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해체연구소 착공이 내년 하반기에 이뤄진다고 한다. 산업자원통상부가 어제 국무회의에서 그 계획을 보고했다. 원전 밀집지역으로, 이 연구소 조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부산·울산 입장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미래 신성장동력인 원전해체산업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연구소 시설의 건립이 본궤도에 오르게 되어서다. 지난해 4월 두 시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양해각서를 체결할 당시 산업부가 내년 하반기 설립을 목표로 제시했던 걸 감안하면, 추진이 그만큼 지연된 셈이다.

연구소 조성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온 점도 무게를 더한다. 우선 경수로 해체 연구를 담당하는 본원은 고리원전 인근 부산·울산 접경지 7만3000㎡에 5개동 규모로 들어선다. 그 분원 격인 중수로해체기술원은 월성원전 인근 경주시 양남면 나아산업단지 2만4000㎡에 3개동 규모로 건설된다는 내용이다. 이들 시설은 고리1호기 등 영구정지된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베드(시험장), 인력 양성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그 임무가 막중하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올해 연구소 법인 설립과 건축설계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공공기관 출연금 1934억 원과 국비·지방비 1289억 원으로 구성된 총사업비 3222억 원 확보, 이를 통한 관련 장비 구축도 제대로 진행돼야 한다. 아울러 고리1호기의 해체작업에 속도를 내는 게 필요하다. 2017년 6월부터 영구정지된 상태이나 해체가 늦어지고 있어서다. 그러니 연구소가 들어서라도 가동에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우려가 높다.

원전 해체는 약 549조 원대의 글로벌 산업분야다. 국내만 해도 원전 25기 중 12기가 2030년 전에 수명이 끝난다. 절반이 10년 내 폐로되는 셈이다. 또 세계에서 운영 중인 450기 중 68%가 30년 넘은 것이라, 2020년대 중반 이후로는 원전해체시장이 본격 확대될 게 뻔하다. 그런데 해체실적을 가진 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3개국뿐이다. 따라서 우리가 철저히 준비·대처하지 않으면, 시장 선점은커녕 경쟁에서 뒤처진다. 원전해체연구소는 그런 경쟁력 확보의 산실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