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이은화의 미술여행] 권력자 마음을 꿰뚫어 본 초상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4-14 18:59:03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초상화는 원래 권력의 표상이었다. 권력자들은 권세와 위엄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초상화를 주문하곤 했다. 실물보다 미화해서 그려지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15세기 르네상스 화가 피에로 델레 프란체스카가 그린 공작 부부의 초상화는 전혀 그런 것 같지 않다. 공작의 못생긴 매부리코는 더 강조돼 있고, 부인은 아픈 것처럼 창백하다. 측면이라 얼굴도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다. 화가는 왜 이런 초상화를 그린 걸까?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우르비노 공작과 부인의 초상, 1473~1475년.
초상화가는 주문자의 마음을 간파해 화폭에 잘 구현해야 부와 성공을 얻을 수 있는 법. 먼저 그림 속 부부에 대해 알아보자. 남편은 이탈리아 르네상스시대 가장 성공한 용병 출신 공작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다. 1422년 권력자의 사생아로 태어난 그는 16세 때부터 용병으로 경력을 쌓아 19세 때 군인으로 명성을 얻었다. 22세 때 우르비노의 군주가 됐고, 52세 때 용병의 공을 인정받아 로마 교황에게서 공작 칭호를 받았다.

300명 기사로 꾸려진 용병부대를 이끈 그는 한 번도 싸움에서 패한 적이 없다. 몸값은 계속 올랐고, 용병으로 번 수익으로 우르비노 공국의 경제 기반을 닦았다. 문예 후원자로서 명성도 높았다. 많은 화가와 작가를 후원했고, 바티칸 다음으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종합도서관을 세웠다. 아내 바티스타 스포르차는 그가 용병으로 일한 밀라노의 공작 프란체스코 스포르차의 조카딸이다. 어릴 때부터 인문교육을 받아 지성과 덕을 겸비한 여성이었다. 딸 6명을 낳은 뒤 1472년 후계자가 될 첫 아들을 낳았지만, 6개월 뒤 남편이 전장에 나간 사이 폐렴으로 숨졌다.

공작은 헌신적이었던 부인이 사망한 후 이 그림을 주문했다. 화가는 영웅적이면서도 슬픈 사연이 있는 공작 부부의 초상을 어떻게 그릴지 무척 고심했을 터다. 우선 부인 얼굴을 유난히 창백하게 표현한 건 아마도 그녀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공작의 그을린 구릿빛 피부는 그가 평생 안락한 궁전이 아닌 치열한 전쟁터에서 살았던 군인임을 상징한다. 콧등이 심하게 내려앉은 매부리코는 신체적 결점처럼 보이지만, 사실 전장에서 다친 영광의 상처라 그대로 드러냈다. 반면, 마상시합 때 잃은 오른쪽 눈은 공작의 감추고 싶은 과거이자 결점이었다. 한쪽 눈을 감출 수 있는 옆면 초상은 화가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뒤쪽 풍경은 공작이 지배했던 땅인데 의도적으로 작고 세밀하게 그려 부부 모습을 더 크게 부각하는 효과를 준다. 동시에 화려한 장신구와 의상의 섬세한 표현을 통해 모델의 고귀한 신분을 강조하고, 화가로서 자기 역량도 과감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공작은 그가 보여주고 싶고, 대를 이어 남기고 싶은 이미지대로 화폭에 영원히 새겨졌고, 프란체스카는 그런 권력자의 마음을 꿰뚫어 본 초상으로 부와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미술평론가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구독 이벤트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진구청 공무원 코로나19 확진...구청 폐쇄
  2. 2부산 고3 수험생 코로나19 확진 판정
  3. 3‘해수동’(해운대·수영·동래) 누르니 ‘진금강’(부산진·금정·강서) 껑충…풍선효과·호재 맞물려
  4. 4“진주시에 구상권 청구해야” 연수 강행 비난 들끓어
  5. 5북항 1단계 구역 ‘트램’ 내년 하반기 착공
  6. 6김택진 NC 구단주, 우승트로피 들고 고 최동원 추모
  7. 7우리도 있다…부산 ‘제3 후보’ 돌풍 변수
  8. 8확진자 600명 육박…일상 다시 멈추나
  9. 9시내도, 식당도 썰렁…거리두기 강화에 연말특수 ‘꽁꽁’
  10. 10변성완, 보선 출마 결심 굳혔나…여당 후보군 유일 선거설명회 참석
  1. 1윤석열 총장 국조 하자더니…야당 “추미애 장관도 함께” 요구에 발 빼는 여당
  2. 2윤석열 총장의 반격…검찰도 집단 항명으로 추미애 장관에 반기
  3. 3해양진흥공사, 신용·담보대출도 보증…중소 해운선사 자금 숨통
  4. 4김경수, 내년도 국비 확보 총력전
  5. 5무시 못 할 인연?…야당 부산 보선 현역의원 지원 구도 윤곽
  6. 6가덕 원포인트냐, 우회지원이냐…대구신공항 패키지案도
