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이은화의 미술여행] 뒷모습을 그린 화가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5-12 19:55:51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는 19세기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풍경화가다. 그는 초자연적인 풍경 속에 사람을 의도적으로 작게 그려 넣은 독특한 풍경화로 명성을 얻었다.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은 늘 뒷모습만 보여준다. 화가는 왜 평생 뒷모습에 천착했던 걸까?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가 그린 ‘창가의 여인’(1822년).
프리드리히가 48세 때 그린 이 그림 속 여인도 뒷모습을 보여준다. 모델은 19세 연하였던 그의 아내 카롤린이다. 단정한 올림머리에 초록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남편의 작업실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본다. 숭고한 대자연을 배경으로 그린 다른 그림들과 달리, 이 그림에서 화가는 실내를 배경으로 인물 비중도 크게 그렸다. 당시 그는 결혼 4년차로 슬하에 자녀도 두었고, 러시아 귀족의 후원으로 큰 작업실을 두고 비교적 부유한 삶을 누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림 속 아내는 왠지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 창밖에는 맑은 하늘과 나무가 늘어선 해안의 모습이 보인다.

창 오른쪽으로 보이는 기다란 돛대는 그녀가 지금 지나가는 배를 보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녀 머리와 몸이 왼쪽으로 살짝 기운 이유일 테다. 높은 천장, 수직과 수평만 있는 거대한 벽, 실내 색상에 딱 맞춘 듯한 초록 드레스는 지금 그녀가 서 있는 공간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세계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창밖 세상은 그녀의 이상 세계일 수도 있다. 평생 고향 드레스덴을 벗어나 본 적 없는 카롤린에게도 아내와 엄마로서의 삶 이외에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을 테다. 지금 그녀는 지나가는 저 배에 몸을 싣고 어디론가 떠나는 상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혼 후에도 스케치 여행으로 수시로 집을 비웠던 남편 때문에 아내는 더 외로웠다. 그런 아내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을까, 프리드리히는 창가에 선 아내의 쓸쓸한 뒷모습을 화폭에 곱게 담았다. 어쩌면 이 그림은 화가 자신의 고독한 심정을 대변한 것일 수도 있다.

독일 북부 출신으로 24세 때 드레스덴에 정착한 그는 30대에 화가로서 명성을 얻었고 늦게나마 가정도 일구었다. 하지만 평생 따라다닌 우울증 때문에 완전히 은둔자로 지내거나 홀로 숲과 들판을 거닐며 고독한 방랑자로 살았다. 우울증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서 기인한 것으로, 그는 7세 때 어머니를 여의고, 그 이듬해 큰 누나를 잃었다. 13세 때 남동생이 호수에 빠진 자신을 구하려다 대신 변을 당했고, 둘째 누나도 장티푸스로 죽었다. 어린 시절의 비극과 상처는 평생 극복되지 못했지만 내면의 고독과 삶의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예술의 원동력이 되었다.

