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김용석 칼럼] 초선 의원들은 잘할 수 있을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5-07 19:28:21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제21대 국회의원 가운데 초선 의원이 151명이라고 한다. 과반이 넘는 숫자다. 의정 경험 있는 의원 수가 줄어든다는 건 국회 역사에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과거에 잘못이 많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 말하듯 물갈이를 하는 것이고, 초선 의원에 거는 기대 또한 커진다.

그림 서상균
4·15 총선 직후부터 초선 의원들은 각종 인터뷰에 응하고 다양한 토론에 패널로 참여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토론 방송을 시청하다 채널을 돌렸다. 초선 의원들의 ‘언어’가 어쩌면 저렇게 구정치인이 쓰던 말과 똑같을까 하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떤 사안을 표현하는 방식도 선배 의원들을 따라 하는 것 같았다. 초선 의원들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생겼다.

말이 중요하다. 우리는 언어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단순한 표현수단이 아니라 생각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다. 구습에 젖은 언어를 사용해 버릇 하면 생각도 낡게 된다. 한 가지 예만 들자면, 여야를 막론하고 지금까지 정치인이 빈도 높게 사용했던 줄임말이 ‘내로남불’이다. 너무 익숙해 그 뜻풀이는 필요도 없으리라. 이 정치적 술어(?)의 전략적 본질은 ‘과거를 들추어내는’ 데에 있다. 과거에 정당화되었던 어떤 행위와 연관하여 이를 뒤집어 상대를 비난하거나 자신을 방어할 때 주로 쓰기 때문이다. ‘새로움’의 상징이자 실체인 초선 의원이라면 이런 낡은 표현은 피하는 게 좋다.

앞으로 ‘내로남불 하지 않겠다’고 다짐할 때도 굳이 그 표현을 가져다 쓸 필요 없다. 자꾸 쓰다 보면 그 말의 프레임에 사고가 갇히게 되고, 행동 또한 그렇게 되기 쉽다. 구습을 고치는 일은 작은 것,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국회의원 같은 고위 공직자라면 ‘구태 정치 언어 목록’이라도 만들어 매일 조금씩 고쳐나가는 노력도 해야 한다. 치국(治國)의 현장에서 일할 때도 일상의 수신(修身)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 또한 여기 있다.

물론 초선 의원이 반드시 ‘정치 신인’은 아니다. 그 가운데는 직·간접적으로 정치를 해온 사람도 적지 않다. 지방선거에서 총선까지 출마 경험 있는 사람도 있고, 정부 요직을 맡았던 사람도 있으며, 시민운동가로 활약하던 이도 있고, 각 정치 진영의 논리를 대변해오던 논객도 있다. 그럼에도 국민은 초선 의원들에게 ‘처음’이라는 말의 신선함을 담보하는 생명력과 활력을 기대한다. 아니 국민은 더 이상 기대할 것 같지 않다. 그동안 기대가 배신당한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국민은 요구할 것이다. 초선 의원들이 권력의 낡은 냄새를 풍기는 것을 경계하고, 신선한 활력으로 창의적인 정치를 해나가라고 요구할 것이다.

요구라는 말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것 같아,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초선 의원들에게 몇 가지 부탁을 하고 싶다. 첫 번째 부탁은 아주 기본적인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라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대부분 국회의원은 선거제도 운용상 지역구에서 선출되지만, 지역구의 대표가 아니라 나라 전체의 대표이다.

선거 유세 동안 ‘지역구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약처럼 말했고, 당선 후 인터뷰에서도 ‘지역 사안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할지라도, 자기 지역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주된 임무는 아니다. 지역구의 사안을 국회에 가져와 다루더라도 나라 전체의 이익이라는 맥락에서 토의되어야 한다. 이것은 대의 민주주의 원칙 가운데 하나인데 종종 망각되거나 무시된다.

두 번째로 부탁하고 싶은 것도 아주 기본적인 것이다. 국회는 ‘말하는’ 곳이다. 국회는 물론 입법하는 곳이고, 입법을 위해 의결하는 곳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법안을 놓고 토론하는 것이다. 그것도 제대로 된 토론을 해야 한다. 의회 민주주의 전통이 오래된 영국에서 상하 양원을 통칭해 팔러먼트(Parliament)라고 하는데 그 어원적 의미는 ‘말하다’이다.

말 잘하는 사람들이 의원이고, 의원들은 말을 잘해야 한다. 제대로 된 토론 없는 의회는 속된 말로 ‘팥소 없는 찐빵’보다 더 퍽퍽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말솜씨와 토론 능력은, 그것이 본 회의든, 분과위든, 각종 청문회든, 어느 정도 수준인지 이미 잘 알려져 있지 않은가. 소리를 내지르는 것과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한 가지 팁을 준다면, 언성을 높이지 않고도 자신의 주장을 폐부 찌르듯 전달하는 것, 그것이 토론의 기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실히 준비해야 하는데, 그래서 세 번째 부탁을 하려고 한다.

