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민주화 성지’는 그냥 얻은 이름 아니다 /염창현

예전 같지 않은 市 위상에 상상 힘든 추문 겹치면서 외부의 부산 평가 악화돼

위기마다 발휘됐던 저력, 이번에도 다시 솟아나길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정부 세종청사를 오가다 대전에 사는 부산 출신 사람을 알게 됐다. 고향 떠나온 지는 오래이고 아이들도 그곳에서 학교를 다닌다고 했다. 부산에 계시는 어머니를 뵙는 일을 뺀다면 남쪽으로 내려갈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런 까닭인지 사투리도 잘 쓰지 않는다.

이만하면 거의 충청도 사람이 됐을 법하다. 그런데 프로야구 말만 나오면 신기하게도 사정이 달라진다. 그는 ‘골수’ 롯데 자이언츠 팬이다. 여전히 ‘롯데에 죽고 산다’. 지난해에는 롯데가 정규리그에서 꼴찌를 했지만, 올해는 다를 거라며 열변을 토한다. 그럴 때 보면 영락없는 부산 사람이다. 이제는 사는 곳의 팀을 응원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끼어들 틈이 없다.

외국에 나가보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고향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아무리 멀리 떠나 있어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은 늘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게 마련이다.

이런 이들에게 최근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은 가슴에 비수로 꽂힌다. 좀처럼 대하기 힘든 지자체 수장의 성 추행 사건이 터진 뒤부터다. 아직 결말이 나지 않은 때문이지 관련 뉴스가 보도될 때마다 주위 사람들은 불쑥 이런 저런 질문을 한다. 호기심에서 묻는 거라면 그나마 이해가 된다. 그런데 때로는 듣기 거북한 말도 나온다. “민주화의 성지가 어쩌다가 그렇게 됐냐”부터 “부산 사람들 참 창피하겠네” “부산이 그렇지 뭐”라는 식으로 발언이 이어지면 분위기는 갑자기 싸늘해지기 마련이다.

나고 자란 곳, 오랫동안 삶의 터전이었던 곳이라 해서 지상낙원일 리는 만무하다. 그렇지만 자랑은 하지 못할지언정 비아냥거리는 말을 타지에서 듣고서도 마음에 상처가 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이 사안을 두고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는 것은 예상됐던 일이다. 지난 총선에서 진 야당은 주도권 회복을 위해서라도 거센 공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여당은 필사적으로 방어해야 한다. 앞으로 수사가 진행되면 누구의 주장이 옳았는지는 곧 밝혀진다. 그러나 어떤 결론이 나오든 부산 사람의 가슴에 새겨진 생채기는 쉬이 아물지 못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땅에 떨어진 부산의 위상 역시 쉽게 회복하기 힘들 수 있다.

‘부산이 우리 나라 제 2의 도시’라는 말은 한 때 진리에 가까웠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과연 앞으로도 이 등식이 유효할까. 확신하기 어렵다. 부정의 의미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가 그렇지 않은 이보다 더 많을지 모른다.

최근 발표된 여러 지표는 부산의 ‘제2 도시 수성’이 만만치 않음을 알리고 있다. 인구는 다른 도시에 추월당할 위기에 몰렸다. 전체 경제력도 예전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다. 일자리를 찾아 전국에서 사람이 몰려들던 때는 오래 전 의 일이 됐다. 게다가 주민의 평균 연령은 44.5세로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다. 미래 동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10년 뒤 부산의 모습이 걱정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마당에 시장 부재라는 대형 악재마저 터졌으니 참 허탈한 일이다.

다행히 지역에서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반갑다. 부산시는 시장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공직사회 고삐를 죄고 있다. 조직을 추스르는 한편 사회 각계와 소통도 강화 중이다. 머뭇거리다가는 내년 시장 보궐선거 때까지 남은 1년이 무주공산으로 흘러갈 우려도 있다는 절박감을 인식한 행보로 보인다.

상공계는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등 전임 시장이 추진하던 지역 현안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힘껏 돕겠다고 밝혔다. 부산시와 경제계 간 적극 소통도 주문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부산 경제가 고사 직전에 이른 현실을 고려할 때 시와 상공계의 협력은 필수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이 여야와 지역 상공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자고 부산시에 제안하고 나섰다. 혹시 깔려 있을 지도 모를 복잡한 정치적 계산을 제외한다면, 야당의 이런 시도를 애써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물론 워낙 변수가 많은 만큼 일련의 계획이 제대로 진척될지는 성급하게 단언하기 힘들다. 그래도 민·관·정이 어떻게든 시장의 중도 사퇴로 인한 공백을 메워야 한다며 머리를 맞댄 것은 아주 고무적이다. 네 탓, 내 탓을 하기에는 부산이 처한 상황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이다.

부산이 자초한 위기는 스스로가 푸는 것이 최선이다. 누가 문제를 대신 해결해줄 수 없는 노릇이다. 마찬가지로 떨어진 부산의 자존심 회복도 구성원의 몫이다. 부산은 역사의 중요 고비마다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저력이 발휘됐던 곳이다. 그 힘이 다시 살아나길 기대한다. 이건 타지에서 고향을 바라보는 부산 사람들의 바람이기도 할 터다.

세종본부장 haorem@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3. 3[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9. 9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10. 10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 1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2. 2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3. 3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6. 6[2026 국감 브리핑]조경태 “최고 시스템 갖춘 건기연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침하 연구해야”
  7. 7"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8. 8이 대통령 "관행·절차 얽매이지 말고 주택 공급 전격전 펼치길"
  9. 9통일부. 北 대남확성기 재개 위협에 “문제 해결 노력에 호응” 촉구
  10. 10이 대통령, "생애 첫 연금 지원사업 신청한 사람만? 실질적 불평등"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4. 4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8. 8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9. 9노르웨이 북극권 누빈 부산 청소년, 극지경험 공유의 場
  10. 10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6. 6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7. 7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8. 8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경남 강점 활용한 SMR 특구 만들자”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발가벗겨진 사우디
“난 짜장”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LCC 통합 때 약속한 부산 허브 구축, 정부가 이행하라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무색, 제도적 미비점 보완 시급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