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스포츠는 등산이다. 한국갤럽이 2004년부터 2019년까지 16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한국인이 좋아하는 취미 중 등산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또 지난해 ‘월간 산’이 주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매월 한 번 이상 등산이나 트레킹을 즐기는 국민은 전체 성인의 62%에 해당하는 260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등산인구가 늘었다고 올바른 등산문화가 정착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3분의 2가 산이지만 대부분 그리 높지 않아 언제 어디서든 접근이 수월하다. 등산에 대한 지식은 물론 자연에 대한 상식조차 없어도 등산은 항상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정부는 등산 붐을 사회현상이라 여기고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비록 늦었지만, 관계 당국은 산악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절실하고 시급한 것이 교육이다.
국내 등산 교육기관은 1974년 문을 연 한국등산학교를 비롯해 2018년 개교한 국립등산학교 등 60여 개가 있다. 기존 등산교육 프로그램은 암벽·빙벽·해외원정·고산 등반 등을 통해 자아발견의 가치를 추구하는 ‘전문등산인’ 양성을 위한 것이다.
한편 트레일 하이킹 트레킹 백패킹 등으로 명산을 찾아 즐기며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생활등산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전무하다. 따라서 전체 산행인구의 90%를 웃도는 생활등산인의 건강하고 안전한 등산 활동을 위한 ‘국민건강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이 요구된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를 맞아 생활등산인 대부분은 사회적 환경에 의해서 일어나는 질병에서 벗어나고자 등산을 선택한다. 불과 40~50년 전만 해도 사회적 질병은 영양 부족으로 생기는 폐결핵 간질환 등 소모성 질환이 대세였다. 하지만 지금은 과다 섭취와 운동 부족으로 영양이 넘쳐나 발생하는 대사증후군의 위험에 국민 대다수가 노출돼 있다. 이런 건강 위협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은 약물치료와 운동이다. 그래서 생활등산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다.
특히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 암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발병 전 예방·관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다. 그러므로 각종 성인병의 원인인 비만 예방과 해결을 위한 지방분해 산행방법, 다이어트 산행방법 등을 개발하여 널리 보급하고 국민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 시행은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사회경제적 손실을 줄이는 두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국민 안전을 위한 ‘등산 사고 대처·예방 교육 프로그램’ 개발 또한 시급하다. 행정안전부의 ‘2018년 재난연감’에 따르면 최근 2년간 1만4000여 건의 등산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440명이 사망·실종하고 1만여 명이 부상했다. 사고 원인을 보면 기상악화나 낙석 등 자연적 요인보다는 실족·추락, 조난, 개인 질환, 안전수칙 불이행 등 인위적 요인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인위적 사고는 산의 위험을 제대로 알고 대처 능력을 기른다면 예방할 수 있다. 문제는 등산에 대한 인식이다. 낙동강을 헤엄쳐 건너려면 수영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등산은 그냥 올라갔다 내려오면 된다는 후진국형 인식이 목숨까지 앗아간다. 오늘날 교육 프로그램의 부재가 인위적 사고와 바르지 못한 윤리와 문화로 나타난다. 생활등산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이 절실한 이유다.
교육에는 누구나 쉽게 참가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산악환경은 등산에 관한 전문자격증이 필요할 정도로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 않다. 따라서 교육시설을 여러 곳에 마련해 언제 어디서든 자신에게 알맞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국민건강 등산교실’을 운영한다면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다.
국민이 등산 활동을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이로 인해 사회경제적 비용이 줄고, 교육을 통해 사고를 예방한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함은 당연한 이치다. 관계 당국은 비록 간접적인 효과지만 이것이 국리민복임을 자각하고 등산 활동을 더욱 장려하고 지원·육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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