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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법률] 중학생 성폭행 사건에 대한 다른 관점 /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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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5-06 19:30:46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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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학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엄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40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피해자 측은 동급생에 의한 집단 성폭행이 발생하자 교육·수사당국에 진정했으나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4개월이 지나서 가해 소년들의 구속영장을 신청해 비난을 자초했다.

부실수사와 뒷북 대책 마련 논란은 과거부터 수없이 반복된 패턴이다. 핵심은 청소년 범죄에 대한 사법기관의 대응과 소년범죄에 대한 엄벌 여부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형법 개정안은 의제강간 연령 기준을 13세에서 16세로 상향하기도 했다. 근본적으로는 관료제에 대한 거시적 접근까지 시야를 확장해야 청소년 범죄에 대한 해법이 보인다.

관료제의 속성은 생산성과 무관하게 신분이 보장되니 고객 요구에 둔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상명하복 문화와 보신주의가 강해 고객 지위에 따라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반대로 뭉기적거리는 일이 생긴다. 따라서 관료문화를 바꾸려면 부실 수사를 한 경찰 감사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공무원 소환제와 민간 통제장치 강화는 물론 공무원법에 대한 입법적 개혁이 필요하다.

엄벌주의 논란도 기계적인 양비론보다는 정책 의제화에 집중해야 한다. 강하게 처벌하는 것 못지않게 엄벌의 내용이 실제로 소년을 보호해 재범 방지에 기여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령 엄벌주의의 한 형태인 소년교도소는 일제의 영향을 받은 일반교도소와 똑같은 구조다. 이래서는 범죄 재발 방지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청소년 전문가들이 교정주체가 돼 교육지향적이고 탈관료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청소년 중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은데 소년교도소의 운영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보도는 본 적이 거의 없다. 보호주의를 유지해도 청소년의 사회복귀를 위한 교육성이 낮고 형식주의 성격이 강하면 실효성이 낮다. 현행 소년원도 학교 프로그램을 일부 도입하고 있으나 계급제 관료들과 무도 실무관들이 교정주체라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소년범죄의 재범율이 낮아지지 않는 것은 청소년 교정제도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소년 범죄를 엄벌하라는 요구가 있을 때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낙인을 강화시킨다”면서 교정 우선주의를 내세웠다. 실제로 소년범죄에 대한 보호주의 주장은 인권주의의 상징으로 이미지화되었고 사법부 역시 비교적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 추세다. 따라서 현행처럼 교육 우선의 보호주의를 유지하려면 폐쇄적 교정관료 독점체제의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청소년 교정은 군대처럼 수직적 질서가 중요한 관료 계급체제와는 비친화적인데도 우리는 여전히 일제 지배의 잔재인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독점구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정 관료독점의 폐해를 간파한 영국은 이미 소년교도소·소년원·보호관찰소의 운영을 민간에도 개방해 관료형과 경쟁시키고 있다. 그 결과 질적 전환에도 부분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소년원장과 같은 교정책임자를 관료 엘리트에게 독점적으로 맡길 것이 아니라 종교인·교육자나 인권운동가와 같은 민간인에 개방해 관료형과 경쟁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종교형이나 시민단체 주도형 민영소년원을 만들어 관료형 교정기관과의 장단점을 비교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민영 소년교정기관의 설치에 관한 법(가칭)을 제정해 전국 10개의 소년원과 57개 보호관찰소 중 일부 운영을 민간에 맡기고 공무원법을 개정해 보호관찰소장(소년원장)을 민간인으로 충원하는 구조로 나가야 한다. 동시에 인본성과 전문성이 겸비된 사람이 소년교정직에 입직할 수 있도록 채용구조도 개혁하자. 시민단체가 소년 교정기관 평가에 참가하는 것도 필요하다. 언론에게는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더불어 선진화된 교정시스템에 대한 탐사보도를 주문하고 싶다.

동서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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