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망가진 선거제 바로 고쳐라 /구시영

총선, 공천파행·혼탁 얼룩…압권은 비례용 위성정당

제도 악용, 변칙 꼼수 난무…양당 독점 타파 취지 상실, 누더기 선거법 개정해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총선은 끝났지만, 되짚어 봐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선거과정이다. 한마디로, 역대 최악인 현 20대 국회의 행태가 재연된 듯하다. 고통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선거다운 선거는 고사하고 혼탁과 파행으로 얼룩져서다. 막판까지도 상호 막말과 폭행 시비, 비방전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니 정책 대결은 거의 실종 상태였다. 사실 그간 우리 선거전의 양상이 대부분 그러했다고 해도, 이번에는 도가 지나치다는 인상을 떨치기 어렵다.

하기야 여당이든 야당이든 공천부터 파열음이 계속 불거져 나왔다. 탈락한 인사 측의 거센 반발은 낯익은 모습이라 쳐도, 손바닥 뒤집듯이 후보들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희한한 장면이 숱하게 나왔다. 공천시스템이 오작동하지 않고서야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질 리 만무하다.

입법부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 어울리지 않는 각종 개발공약도 남발되었다. 실현 가능성과 재원 확보는 접어두고 득표에 도움되는 공약을 내놓고 보자는 식이다. 심지어 가로등·주차장 설치나 아스팔트 포장 같은 골목 공약도 쏟아졌다. 자치단체장·지방의원 선거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반면, 시급한 정치개혁과 자치분권, 균형발전, 민생 관련 입법 공약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는 제도적 영향도 크다. 선거법상 대통령·지방자치단체장 후보는 공약서에 재원 조달방안을 명시하도록 돼 있으나, 국회의원 후보는 그런 규정이 없으니 말이다.

그도 그렇지만 압권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만든 비례위성정당이다. 주지하듯이 이는 새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철저히 왜곡 악용한데서 비롯됐다. 애초 거대 양당의 독점적 구도를 타파하고,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 기회를 높이려는 게 이 제도의 취지다. 특히 정당 득표율과 원내 의석수의 심각한 괴리를 개선하면서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연동형의 당위성에는 별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위성정당이란 변칙과 꼼수 앞에서 빛이 바랬다. 여기에다 총선 결과, 양당 구조가 오히려 더 확고해지고 제3당이 몰락하면서 선거제 개혁의 취지는 완전히 상실되고 말았다.

해외 많은 나라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행했지만, 우리와 같이 위성정당이란 해괴한 술수를 부린 사례는 극히 드물다. 참으로 민망스럽고 수치스러운 일이다. 반칙과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무조건 이기면 된다는 논리가 지배하는 선거판이 정상적일 수는 없다. 그런 풍토에서 시대적 화두인 공정과 정의의 가치가 통하고 꽃을 피운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비례위성정당들이 막대한 선거보조금을 타낸 것은 뻔뻔함의 극치다. 그 과정에서 기상천외한 ‘의원 꿔주기’로 교섭단체 기준을 억지 충족했으니 말문이 막힌다. 총선용 정당을 급조한 것도 모자라 다른 작은 당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가로챈 꼴이다.

근본적으로는 비례용 위성정당의 후보 등록에 대한 적법성 여부도 따져볼 문제다. 개정 공직선거법 제47조는 민주적 심사와 대의원·당원 등의 투표절차를 거쳐 비례대표 후보를 추천하도록 돼 있다. 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후보등록을 모두 무효로 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하지만 통합당이 미래한국당 공천에 노골적으로 개입했고, 민주당도 더불어시민당 공천을 원격조정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후보 추천과정이 속전속결로 이뤄진 터라, 법이 정한 절차가 준수됐는지도 의문스럽다. 그럼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여기에 제동을 걸기는커녕 용인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니 시민단체들이 후보등록 무효 소송과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나선 게 아닌가.

여야 정치권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먼저 정치를 본연의 자리로 돌리고, 선거 민심을 받드는 일이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당리당략에 얽매여 타협과 대화를 외면한다면 정치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가적 재난과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하는 건 말할 나위가 없다. 취약계층과 청년층 대책, 불공정 등의 난제가 산적하다. 그리고 망가진 선거제를 바로 고쳐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을 게 뻔하다. 종전에 똑똑이 봤듯이 여야의 첨예한 이해관계로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낮아서다. 그렇게 스스로 해결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객관적인 외부 기구에 맡기고, 그 방안에 승복하기 바란다.

