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겨울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2020년 세계 시민의 봄을 빼앗고 빠른 속도로 우리 삶 속으로 침투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3월 11일 세계적 대유행(pandemic) 단계임을 선언했고, 14일 현재 세계에서 200만 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 확진자 수는 1만 명을 넘어섰고, 미국 68만, 이탈리아 15만, 스페인 17만, 독일 13만, 프랑스 13만, 이란 7만 명 등 빠르게 확산한다.
한국은 중국과 인적·물적 교류가 많은 인접국이기에 초기부터 확진자가 나왔으나, 정부의 빠르고 효율적인 대응 즉 조기에 진단키트를 만들고 확진자를 발굴하는 차원의 방역 대처로 지금은 하루 신규 확진자 수를 20~30명 안팎으로 통제하고 있다. 반면 미온적인 초기 대응을 보였던 선진국 등 대부분 국가는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한다.
세계사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다시 쓰이고 있다. 전례 없는 이 바이러스가 초래하는 양상은 예측할 수 없고, 국내외적으로 새로운 질서의 변화를 발생시키고 있다. 신종 감염병의 국제적 확산 방지에 관한 ‘2005년 국제보건규칙(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 IHR)’은 미비점이 드러났고, WHO는 능력 부족을 드러냈다. 이 규칙에 따라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12일 다른 국가의 진단키트 개발에 필요한 코로나19 유전자서열을 공유했지만, 강제 조항이 없어 바이러스 샘플을 제공하지 않았다. WHO는 감염병 확산 차단 초동조치에 실패했다.
국제 레짐(regime·체제)의 구속력은 취약했고, 개별 국가의 주권이 여전히 강력했다. 미증유 사태에 처한 국가들은 협력과 연대보다 자국 이익에 급급했다. 입국 제한, 책임 떠넘기기, 정확한 정보 공유의 소극성 등 다양했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비회원국의 ‘필수적이지 않은 여행’을 금지했고, 방역 및 국경 관리에 저마다 다른 방침을 적용했다.
미국은 같은 사회·경제·문화권인 캐나다 쪽 국경을 한시적으로 폐쇄했다. 일본은 어느 국가보다 먼저 한국민의 입국을 제한했다. 바이러스의 확산이 일종의 ‘포비아’를 증폭시켰다. 인종 지역 국가 등에 대한 차별의 언어가 SNS나 레거시 미디어를 타고 증폭됐다. 한국도 보수 야당과 언론은 ‘우한폐렴’이란 용어 사용을 고집했고, 정부가 중국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점을 줄곧 공격했다. 반면 가장 먼저 중국인 입국을 제한했던 이탈리아는 가장 높은 치사율로 코로나19의 비극적인 희생이 되고 있다. 차별과 배제가 아닌 협력과 연대가 이 초유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 돼야 한다.
국가의 대응은 2가지 모델로 구별된다. 권위주의적인 중국 모델과 민주주의적인 한국 모델이다. 세계 유수 언론들은 특히 한국 모델에 주목하며 찬사를 보낸다. 효과적인 방역을 위한 필수적 요소로 질 좋은 공중 보건의료체계, 보편화된 온라인 플랫폼 시장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시민의식 등이 거론된다. 한국 모델은 공중보건의료체계가 과부하에 걸리지 않고 효과적인 자원 배분을 통해 감염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았다. 이미 잘 발달된 IT 기술로 구현된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사재기 없이 일상 경제활동을 유지하도록 했다. 높은 시민의식은 국가 통제를 최소화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잘 이행했다. WHO는 한국의 방역체계를 전 세계 국가에게 배우라고 권고하고 있다. 한국의 진단키트는 전 세계에서 주문이 폭주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조언을 구하려는 세계 정상의 전화가 빗발친다. 선진국을 뒤쫓기만 했던 우리가 언제 선진국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나? 한국 모델은 세계의 표준이 되고 있다. 한국을 선진국이라고 가르치는 교과서를 새로이 써야 한다.
코로나19가 일상도 변화시켰다. 우리는 온라인으로 배우고 가르치며, 생필품을 산다. 문화예술생활도 디지털의 도움을 받는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우리 일상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새로운 일상은 관성이 되어 다른 질서를 구축해나갈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국가가 수십 또는 수백 조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방역 모델의 표준 국가가 된 한국이 경제위기 극복 모델도 만들면 좋겠다. 그렇게 되기 위해 4·15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이 기다려진다.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