  7. 7야당은 신인티켓 주인공 촉각
  8. 8인천공항, 특별법 제정 10년 만에 개항 ‘속전속결’
  9. 9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액 국가 부담 ‘3전4기’ 도전
  10. 10조해진, 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유예
  1. 1‘해·수·동·남·연’ 아파트 거래 주춤…2~3주 관망세 전망
  2. 2부산 비규제지역에 관심 쏠린다
  3. 3에어부산 ‘본사 부산’ 간판 떼나
  4. 4도시철도·학교·마트·공원이 가까이…多세권 혜택 다 누려볼까
  5. 5거래소 이사장 지원자 한자릿수…손병두 유력
  6. 6부산 오피스텔 내년 기준시가 1.4%↑
  7. 7서부산에 대형 전시장 건립 등 부산시 마이스 육성 밑그림 나왔다
  8. 8부울경 상장사 3분기 회복세…적자폭 줄여
  9. 9부산항 자유무역지역 ‘스마트선박 특구’로 육성
  10. 10변신해야 찾아온다…미술관 된 백화점
  1. 1부산 신규확진 19명, 전국 569명
  2. 2부산 고3 수험생 코로나19 확진 판정
  3. 3해피-업 희망 프로젝트 <45> 정신건강 고위험 아름 양
  4. 4양산시의회 내년 예산 졸속 처리 우려
  5. 5[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489> 도로都露 아미타불과 도로徒勞 아미타불
  6. 6“10만 사수하라” 밀양 인구지키기 사활
  7. 7오늘의 날씨- 2020년 11월 20일
  8. 8경남학생교육원 ‘복합모험체험장’ 24일 개장
  9. 9위기의 가출 청소년 <중> 방치된 아이들
  10. 10가야고분 ‘금동허리띠’등 경남도 문화재 지정 예고
  1. 1김택진 NC 구단주, 우승트로피 들고 고 최동원 추모
  2. 2롯데 김해, kt 기장…프로야구 전훈 국내로 눈 돌린다
  3. 3롯데, 새 외국인 투수 프랑코 영입
  4. 4‘천재 바둑 소녀’ 김은지 자격정지 1년
  5. 55분 만에 골맛…맨시티 ‘손’봤다
  6. 6‘9분 뛴 백승호’ 다름슈타트, 아우에에 0-3 패배
  7. 7상하이전 2골 윤빛가람···"ACL 우승 간절"
  8. 8NCvs두산 KS 4차전, 선발 라인업 공개
  9. 9모리뉴 "손흥민 음성 판정", 22일 멘시티와 격돌
  10. 10NC, 송명기 호투에 루친스키 구원 투입…두산 꺽고 KS 2승 2패 원점
균형발전…초광역 지방정부가 이끈다
김두관 의원 인터뷰
균형발전…초광역 지방정부가 이끈다
하나의 경제체제로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탈산업화시대 연착륙을 위한 필수조건
일몰제가 준 생명 같은 교훈
기고 [전체보기]
가덕신공항, 낙동강 정비사업과 연계하자 /김임권
닥쳐온 인구재난, 저출생 지진과 고령화 쓰나미 /서형수
기자수첩 [전체보기]
무임손실 ‘진짜 원인자’는 정부 /박호걸
광역철도 웅상선 이번엔 성사를 /김성룡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정치적이기엔 너무도 문명적인
신념이 성숙하는 계절, 가을 야구를 사색하며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동래부동헌에 풍악이 울리다
북은 소, 얼후는 구렁이가죽?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인천과 부산, 그리고 관문공항 /송진영
코로나 재확산 영화계 좌불안석 /이원
도청도설 [전체보기]
아르헨티나의 별
콜라보의 진화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이주의 시대와 문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목포 덕인집 홍어
간장게장의 미스터리
사설 [전체보기]
확진자 눈덩이 증가…비상한 각오로 중대고비 넘겨야
거세지는 추·윤 갈등 후폭풍, 극한대립 장기화 안 된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원격의료 도입의 조건
경제·복지의 지속가능성과 정치의 역할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
남중국해 갈등과 우리의 대응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퇴폐미술의 낙인
비극의 주인공이 된 모델
이홍 칼럼 [전체보기]
독성 리더십
젊은 세대에게 찬사를 보낸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사람은 비용도 기계도 아니다
어설픈 분칠은 이제 그만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가을의 노래
브람스를 좋아 하세요?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보졸레 와인의 행복
몰도바의 추억
특별기고 [전체보기]
우리의 희생 기억해준 한국에 감사 /빈센트 커트니
바이든이 지켜야 할 미국 /황기식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
  • 맘편한 부산
  • 국제 어린이 경제 아카데미
  • 유콘서트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