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20일 현재 사망자가 미국 4만여 명을 포함해 15만 명을 돌파했다. 우리나라도 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으나 미·중·유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적은 편이니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코로나19의 충격파는 상상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우리의 삶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필자도 연초부터 여러 가지 당황스러운 일을 겪어야 했다. 지난달 인도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제36차 세계지질과학총회(IGC)가 불과 일주일을 남겨놓고 오는 11월로 연기됐다. 부산시와 대한지질학회·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2024년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제37차 IGC를 앞두고 대규모 인원을 보내기로 했었는데 급속히 퍼지는 코로나19를 피해갈 수 없었다. 온라인 강의와 같은 비대면 수업도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더욱이 신종 바이러스의 확산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으므로 그 심각성은 매우 크다.

작금의 상황은 가이아 이론(Gaia hypothesis)을 생각하게 된다. 가이아 이론은 1970년대에 영국의 화학자인 제임스 러브록과 미국의 생물학자인 린 마굴리스가 주창했다. 지구가 단지 대기에 둘러싸인 행성이 아니라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작용하면서 생명체가 유지될 수 있도록 복잡한 시스템을 스스로 조절해 나가는 하나의 생명체이자 유기체라는 가설이다. 쉽게 얘기하면 지구는 “자기조절(self-regulating) 기능에 의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는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것이다. 물론 가이아 이론은 진화생물학자와 지질학자를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슈테픈 제이굴드는 가이아 이론을 단지 은유적인 표현(a metaphor, not a mechanism)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가이아 이론은 지금까지도 지구에 생명체가 정착하게 된 기작을 설명하거나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환경문제와 연관되어 끊임없이 인용되고 있다.

가이아 이론에서는 항상성(homeostasis)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이는 생명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라고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인간의 체온을 물질대사에 가장 적합한 36.5도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유사한 원리를 지구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지구가 형성된 초기에는 태양이 방출하는 에너지가 적었기 때문에 이론상 지구가 얼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를 ‘어두운 젊은 태양의 역설’이라고 한다. 그 후 태양 에너지가 점차 증가했지만 지구의 온도는 생명이 탄생한 35억년 이전부터 마치 자동온도조절장치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생명체가 유지되기 좋은 15도 근처의 좁은 범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기 중의 산소 농도가 21% 정도의 안정된 수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나 해수의 염분 농도가 약 3.4%로 유지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산소 농도가 1%만 높아져도 낙뢰에 의한 산불 발생이 70% 증가하고 해수의 염분이 6%로 증가하면 대부분의 해양생물이 멸종한다고 한다. 과연 이와 같은 현상을 기막힌 우연의 일치로 생각할 수 있을까.

식물은 지구상의 다른 생물들을 위해 산소를 생성하며, 미생물들은 영양분을 만든다. 동물은 식물을 먹으면서 물질순환을 돕는다. 지구시스템을 구성하는 각각의 구성 요소는 저마다 자기만의 역할을 수행한다. 지구는 스스로 모든 생물에 적합한 환경 조건을 만들어 준다.

그렇다면 지구 시스템에서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 환경론자들은 인간을 지구에 온갖 해악을 끼치는 암세포나 바이러스와 같은 존재라고 규정한다. 오직 인간만이 지구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깨끗한 대기를 보여주는 위성사진이 보도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코로나19로 중국의 공장이 멈추면서 대기오염이 급격하게 감소되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인간이 가이아의 관점에서는 바이러스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단순한 독설로 생각하기 어렵게 한다. 지금 우리는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지만 스스로가 바이러스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지금의 상황이 지구를 지키기 위한 가이아의 경고일 수도 있지 않을까?

부산대 지질환경과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