭력 상황을 걱정했다. 권력형 성폭력에 관해 안심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언론 역할이라 강조했다. 필자도 궁금했다. ▷시청 내 성폭력 전담기구가 정상으로 작동지 못한 이유 ▷공직사회 성인지 감수성 등 현황 ▷성폭력 전담부서의 실질적 영향력과 기능 등이다. 사건 추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파악 할 수 있다. 독자는 본질 분석을 궁금해한다. 권력형 성폭력처럼 문제점을 항목화하거나 가시화하기 힘들수록 언론은 이를 세심하게 파악하고 문제 핵심을 짚어내야 하지 않을까.
부산대 3학년·독자권익위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