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확산 기세가 꺾였다고 해도 아직 끝은 보이지 않는다. 바이러스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르니 불안감이 높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길에서 마주 오는 사람을 일부러 멀리 떨어져 지나치는 행동이 자연스러워졌다. 과연 우리 바다는 바이러스에 안전할까.
바이러스는 라틴어로 독을 뜻하는 비루스(virus)에서 유래했다.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독감, 조류독감(AI), 간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식중독, 출혈열, 메르스(MERS)나 사스(SARS) 같은 호흡기 질환, 종양, 대상포진 등 여러 질병을 일으킨다. 동물이나 식물에게도 구제역이나 담배모자이크병 등을 유발한다. 코로나 사태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지만, 바이러스에 의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양돈농가는 지금도 이중고에 시달린다.
대부분 바이러스는 특정 생물을 숙주로 한다. 그렇지만 최근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바이러스감염증은 동물에서 비롯된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도 질병을 일으킨다는 특징이 있다. 코로나19를 일으킨 바이러스도 박쥐에게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유전적인 유사성이 있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판단한다. 동물 바이러스가 사람에게도 감염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특성을 모두 가졌다. 살아있는 동·식물이나 미생물 세포 안에서는 증식이 가능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증식을 못한다. 숙주를 감염시킨 후, 숙주의 복제 시스템을 이용해 숫자를 늘려간다. 이런 점에서 생물의 특성을 가진다. 그렇지만 숙주의 몸 밖에서는 유전물질인 핵산(DNA나 RNA)을 단백질로 둘러싼 구조를 가진 무생물이다.
바이러스는 아주 작다. 광학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다. 보통 수십~수백 나노미터(nm) 정도다. 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미터, 즉 1밀리미터를 100만 개로 나눈 길이다. 전자현미경 정도 배율을 갖춰야만 확인이 가능하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공에 못을 박아놓은 모양이 태양 둘레의 코로나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바다에는 육지보다 더 다양한 생물이 산다. 당연히 바다에도 바이러스가 있다. 그렇지만 크기가 워낙 작아 실체가 파악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바다에 사는 바이러스 수는 약 10의 30제곱(1030)이다. 10은 0이 한 개, 1억(100,000,000)은 0이 8개, 1조는 0이 12개다. 그보다 훨씬 많은 30개나 붙어있으니, 천문학적 숫자다. 생물량으로 따지면 전체 바이러스의 무게는 지구에서 가장 큰 대왕고래 수천만 마리 몸무게와 맞먹는다. 해양생물학자들은 전 세계 바다에서 채집한 시료를 분석해 약 20만 개의 바이러스 유전체를 확인했다고 지난해 4월 발표했다. 그 정도로 다양하고 많다.
바다에서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백 건 이상의 생물 집단폐사가 보고된다. 바이러스에 의한 폐사도 상당수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해양 바이러스는 박테리아부터 우리가 식용하는 조개 새우 고래까지 다양한 해양생물을 숙주로 삼아 증식한다. 아데노바이러스는 고래와 바다사자 등 해양포유류를 감염시켜 간의 괴사를 가져온다. 헤르페스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물범과 고래에게, 코로나바이러스는 물범에게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 경우도 있다. 이리도바이러스는 우리가 식용하는 참돔, 넙치(광어), 농어, 방어, 조피볼락(우럭) 등을 감염시킨다. 우리나라의 연안 가두리 양식장에서 기르는 돌돔이 대량 폐사한 일이 있다.
감염성 해양바이러스는 해류를 따라 자연적으로 유입되는 경우도 있고, 선박평형수나 수입 수산물을 통해 인위적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해류를 따라 들어오는 바이러스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선박평형수 처리기준을 강화하고, 수입 수산물 검역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구온난화로 오랜 세월 얼음 속에 잠자던 바이러스가 깨어나 활개칠 수 있다. 현장조사에 따르면 북극해에 더 다양한 바이러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 깬 바이러스가 이미 바다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의 당위성이 하나 더 늘었다.
바다도 바이러스 안전지대가 아니다. 2013년부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환경공단, 부경대학교, 국립수산과학원 등에서 해양 바이러스 연구를 해오고 있지만, 아직 우리 지식은 토끼 꼬리만큼이나 짧다. 바이러스 공격은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바다는 우리 미래를 책임져줄 보물창고다. 바다가 건강해야 우리도 산다. 바이러스로부터 바다의 건강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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