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누가 부산을 이 꼴로 만들었나 /강필희

뇌물·특혜 의혹에 성추행까지…터졌다 하면 부산발 대형사고

“비선이 시정 좌지우지” 파다, 타지역민 앞에 얼굴 못 들 판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이 좀 이상해졌다. 인구나 지역내총생산(GRDP) 규모가 인천에 따라잡힌 지 오래됐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새삼 꺼내려는 것도 아니다. 이 도시를 지탱해온 마지막 자존심 같은 게 내려앉는 듯해서다. 불의에 굴하지 않는 의지로 나라의 민주화를 앞당기고, 타향인을 기꺼이 껴안는 포용성과 개방성으로 국난 극복에 힘을 보탠 게 부산이다. 뿐인가. 세계적인 무역항과 산업자본 덕분에 한때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한쪽으로 쏠린 듯해도 결정적인 순간엔 정치적 균형을 잡아온 곳도 부산이다. 서슬 퍼런 전두환 신군부의 민정당 후보 낙선자 5명 중 3명이 부산에서 나온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대통령을 3명이나 배출한 것도 자랑이라면 자랑거리다. 하지만 그런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는 사실이 요즘처럼 부끄러웠던 적이 없다. 부산이 왜 이렇게 되었나. 이게 부산 시민의 잘못인가.

이 굴욕감의 근원이 어디인지 한번 따져보자. 전임 서병수 시장 재임 4년동안 부산시청은 9번이나 압수수색을 당했다. 시장의 최측근인 정무특보는 뇌물을 받아 구속되고 경제특보는 엘시티 사건으로 쇠고랑을 찼다. 하위직부터 고위직까지 채용 비리, 납품 비리, 부동산 투기 등 혐의도 다양했다. 전국을 뒤흔든 엘시티 게이트로 지역의 정관계 인사들은 줄줄이 사법처리됐다. 부산에서 유력자인지 여부는 엘시티 선물 발송 명단에 포함돼 있는지 아닌지로 구분된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였다. 이런 뉴스가 전국민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사이 상처받지 않은 부산 시민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조금 다를 줄 알았던 민선 7기는 오히려 두세발 더 나갔다. 비위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 부산의 경제부시장으로 온 것만도 사실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더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유재수 전 부시장에 대한 의혹이 봇물을 이루는데도 엄호하기 바빴던 오거돈 전 시장의 태도다. 그는 조국 전 민정수석의 딸 장학금 특혜 의혹 때문에 해외 출장 중 시장 집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부산과는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이 저지른 비리 때문에 부산이 도매금으로 넘어가고, 권력자 자녀의 불공정 학사 관리에 부산 교육계가 동원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한꺼번에 몰아쳤다. 전국민의 이목이 쏠린 ‘조국’ ‘유재수’ 사건의 진원지가 모두 부산이었던 것이다. 누군가의 자리 욕심, 누군가의 자녀 욕심에 부산이 이용됐을 뿐 이런 일을 초래하거나 방조한 건 시민이 아니다. 오 전 시장은 뒤늦게 “부산시도 피해자”라고 항변했지만 진짜 피해자는 부산 시민이다.

우리는 이제 현직 시장이 성추행 사실을 자백하며 시장직을 자진 사퇴하는 장면을 TV생중계로 지켜봐야 하는 참담한 경험까지 갖게 됐다. 전무후무한 스캔들을 일으키고도 오 전 시장은 보름 가까이 잠적 상태다. 지방자치 23년만에 처음으로 시정의 주체 세력을 바꾼 시민의 기대를 이렇게 배신해도 되는 건지 묻고 싶다. “자랑스러운 부산을 만들겠다”고 큰소리치던 사람들이 부산을 이렇게 망쳐놔도 되는 건지 묻고 싶다.

사람이 원하는 직위와 명예를 얻기 위해서는 들이지 않으면 안되는 노력이란 게 있다. 그 노력이 인정받고 대접받아야 건강한 사회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정치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해 버렸다. 땀의 가치는 간데 없고 누군가의 줄을 잡고 낙하산처럼 내려 꽂히는 게 능력으로 박수받는 세상이 되었다. 정치로 입신하고 정치로 양명하지 못하는 사람만 바보다. 공무원 사회에선 9급으로 시작해 6급으로 마감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5급 사무관을 달고 퇴직하면 가문의 영광인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그런 곳에 힘 가진 자의 영향력으로 뒷문 입장한 것으로도 부족해 고위직까지 꿰찬 사람이 수두룩하니 공직사회가 잘 돌아갈 리가 없다. 그런 사람을 상관으로 둔 공무원들의 사기가 진작될 리도 없다. 불공정 속에서 공정을 외쳐본들 돌아오는 건 냉소 뿐이다.

