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강동진 칼럼]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4-09 19:44:10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약 2주 전부터 늦은 오전 즈음에 “오늘 아침의 까치 특종입니다”라는 동영상이 가족톡에 자주 올라온다. 아내가 부엌 창을 통해 보이는 둥지에 드나드는 까치를 촬영한 영상이다. 아내는 갑자기 까치 전문가가 되어버렸다. 까치가 3, 4월께 5~8개 알을 낳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부엌 창에서 불과 2m쯤 떨어진 둥지 안에 있을 알들에 대한 상상이 아내의 일상 중 한 부분이 되었다.
집 떠난 지 7년 만에 강제로 봄을 함께 보내고 있는 둘째 딸도 덩달아 난리다. 깍깍거리는 소리만 들려도 초긴장하며 휴대전화를 집어든다. 둥지 안 소식이 궁금해 망원경을 사자는 얘기까지 등장했다. 두 사람은 오늘도 새끼 까치들이 하늘을 날아오르는 특종을 찍겠다는 야망(?)에 불타며 산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사회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오히려 가족 간 거리는 급격하게 가까워졌다. 알콩달콩을 넘어 너무 가까워져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하기 일쑤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이 보이고, 미치지 못했던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또한 전혀 기대치 못했던 일의 해결이 진행되기도 한다. 끝을 종잡을 수 없던 중동과 아프리카의 내전이 중단되고, 봄이면 우릴 암울하게 했던 황사와 미세먼지가 쑥 들어가 버렸다. 아무리 많은 돈을 지불한다 해도 해외여행은 불가능해져 버렸다. 모든 이에게 똑같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마스크 두 장일 수 있음과 바이러스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할 수밖에 없음과, 또 우리가 연약한 존재임도 알게 되었다. 일상에서 항상 쉽게 가지거나 누리며 당연히 여겼던 것들에 대한 소중함도 깨닫게 되었다.

전 세계 사망자가 10만 명에 다다랐다. 문제는 이 숫자의 끝을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앞서 간 문명을 자랑하고 고도로 발달한 의료기술을 내세우건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죽어감에도 허둥대고 있는 전 지구의 실상 앞에서 지나온 시간을 곰곰이 되짚어 볼 수밖에 없다. 무엇이 잘못되었지? 뭐가 문제였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틀렸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하나? 다음 세대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대처법이 쉽게 떠오르질 않는다. 동시다발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일자리와 기울어지는 경제, 황폐해지고 삭막해져 가는 사회와 맘대로 이동할 수 없는 고립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세상을 보니, 앞만 보고 급하게 달려오며 잃어버리고 놓치고 또 스스로 버렸던 것을 다시 기억해내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 듯싶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벌려 놓은 ‘깊고 넓은 간극 되메우기’는 우리 사회의 아니, 전 인류의 영원한 숙제가 될 것 같다.

왜 이러한 고통의 시간이 허락되었을까? 왜 그리도 자랑하던 의료기술과 선진 시스템이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굴욕의 시간이 전 세계인에게 허락됐을까?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분명 이 시간 속에는 뭔지 모를 큰 의미가 내포된 것 같다. 바이러스 창궐이 지나간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이전처럼 그대로 살아가기에는 이 시간이 너무나 아깝고 억울하다. 코로나로 갑작스레 생을 마친 수많은 사람과 사라진 일터 앞에서 좌절하는 셀 수 없는 사람들 때문이라도.

학생들을 컴퓨터로 만난 지 벌써 4주를 지나고 있다. 놀랍도록 발달한 IT기술에 찬사를 보내다가도 어쩌면 반년 넘도록 학생들 얼굴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내 한숨이 나온다. 이 삶이 그토록 바라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결과인가.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ICT 시대의 지향점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나는 차라리 조금은 불편했지만 불만이 크게 없었던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맘이 간절해진다.