뒷모습은 그 사람 표정이나 감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앞모습보다 훨씬 정직하다. 꾸미거나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평생 우울과 고독 속에 살았던 프리드리히에게 뒷모습은 자신의 아픈 감정을 들키지 않을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미술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기자수첩] 부산경찰 내부 성범죄 ‘쉬쉬’…피해자 인권 뒤 숨지말라 /박호걸
  2. 2부산 돼지국밥집 유명 BJ 방송중 카메라에 딱 찍힌 ‘깍두기 재사용’
  3. 31명 뽑는 영화의전당 일반직, 189명 몰려 ‘바늘 구멍 뚫기’
  4. 4[김경국의 정치 톺아보기] 친문, 이재명 때리기…공멸 부른 ‘친박의 김무성 견제’ 닮아
  5. 5장인화, 부산 ‘경제수장’ 출사표…송정석과 2파전
  6. 6가덕신공항시대 글로벌 혁신의 리더 원한다
  7. 7LG메트로시티 리모델링 설계 우선협상대상자에 ‘희림’
  8. 8부산 ‘관광비행 수학여행’ 본격화…위기의 항공업계 새 활로 가능성
  9. 9여성혐오 유발 안전표어…태영건설 안내판에 시민 공분
  10. 10가덕도 SOC 공사 올스톱…주민 “생존권 보장하라”
  1. 1[김경국의 정치 톺아보기] 친문, 이재명 때리기…공멸 부른 ‘친박의 김무성 견제’ 닮아
  2. 2가덕신공항시대 글로벌 혁신의 리더 원한다
  3. 3[4·7 현장 '줌인'] “朴 자질 검증” 선공 날린 김영춘, “내가 할 소리” 되받아친 박형준
  4. 4여당 “LH 자체조사” 진화 나섰지만…야당 “검찰 직접 나서라”
  5. 5두 후보 “경선 경쟁자를 품어라”
  6. 6윤석열 사퇴효과? 지지율 수직 상승
  7. 7한미 방위비분담금 원칙적 합의…5년 계약 유력
  8. 8합조단 2만3000명 1차 조사…2013년 12월 거래부터 검증
  9. 9문 대통령 “LH 의혹, 검경 협력 필요한 첫 사건”
  10. 10민주당, 내일부터 김태년 대행체제
  1. 1장인화, 부산 ‘경제수장’ 출사표…송정석과 2파전
  2. 2LG메트로시티 리모델링 설계 우선협상대상자에 ‘희림’
  3. 3정부, 가덕도 신공항 건설 TF단 구성…김해공항 확장안 완전히 백지화 의미
  4. 4공동어시장 코로나19집단감염에 경매 중단
  5. 5스마트항만 운영할 핵심 전문인력 부산서 키운다
  6. 6부산 지스타 최대 2028년까지 연다…영구개최 한 발짝 더
  7. 7미국 국채 금리 오름세 지속에 외국인 2월 한국 주식 3조 순매도
  8. 8포스코건설·삼성물산 위험한 작업 거부권 도입
  9. 9부산어시장 집단확진으로 경매 올스톱
  10. 10펄쩍 뛴 밥상물가…OECD 네 번째로 많이 올랐다
  1. 1[기자수첩] 부산경찰 내부 성범죄 ‘쉬쉬’…피해자 인권 뒤 숨지말라 /박호걸
  2. 2부산 돼지국밥집 유명 BJ 방송중 카메라에 딱 찍힌 ‘깍두기 재사용’
  3. 3부산 ‘관광비행 수학여행’ 본격화…위기의 항공업계 새 활로 가능성
  4. 4여성혐오 유발 안전표어…태영건설 안내판에 시민 공분
  5. 5가덕도 SOC 공사 올스톱…주민 “생존권 보장하라”
  6. 6뒤늦게 바뀐 백신지침에…구청장 ‘솔선수범 접종’ 물거품
  7. 7배달 대행업체 오토바이 몰던 50대, 신호위반 사고로 사망
  8. 8코로나19 확진자 하루만에 다시 400명대 중반으로
  9. 9동명대 새 총장에 전호환 부산대 전 총장
  10. 10양산종합복지타운, 이용자 중심 맞춤시설로
  1. 1손흥민·케인 14골 합작…EPL 단일 시즌 신기록
  2. 2“7월 KPGA 우성 대회 꼭 우승 하겠다”
  3. 3전인지 3개 대회 연속 ‘톱10’…부진 말끔히 털어내
  4. 4또 호수 넘긴 괴물 샷…디섐보, 통산 8승 번쩍
  5. 5부산 아이파크 박정인, K리그2 2R '베스트11' 공격수로 선정
  6. 6스트레일리 완벽투·프랑코 강속구…롯데 희망 봤다
  7. 7신세계야구단 “쓱 랜더스로 불러주세요”
  8. 8허훈·양홍석 쌍포 침묵…kt, 4연승 다음 기약
  9. 9박정인·발렌티노스 ‘골 맛’…페레즈호 첫 승 신고
  10. 10이대호·손아섭·민병헌 39억 깎았더니, 거인 연봉순위 8위(작년엔 1위) 추락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진보당 노정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국민의힘 이언주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축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
기고 [전체보기]
동백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안일규
MICE, ‘사회적 가치’로의 진화 /이태식
기자수첩 [전체보기]
동남권 메가시티 첫걸음…부산시·경남도 초정~화명 도로 협력부터 /박동필
불편한 목소리에 침묵…부산시교육감 소통 나서야 /김화영
김석환 칼럼 [전체보기]
‘능력주의’와 ‘예타만능’이라는 거짓말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해 뜨는 아침, 겨울 산의 속살을 보라
정치적이기엔 너무도 문명적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옛것에서 발견하는 변용
관현맹인과 여악의 전통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미얀마의 ‘거세 불안’
R2P와 중국몽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어묵의 별칭 ‘간또’
목포 ‘중깐’의 딜레마
사설 [전체보기]
“가덕 난공사 아니다”는 전문업체 주장 주목한다
한미 방위비 협상 타결…양국 동맹 강화 전기 되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청년기본소득’ 용납해선 안 되는 이유
공유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비핵평화, 중단없이 가야 할 길
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되나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이제명 칼럼 [전체보기]
탄소중립 어젠다의 가치와 미래
이홍 칼럼 [전체보기]
반기업정서 극복을 위한 싹이 텄다
카리스마에 대한 오해
장병윤 칼럼 [전체보기]
알바트로스, 오 알바트로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이제 어떤 부동산정책을 믿겠나
그 많은 낙하산 사라질까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강 건너 봄이 오듯
불멸의 연인
차재원 칼럼 [전체보기]
시장 보선 이후가 걱정되는 이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그 날을 기다리며
겨울나기
특별기고 [전체보기]
신공항 특별법 여론조사, 부정응답 유도한 질문들 /강경태
같이 잘 살되 올바르게 잘 사는 ‘노나메기’ 세상으로 /이청산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정희의 ‘세한도’ 열풍
김홍도의 ‘논을 가는 소’
  • 바다식목일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