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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끼니] 광주의 상추튀김과 쌈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5-13 19:46:04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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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도시 광주가 낳은 향토음식 가운데 외지인이 보기에 가장 독특한 음식은 ‘상추튀김’이다. 길거리 분식집에서 파는 값싼 튀김을 한입 크기로 잘라 상추에 싸서 양파와 고추를 곁들여 먹는 상추튀김은 너무 어처구니없어 오히려 독특한 음식이다. 명칭만 놓고 보면 상추를 튀긴 음식인데 실제로는 갖가지 튀김을 상추에 싸서 먹는 음식이다. ‘튀김쌈’이라는 당연한 조어법 대신 ‘상추튀김’이라는 모호함이 오히려 유명세를 부채질했다.
   
상추튀김에는 광주의 화합·포용 정서가 스며있다.
상추튀김은 1970년대 충장로 한 분식집에서 탄생한 음식이다. 그래서 광주 출신 출판 편집자는 상추튀김을 생각하면 늘 최루탄 냄새가 난다고 했다. 충장로 일대에 최루탄 냄새가 가실 날이 없던 시절을 광주에서 보냈던 그 연배에게 남은 특별한 기억이다. 옛 전남도청 앞길인 금남로와 충장로 일대는 1980년 5월 18일 이후 독재와 싸우는 항쟁의 거리가 됐다. 최루탄 냄새 채 가시지 않은 분식집에 앉아 상추튀김과 막걸리로 허기와 분노를 달랬던 그들만이 공유하는 기억이다.

상추튀김 사례에서 보듯 한국은 무엇이든 싸먹는 ‘쌈의 나라’다. 한국 음식이 가진 고유한 특징 가운데 퍼포먼스 측면에서 가장 구분되는 것은 쌈을 싸 먹는 행위다. 한국의 쌈 문화는 외국인에게 더는 낯설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2006년 기내식으로 ‘영양쌈밥’을 출시해 국제기내식협회(ITCA)의 머큐리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외국에서 발행되는 한국 여행 가이드북에서는 고깃집에서 쌈을 싸 먹는 순서를 안내한다.

곡물을 분쇄하지 않고 껍질만 벗겨 낱알 그대로를 익혀 먹는 입식 문화를 가진 한국에서 쌈은 식문화의 원형이다. 각종 비타민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잎채소에 곡물을 싸 먹는 쌈은 영양 면에서도 탁월한 선택이다. 농업이 근간이었던 우리 민족에게 쌈은 복을 구하는 기복의 의미까지 더해졌다. 자연에서 얻은 먹거리를 싸는 것은 복을 싸는 것이라 여기며 ‘복쌈’이라 불렀다. 그래서 첫술은 언제나 쌈을 싸서 먹는 관습이 있었고, 정월대보름에는 한해의 복을 기원하며 김이나 취에 밥을 싸서 먹는 풍속이 있었다.

중국의 경장육사, 베트남의 고이꾸온, 터키의 되네르케밥, 멕시코의 타코, 프랑스의 갈레트 등 쌈과 유사한 식문화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반죽한 곡물가루를 익혀 쌈을 싸 먹는 정도로는 스케일 면에서 한국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한국은 들과 밭에서 나는 모든 푸성귀를 쌈 채소로 활용한다. 땅에서 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김, 미역, 다시마, 곰피 등 바다에서 채취한 해조류까지 쌈으로 이용한다. 이외에도 전복을 얇게 저며서 쌈을 싸고(전복쌈), 육포로 쌈을 싸고(포쌈), 밀전병으로도 쌈을 싼다(밀쌈).

   
무엇이든, 어떻게든 싸 먹는 쌈 문화는 한국 식문화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대변한다. 어느 지역보다 음식에 까다로운 광주 시민이 상추튀김 같은 어처구니없는 음식을 향토음식으로 인정하는 것은 이 음식에 담긴 서사와 추억 때문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인 올해 광주를 가시거든 다른 건 몰라도 상추튀김은 꼭 한 번 드셔보실 것을 권한다.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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