공부해야 한다. 공부하지 않고 좋은 법안을 발의할 수 없고, 의결을 위한 토론을 할 수 없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에서 국회도서관은 그 나라 최고의 도서관이다. 공부하려고 마음 먹으면 지식 인프라가 아주 잘 되어 있는 세계에 푹 빠질 수 있다. 앞서 말했듯 공부하고 생각해야 새로운 언어, 새로운 어법, 새로운 대화법, 새로운 토론 기법을 개발해낼 수 있다. 청량하면서도 감동적인 연설을 할 수 있다.

네 번째 부탁은 좀 미안하지만 정신적인 것이다. 국회의원을 이번 ‘한 번만 할 각오’로 임기를 시작하기 바란다. ‘다음번’을 염두에 두면 다음번은 없을 것이다. 국민의 정치의식은 날로 바뀌고 있다. 진인사대민의(盡人事待民意), 할 일을 다 하고 국민의 뜻을 기다려야 한다. 5월 10일은 ‘유권자의 날’이다. 국회의원의 날도 대통령의 날도 없지만, 유권자의 날은 있다. 그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

마지막 부탁은 제법 실용적인 것이다. 21대 국회 개원 전에 준비하고 가기 바란다. 5월 30일 개원까지 3주나 남았다. 차분히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준비하기 바란다. 앞으로 4년 동안 이런 시간을 가질 기회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지는 자기만의 시간을 갖게 되면 자연히 많은 것이 떠오를 것이다. 이제 ‘국민의 대표’가 된 모든 초선 의원님들께 당선을 축하드린다.

철학자·문화비평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북항복합환승센터 3.3m 단차분쟁, 법원 조정안 확정
  2. 2산청 대원사계곡길, 3.5㎞에서 5㎞로 연장 개통
  3. 3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내일까지 10∼60㎜
  4. 4김장철 앞두고 재룟값 희비… 주요 채소는 내렸으나 양념은 올라
  5. 5IMF, 韓잠재성장률 2년 연속 상승 전망…40년 만에 처음
  6. 6북울산역세권 개발 본격화
  7. 7아궁이 불 지핀 후 방치…김해 목조 단독주택서 불
  8. 8'여론조사비 대납 혐의' 오세훈 2심 내주 선고
  9. 9[속보] 부캉이 ‘북항살이’ 한 달째…누적 방문객 150만명 넘었다
  10. 10롯데 ‘러브 패밀리 페스티벌’ 부산서 첫 개최
  1. 1울주군의원 의정비 8.3% 인상
  2. 2국힘, 秋 ‘재정 빨대’ 발언 사과에 “‘사과 바라시니까’…끝까지 오만”
  3. 3李대통령, 부천 화재 순직 소방관 조문…“영원히 기억할 것”
  4. 4[속보] 추미애 '소방 재정 빨대' 발언 사과…“폄훼 의도 없어”
  5. 5김민석, '재정 빨대' 발언 사과... "추미애에게도 사과 요청했다"
  6. 6[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7. 7[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8. 8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9. 9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10. 10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1. 1김장철 앞두고 재룟값 희비… 주요 채소는 내렸으나 양념은 올라
  2. 2IMF, 韓잠재성장률 2년 연속 상승 전망…40년 만에 처음
  3. 3롯데 ‘러브 패밀리 페스티벌’ 부산서 첫 개최
  4. 4효성중공업, 창원 초고압차단기 신공장 준공…AI 전방수요 폭증 영향
  5. 5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6. 6"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7. 7"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8. 8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9. 9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10. 10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1. 1북항복합환승센터 3.3m 단차분쟁, 법원 조정안 확정
  2. 2산청 대원사계곡길, 3.5㎞에서 5㎞로 연장 개통
  3. 3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내일까지 10∼60㎜
  4. 4북울산역세권 개발 본격화
  5. 5아궁이 불 지핀 후 방치…김해 목조 단독주택서 불
  6. 6'여론조사비 대납 혐의' 오세훈 2심 내주 선고
  7. 7[속보] 부캉이 ‘북항살이’ 한 달째…누적 방문객 150만명 넘었다
  8. 8교도소에 자리 없어서…올해 형집행률 60% 미만 가석방자 급증
  9. 9함양군의회, 외유성 국외 출장 근절 나서…임기 만료 1년 전부터 금지
  10. 10'내란 중요임무 종사' 박성재 2심 내주 선고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