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끝났다. 국민 모두 당선인들이 나라를 잘 이끌어가기를 바랄 것이다. 고대 중국에는 요순시대가 있었다. 요임금과 순임금이 다스렸던 시대로 이상사회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논어’에는 순임금의 정치를 무위(無爲)의 정치라고 한다. 무위의 뜻에 대하여는 여러 말이 있지만, 어쨌든 순임금이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해 본인은 별로 할 일이 없었다는 뜻이다.
한편 요임금은 나라를 다스린 지 50년이 되자 천하가 잘 다스려지고 백성이 즐거운 생활을 하는지 확인하려고 평민 차림으로 나라를 돌아보았다. 그때 어떤 노인이 땅을 두드리며 장단을 맞춰 ‘격양가’를 부르는데 “해가 뜨면 일하고/해가 지면 쉬고/우물 파서 물 마시고/밭을 갈아 밥 먹으니/임금의 덕이 내게 무슨 소용 있으랴”는 내용이다. 이 노래를 들은 요임금이 태평세월이라고 생각하며 만족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평소 공기를 잘 인식하지 않고 사는 것처럼 정치를 생각하며 걱정하지 않고 평온한 일상을 영위하는 게 태평세월이라는 뜻이다. 이순신 장군은 위대하지만, 이순신의 위대함을 모르고 지내는 태평세월이 이순신이라는 영웅이 등장하는 난세보다 훨씬 나은 것처럼 말이다.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정치인이 사회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좋은 상황이 아닐 때이다. 이번의 높은 투표율은 많은 국민이 헌법상 자기 권리를 행사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로 국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열망을 담고 있어 마냥 반갑지만은 않고 걱정도 된다. 당선인들에게 고단한 앞길이 예고돼 있는 것이다.
‘장자’에 보면, 물고기가 샘이 말라버린 땅에서 서로 살려주려고 물을 토해 상대를 적셔주며 고마워하고 감동하기보다 강과 호수에서 서로 잊고 사는 게 낫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치도 이처럼 그것을 바라보며 그 혜택에 고마워하는 것이 아닌, 늘 우리와 함께 있어 오히려 그 존재를 알아차릴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 정치를 잊는다는 말은 정치를 혐오하며 멀리한다는 것이 아니고 정치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됨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그 분야에서 가장 능력 있는 사람이 그 일을 맡아 일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다. 능력 있는 사람을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지혜가 없어도 능력 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 갈 수 있는 그런 시스템 말이다.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이 시스템에 의한 공천을 했다고 하는데 상대방에 비해 공천 잡음이 훨씬 덜했던 것을 보면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어느 당이든 개인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닌 시스템에 의한 공천이 정착되어야 한다. 국회 상임위도 전문적 지식을 겸비한 능력 있는 사람들로 이뤄져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고, 정부 국정 운영도 제대로 감시하고, 협력할 수 있게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
국회의원 업무도 주먹구구가 아닌, 시스템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 우리나라 코로나19 대처 능력에 세계가 찬사를 보내는 이유도 이것이다. 능력 있는 수장의 존재와 함께 상황 발생 때 적절히 대처한 업무 시스템의 두 박자가 맞아 떨어져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가 됐다. 국민도 방역 당국에 믿음이 생겼고, 그렇기에 몸은 좀 불편해도 마음은 편했으며, 세계가 불안에 떨어도 우리나라는 안전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선진국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선진국도 우리와 거리가 멀지 않음도 느꼈다.
국회도 지금의 방역 당국처럼 제대로 시스템을 만들어 일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19 대처에 이어 다시 한번 세계가 찬사를 보낼 그런 국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더는 정책으로 싸우지 않고 일은 하지 않으며 투쟁만 외치면서 거리로 나서는 그런 국회가 돼서는 안 된다.
결론적으로 내가 기대하는 국회는, 다수당은 국민 기대에 부응해 개혁에 힘쓰고, 소수당은 소수가 된 이유가 선거운동 이슈에 휘말려 패배한 탓이라는 안일함에 빠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법이라는 도구로 나라 구석구석 모든 국민을 편안히 해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지 않고 자신의 일만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국회다. 영웅이 나오지 않아도 되는 그런 국회를 만드는 영웅들을 보고 싶다.
법무법인 국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