며칠 전, 그림동화 ‘구름빵’을 샀다. 지난 사월 첫날, 백희나 작가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ALMA)’ 수상 소식을 접하곤 언젠가부터 미뤄왔던 ‘구름빵’ 사기와 읽기를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구름으로 만든 빵을 소재로 한 가족 이야기인 이 그림동화에는 아이들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 배고픔을 뒤로하고 출근을 위해 바삐 뛰어나간 아빠를 위해 구름빵을 들고 비 오는 하늘을 날아오른 두 아이의 아빠를 향한 간절한 눈망울과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 안에서 창문으로 전해진 구름빵을 받아든 아빠의 그렁그렁해진 안경 속 눈동자가 떠오른다.

아빠 손을 잡고 다시 날아올라 지각하지 않은 아빠를 창문 밖서 바라보며 “후유, 다행이다”를 외치는 두 아이의 마음을 보며, 유아가 주 고객인 그림동화인데 왜 내가 맘이 몽글몽글해지고 또 왜 그리 미안한 맘이 자꾸 들던지.

이월 중순에 시작된 두 달여의 긴 터널 속에서 놓쳤던 것, 잊고 있던 것, 소홀히 생각했던 것을 적어 본다. 또 새로이 공감하며 배운 것을 적어 본다. ‘남의 문제가 나와 우리의 문제가 될 수 있음’ ‘미래를 위한 준비와 선투자의 중요함’ ‘허구와 허상의 처참한 결말’ ‘자기 것을 스스로 내어놓는 자원봉사와 자기희생의 가치’ ‘물질을 뛰어넘는 사랑과 배려의 힘’ ‘공공보건의 필요성과 시대역할’ ‘모두가 함께하는 인내와 절제의 소중함’ ‘당장이 아닌 다음과 다음 세대를 위해 살아가야 함’ 등.

그동안 최고이자 최선으로 여기며, 당연한 목표로 잡았던 많은 것에 대한 판단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그 어떤 국가정책이나 강한 권력과 힘으로도 해내지 못했던 사회적 평등과 경제적 공존에 대한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 모두가 서로 돕고 나누며 연대하지 않는다면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 수 없음도.