모름지기 대의 민주주의는 과정의 정당성과 합법성이 존중되어야 하는 제도다. 아무리 결과가 좋아도, 그것에 이르는 과정과 수단이 부당하다면 참다운 민주주의가 아니다. 하물며 꼼수와 편법 덩어리인 위성정당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그것을 낳은 선거제가 유지된다면 우리의 정당민주주의는 퇴행을 거듭할 뿐이다. 한국 정치와 선거 질서를 무너뜨리는 위성정당 선거제가 우리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논설위원 ksyoung @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오거돈 전 시장 2일 동래서 유치장 대기…호송줄 착용않고 이동과정은 비공개
  2. 2재개발 기대감, 부산 단독주택 가격 강세 이어진다
  3. 3부전~마산 복전철 신월역(김해 진례면) 건립 가속도
  4. 4‘적자 누적’ 부산 북구 빙상센터 운영중단 위기
  5. 5시-구·군 공무원 ‘코로나 업무’ 떠넘기기 싸움…시민은 싸늘
  6. 6산발적 교내·학원 감염 잇따라…학부모 “3차 등교 강행 괜찮나” 불안
  7. 7경찰대 정원 100→50명 축소…사관학교 원서 낼 때 지원동기서(자기소개서) 추가
  8. 8간판만 내세우는 롯데 외야수…'새싹' 키우기로 눈 돌려라
  9. 9여당 최인호 “전대 출마 고심” 박재호 “오거돈 사태 수습 총대”
  10. 10
  1. 1‘한국판 뉴딜’ 본격 추진…76조 쏟아붓는다
  2. 2정부 ‘일본 수출규제 관련 한국 정부 입장’ 내일 발표
  3. 3부산 강서구 신호동 인공 철새 서식지 개방 본격 추진
  4. 4동아대 총동문회,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 동문 축하연 개최
  5. 5통합당 1호 법안은 ‘코로나 패키지’…소상공인 지원·등록금 환불 등 담겨
  6. 6부산 야당 총선 1호 공약이던 ‘해양특별시 특별법’ 발의
  7. 7여당 최인호 “전대 출마 고심” 박재호 “오거돈 사태 수습 총대”
  8. 8민주당, 국회 개원 압박…통합당 “원구성 협상이 먼저”
  9. 9김해영 청년정책조정위 부위원장 유력
  10. 10김종인 “진취적인 통합당 만들겠다”…경제혁신위 신설
  1. 1음주·뺑소니 교통사고 보험 최대 1억5000만 원 자가부담
  2. 2금융·증시 동향
  3. 3미래먹거리 찾는 기업 늘며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가파른 증가세
  4. 4여성 1인 가구 안전대책 만들고 중년 재취업 지원
  5. 5주가지수- 2020년 6월 1일
  6. 6‘한국판 뉴딜’ 일자리 55만 개 공급
  7. 7코로나에 뒷전 된 균형발전 “지역산업 수도권과 격차 우려”
  8. 8한국해양진흥공사, 제3회 해운 신사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개최
  9. 9'코로나19 직격탄' 여행업계 2분기 매출 전망치 급감
  10. 10부산항만공사, 이달부터 감천항 재난안전 방송 5개 국어로 실시
  1. 1부산 사흘째 신규 확진 ‘0’…고3 접촉자 중 추가 확진 없어
  2. 2부산 구·군 노조 5일째 시청 농성 ‘재난지원금 업무 갈등’
  3. 3해운대 레지던스 호텔서 화재, 손님 대피
  4. 4울산 북구 암시장에서 도망 나온 암소 도로 활보…초등교 하교 연기 소동
  5. 5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35명…인천·경기 30명
  6. 6기장군 아파트 콘센트서 화재... 30대 여성 부상
  7. 7경남 고성서 화약공장 폭발 사고 … 4명 부상
  8. 8사상구 괘법동, 한국요양병원과 함께 취약계층 학생 '사랑의 PC' 지원
  9. 9창원터널 시설개선사업 최종 완료
  10. 10인천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 15명 이상 추가 확진
  1. 1우즈 지난 1년 수입 96%가 기업 후원금
  2. 2미국 프로야구 선수들, 연봉 추가삭감 없이 팀당 114경기 제안
  3. 3흑인 과잉진압 사건에 들끓는 세계 스포츠계
  4. 4국대급 외야수의 부진…롯데 대체자원도 없어 ‘답답’
  5. 5부산 아이파크 또 미뤄진 첫 승
  6. 6부친상 겪고 데뷔전 오른 샘슨 “야구가 최고의 치료제”
  7. 7롯데, 모처럼 뒷심…두산에 전날 연장 끝내기 패 설욕
  8. 8이소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통산 5승
  9. 9‘산초 해트트릭’ 도르트문트, 6-1로 파더보른 대격파하며 2위 수성
  10. 10'우슈 산타 세계 2위’ 차준열이 밝힌 산타가 MMA에서 통하는 이유(고수를 찾아서 2)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포구예찬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기고 [전체보기]
폭염과의 현명한 동행 /김종석
지역균형발전, 상향평준화의 길 /권오혁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산 고대사는 가야사? 신라사? /권용휘
더이상 ‘오거돈’ 궁금하지 않다 /이승륜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초선 의원들은 잘할 수 있을까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연예술 패러다임 바뀐다
단절은 또 다른 생성을 낳는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장관 출신에게 관심을 /정옥재
수도권 일극체제와 관문공항 /송진영
도청도설 [전체보기]
‘LA 폭동’ 악몽
산복도로 조망권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빈자일등(貧者一燈)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김치의 딜레마
광주의 상추튀김과 쌈
사설 [전체보기]
‘한국판 뉴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 성장 동력 되길
도시재생사업 한다며 지역 문화유산 철거해서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재난기본소득, 정명(正名) 아니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19와 한국의 중견국 외교
허황된 중국경사론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뒷모습을 그린 화가
권력자 마음을 꿰뚫어 본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가 한국에 준 새로운 기회
코로나의 도전과 한국인의 응전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또 밥만 먹는 협치?
K방역의 힘 보여주는 건 이제부터다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장미꽃과 하프와 5월
문득 찾아온 토마소 알비노니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숙성, 사회의 성숙
거리두기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홍현주의 ‘소림모옥도’
무명 천재 화가의 화조 민화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