민선 7기 출범 이후 부산시 주변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온 게 비선 실세 이야기다. 과도한 정무라인 배치 때도 그랬고, 오 전 시장의 무리한 유재수 감싸기 때도 그랬다. 비선은 공식 직책을 가진 자들이 아니다. 그런데도 부산시 인사는 모두 이들로 통한다는 말이 파다했다. 그래놓고 정작 ‘유재수’나 ‘오거돈’같은 대형 사고가 터지자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350만 시민의 시정을 담당하는 시청이 진공 상태인데 수습하는 사람도 없다. 권력의 장막 뒤에서 막강한 영향력은 행사하지만 장막이 걷히는 순간 실체는 연기처럼 사라져버리는 게 비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때문에 탄핵이라도 됐다. 그러나 부산시정을 망친 대가는 누구도 치르지 않고 있다. 그저 부끄러움만 부산 시민의 몫으로 남았다.

논설위원 flute@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중동 바퀴벌레 부산에 터 잡았다…감만항에 바글바글
  2. 2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흐려져…가끔 비 내리는 곳도
  3. 3[속보]트럼프 노벨평화상 불발에 격앙 “8개 받았어야”
  4. 4한화 김경문 감독·손혁 단장 동반 퇴진…후임 인선 착수
  5. 51245회 로또 복권 1등 10명…당첨금 각 30억 651만 원씩
  6. 6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9.5원… 전주보다 1.3원 ↓
  7. 75t건설기계로 용접 작업자 들이받아 숨지게 한 무면허 운전자 징역 1년
  8. 8‘갑자기 와르르’ 대구 마트 천장 붕괴에 36명 다쳐
  9. 9푸틴과 손잡은 트럼프, 러시아 경유 공급키로…대러 제재 완화
  10. 10[속보] 서울서 지인 여성 찌르고 도주한 영국인, 9일 만에 영국서 검거
  1. 1與 “한동훈 딸 수사 덮었나”…법무장관 당시 수사개입 의혹 공세
  2. 2나경원 ‘젤렌스키 감사 서한’에 與 “매국”…나 “친북 정권”
  3. 3국힘 “李 대통령, 北 저자세 정동영 즉각 경질하라”
  4. 4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5. 5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6. 6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7. 7李대통령 “능력 안되면서 큰자리 요구하다 안 되니 내부 공격”
  8. 8‘정청래 비자 보류’에 민주당은 유감…국힘 “한미동맹 균열”
  9. 9이 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37%…민주당 35%, 국민의힘 26%
  10. 10李대통령 “우리 말과 글의 힘이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
  1. 11245회 로또 복권 1등 10명…당첨금 각 30억 651만 원씩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9.5원… 전주보다 1.3원 ↓
  3. 3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4. 4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5. 5부산 찾은 외국인 올 1~8월 343만 명 돌파…프랑스 관광객 작년보다 111%↑
  6. 6전재수 “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조속 통과…소급적용도 추진”
  7. 7[뉴스 분석]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국책사업 발목 자성 촉구 목소리(종합)
  8. 8태웅, 1년 갈등 ‘봉합’…노사정 상생협약 체결
  9. 9‘극지해양 독후감’ 공모전 대상 고등부 김세형, 대학·일반부 하웅 씨
  10. 10부산항 오는 배 위치 실시간 확인
  1. 1중동 바퀴벌레 부산에 터 잡았다…감만항에 바글바글
  2. 2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흐려져…가끔 비 내리는 곳도
  3. 35t건설기계로 용접 작업자 들이받아 숨지게 한 무면허 운전자 징역 1년
  4. 4‘갑자기 와르르’ 대구 마트 천장 붕괴에 36명 다쳐
  5. 5[속보] 서울서 지인 여성 찌르고 도주한 영국인, 9일 만에 영국서 검거
  6. 6천장 마감재 와르르…주방용품 판매 중 날벼락에 38명 부상(종합)
  7. 7[속보]법원 선처 받아 출소한 날 택시기사 얼굴에 주먹 휘두른 50대
  8. 8경찰, 대구 상가 천장 붕괴 사고 수사전담팀 구성…33명 투입
  9. 9[속보] 청주공항 이륙 전 승객 보조배터리에서 화재…인명피해 없어
  10. 10한글날 연휴 둘째 날 북항에 5만9천명…‘부캉이’ 누적 방문객 127만명
  1. 1한화 김경문 감독·손혁 단장 동반 퇴진…후임 인선 착수
  2. 2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3. 3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4. 4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5. 5김영광, 보복 운전 사과 “운전 습관 돌아보겠다”
  6. 6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7. 7“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8. 8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9. 9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10. 10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배우 한선화
유튜브 쇼츠 정치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삼전 영업익 107조 시대…미래기금 지방우대 필요하다
‘부캉이 열풍’이 던진 부산관광 활성화의 과제
세상읽기 [전체보기]
빚을 물려받는 사회
부자(富者)가 되고 싶다면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