바이러스가 벌려 놓고 있는 이 간극을 어떻게 메워가야 할까? 무엇으로 다시 메우는 것이 가장 지혜로울까? 지금 겪고 있는 수개월의 고통이 수년 아니 수십 년 미래 도약의 근거가 되고, 우리 사회의 여러 고질병 치료의 백신이 될 수 있다면, 또한 이름 모를 바이러스가 다시 찾아왔을 때 지금보다는 능숙하게 지금보다는 희생 없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만 선다면, 나는 이 긴 고통의 시간을 기꺼이 감내하리라.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오거돈 전 시장 2일 동래서 유치장 대기…호송줄 착용않고 이동과정은 비공개
  2. 2재개발 기대감, 부산 단독주택 가격 강세 이어진다
  3. 3부전~마산 복전철 신월역(김해 진례면) 건립 가속도
  4. 4‘적자 누적’ 부산 북구 빙상센터 운영중단 위기
  5. 5시-구·군 공무원 ‘코로나 업무’ 떠넘기기 싸움…시민은 싸늘
  6. 6산발적 교내·학원 감염 잇따라…학부모 “3차 등교 강행 괜찮나” 불안
  7. 7경찰대 정원 100→50명 축소…사관학교 원서 낼 때 지원동기서(자기소개서) 추가
  8. 8간판만 내세우는 롯데 외야수…'새싹' 키우기로 눈 돌려라
  9. 9여당 최인호 “전대 출마 고심” 박재호 “오거돈 사태 수습 총대”
  10. 10
  1. 1‘한국판 뉴딜’ 본격 추진…76조 쏟아붓는다
  2. 2정부 ‘일본 수출규제 관련 한국 정부 입장’ 내일 발표
  3. 3부산 강서구 신호동 인공 철새 서식지 개방 본격 추진
  4. 4동아대 총동문회,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 동문 축하연 개최
  5. 5통합당 1호 법안은 ‘코로나 패키지’…소상공인 지원·등록금 환불 등 담겨
  6. 6부산 야당 총선 1호 공약이던 ‘해양특별시 특별법’ 발의
  7. 7여당 최인호 “전대 출마 고심” 박재호 “오거돈 사태 수습 총대”
  8. 8민주당, 국회 개원 압박…통합당 “원구성 협상이 먼저”
  9. 9김해영 청년정책조정위 부위원장 유력
  10. 10김종인 “진취적인 통합당 만들겠다”…경제혁신위 신설
  1. 1음주·뺑소니 교통사고 보험 최대 1억5000만 원 자가부담
  2. 2금융·증시 동향
  3. 3미래먹거리 찾는 기업 늘며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가파른 증가세
  4. 4여성 1인 가구 안전대책 만들고 중년 재취업 지원
  5. 5주가지수- 2020년 6월 1일
  6. 6‘한국판 뉴딜’ 일자리 55만 개 공급
  7. 7코로나에 뒷전 된 균형발전 “지역산업 수도권과 격차 우려”
  8. 8한국해양진흥공사, 제3회 해운 신사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개최
  9. 9'코로나19 직격탄' 여행업계 2분기 매출 전망치 급감
  10. 10부산항만공사, 이달부터 감천항 재난안전 방송 5개 국어로 실시
  1. 1부산 사흘째 신규 확진 ‘0’…고3 접촉자 중 추가 확진 없어
  2. 2부산 구·군 노조 5일째 시청 농성 ‘재난지원금 업무 갈등’
  3. 3해운대 레지던스 호텔서 화재, 손님 대피
  4. 4울산 북구 암시장에서 도망 나온 암소 도로 활보…초등교 하교 연기 소동
  5. 5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35명…인천·경기 30명
  6. 6기장군 아파트 콘센트서 화재... 30대 여성 부상
  7. 7경남 고성서 화약공장 폭발 사고 … 4명 부상
  8. 8사상구 괘법동, 한국요양병원과 함께 취약계층 학생 '사랑의 PC' 지원
  9. 9창원터널 시설개선사업 최종 완료
  10. 10인천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 15명 이상 추가 확진
  1. 1우즈 지난 1년 수입 96%가 기업 후원금
  2. 2미국 프로야구 선수들, 연봉 추가삭감 없이 팀당 114경기 제안
  3. 3흑인 과잉진압 사건에 들끓는 세계 스포츠계
  4. 4국대급 외야수의 부진…롯데 대체자원도 없어 ‘답답’
  5. 5부산 아이파크 또 미뤄진 첫 승
  6. 6부친상 겪고 데뷔전 오른 샘슨 “야구가 최고의 치료제”
  7. 7롯데, 모처럼 뒷심…두산에 전날 연장 끝내기 패 설욕
  8. 8이소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통산 5승
  9. 9‘산초 해트트릭’ 도르트문트, 6-1로 파더보른 대격파하며 2위 수성
  10. 10'우슈 산타 세계 2위’ 차준열이 밝힌 산타가 MMA에서 통하는 이유(고수를 찾아서 2)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포구예찬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기고 [전체보기]
폭염과의 현명한 동행 /김종석
지역균형발전, 상향평준화의 길 /권오혁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산 고대사는 가야사? 신라사? /권용휘
더이상 ‘오거돈’ 궁금하지 않다 /이승륜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초선 의원들은 잘할 수 있을까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연예술 패러다임 바뀐다
단절은 또 다른 생성을 낳는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장관 출신에게 관심을 /정옥재
수도권 일극체제와 관문공항 /송진영
도청도설 [전체보기]
‘LA 폭동’ 악몽
산복도로 조망권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빈자일등(貧者一燈)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김치의 딜레마
광주의 상추튀김과 쌈
사설 [전체보기]
‘한국판 뉴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 성장 동력 되길
도시재생사업 한다며 지역 문화유산 철거해서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재난기본소득, 정명(正名) 아니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19와 한국의 중견국 외교
허황된 중국경사론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뒷모습을 그린 화가
권력자 마음을 꿰뚫어 본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가 한국에 준 새로운 기회
코로나의 도전과 한국인의 응전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또 밥만 먹는 협치?
K방역의 힘 보여주는 건 이제부터다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장미꽃과 하프와 5월
문득 찾아온 토마소 알비노니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숙성, 사회의 성숙
거리두기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홍현주의 ‘소림모옥도’
무명 천재 화가의 화조 민화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