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 71%, 부정 21%’. ‘한국갤럽’이 지난 5월 6, 7일 실시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다. 비슷한 시기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지지율 62%를 기록했다. 언론은 지난 10일로 취임 3주년을 맞은 문 대통령의 집권 성적표로 해석했다. 자연스레 역대 대통령과 비교가 이뤄졌다. 이른바 ‘87년 체제’, 현행 헌법에서 전임은 6명. 이중 집권 3년 최고 성적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43%(한국갤럽). 언론은 “역대 최고치”라며 이유 분석에 나섰다. 역시 1위는 ‘코로나19’ 사태. 세계적 감염병 속 한국이 방역 모범국으로 꼽힌 데 대한 평가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국가 재난 때 리더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대중 심리 역시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야당 복(福) 때문”이라는 지적도 흥미롭다. 탄핵에도 혁신은커녕 시대착오적 투쟁에 매몰돼 총선마저 망친 보수 야당에 대한 실망감이 반사적 기대치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일견 공감 가는 설명들이다. 그래도 2%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감염병과 야당 패배가 비교적 최근 현상인 탓이다. 집권 3주년 평가에 대한 분석이라면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대통령 이름으로 나름의 해석을 시도해봤다. ‘문재인(文在寅)’의 인(寅)은 십이지(十二支)의 셋째 동물, 호랑이를 상징한다. 과거 참여정부 민정수석 시절 문 대통령은 ‘호시우행(虎視牛行)’을 좌우명처럼 얘기한 적이 있다. “현실을 직시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실천의 자세와 삶의 태도를 표현”했다는 게 당시 설명. 지난 3년, 호랑이의 매서운 눈처럼 적폐를 잡아내고 느리지만 우직하게 개혁을 밀어붙였던 모습이 국민적 평가를 받았다고 본다.
정작 사람들은 문재인의 인에서 ‘사람(人)’을 떠올린다. “사람이 먼저다.” 그의 대선 캐치프레이즈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 때 펴낸 같은 제목의 책에서 이렇게 썼다. “사람 사는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사람이 먼저인 나라, 사람이 중심이고 사람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 이런 다짐은 문재인 정부 3대 경제정책 기조에 잘 녹아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가 바로 그것. “포용적이고 따뜻한 성장, 정의로운 성장을 이루기 위한 정책이다.” 문 대통령의 말 속에 인간 중심 국정철학 의지가 묻어난다.
비판도 만만찮았다. “시장질서와 자원분배의 왜곡” “좌파 사회주의 정책” 등.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과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 탓에 죽겠다”는 아우성도 빗발쳤다. 그러나 다수 국민은 지난 3년 평가에서 그가 내세운 사람의 가치에 지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이 꺾이고 수입은 줄어도, 모두 제대로 된 임금을 받고 함께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는 대한민국 말이다. 긍정 평가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다른 요소는 북한이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 북한은 여전히 도발하고 있긴 하다. 2018년 9·19평양공동선언으로 한껏 고조된 통일 기운 도 상당히 김이 빠지긴 했다. 그래도 국민은 일촉즉발 전쟁 위기로 치닫던 집권 전후를 떠올린 모양이다. 북한을 화해·협력으로 대해 상황을 평화적으로 관리한 그의 이름, ‘인’에서 이웃 인(隣)을 떠올린 이유다.
사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이웃을 따진다면 야당이 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정파적으론 반대편에 서지만 국정 동반자인 이유다. 야당 협조 없인 민생도, 국가도 제대로 한 발짝 떼기조차 쉽지 않다. 취임사에서 유독 국민대통합과 협치를 강조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야당관계에선 어질 인(仁)보다는 인색할 인(吝)이 두드러졌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21대 총선에서 180석에 육박하는 압승을 거둔 여당에다 역대 최고치 지지율을 달리는 대통령. 안정적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 기대의 결과다. 자칫 오만과 독선에 빠질 위험도 크다. 스스로에겐 인색해야 한다. 상대는 어진 마음으로 껴안아야 한다. “야당과의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 저에 대한 지지여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이를 맡기겠다.” 취임 때 약속만 지켜도 된다. 임기까진 앞으로 2년. 그래야 “국민의 자랑으로 남는 대통령”이라는 그의 바람도 수월하다.
부산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