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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소리] 환절기 /이슬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4-07 19:21:29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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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함께하면 꾸준히 이어갈 힘이 커진다. 혼자서 가능하다면, 그렇게 다양한 스터디 그룹이 생기지 않았을 거다. 내가 지난 몇 년간 크로스핏이라는 고강도 운동을 꾸준히 했던 것도 함께하기의 힘 덕분이다. 홈트레이닝을 몇 번 시도했으나 매번 작심삼일에서 끝났다.

의지박약을 이기려면 적당히 돈을 투자하고 사람들과 함께하며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함께하면 습관 만들기가 쉬운 것이다.

내가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생활화한 것도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전에는 혼자 볼 요량으로 일기처럼 블로그에 두서없이 글을 뱉어냈고 퇴고나 정리도 없이 감정만이 넘실거렸다. 그러면서 암호로 가득 찬 글자에 누군가 해독이라도 해줬으면 바랐다. 이 병은 사람들과 함께 글을 쓰면서 비로소 고쳐졌다.

지난주에는 일주일에 한 번, 네다섯 명이 함께 글을 쓰는 모임을 마무리했다. 글 쓸 때 도움이 되는 소소한 노하우와 생각을 나눈 뒤 키워드 하나를 정해 40분 동안 글을 썼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쏟아냈다. 서로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은 건 아니지만, 각자가 쓴 글을 읽으면서 서로를 알아갔다. 글에도 표정과 목소리가 있어 감정을 나눌 수 있다.

모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대부분 모임이 취소되고 물리적 거리두기가 국가 차원에서 권고되었다. 우리의 모임도 잠시 멈춰야 할 기로에 섰다. 구성원의 의견을 모아 신중하게 결정했다. 기본적으로 모임은 이어가되 각자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모임 3주 차에 ‘환절기’라는 주제로 글을 썼다. 계절이 바뀌는 사이에 자리한 마음을 나누고자 우리들에게 질문했다.



‘계절이 바뀌는 걸 잘 알아채는 편인가요?’

‘환절기 중 몸의 상태는 어떠한가요?’

‘내 인생의 환절기는 언제였나요?’



마침 계절은 추운 겨울에서 봄으로 나아가는 중이었다. 움츠렸던 어깨에 힘이 풀리고, 옷가지는 한풀 줄었으며, 비록 밤은 추워도 한낮의 따뜻한 햇볕이 마음까지 번졌다. 나는 한창 20대를 보낼 적 건강체질이(라고 믿)어서 감기 한 번 안 걸렸는데, 20대 후반부터 계절이 바뀔 때면 연례행사처럼 감기를 달고 사는 게 떠올랐다.

우리는 저마다 질문을 곱씹으며 글을 써 내려갔다. 누군가는 채소를 사면서 엄마의 마음을 떠올렸고, 누군가는 지나간 인연과의 추억을 담아냈다.

누군가는 매일매일이 인생의 환절기라고 표현했고, 누군가는 고쳐지지 않는 비염을 통해 하루하루를 배워간다고 썼다. 그날에 완성하지 못한 부분은 이틀 동안 더 보완하고 퇴고했다.

어느새 봄은 왔고 곧 여름이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글쓰기 모임 마지막 날, 가장 기억에 남는 키워드로 여러 명이 환절기를 꼽았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라는 자연의 변화뿐 아니라 지나온 인생의 의미도 곱씹게 되어 그 어떤 주제보다 어려웠다는 것이다.

어려웠다는 사람들의 말을 곱씹어본다. 위기, 절망, 기로에 서지 않았던 사람이 어디 있으랴.

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한다. 계절은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듯해도 결코 쉬이 나아가지 않는 것처럼 우리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치열하게 분투하며 각자의 환절기를 넘기려 애쓰고 있다.

우리는 지금 개인의 환절기를 넘어 세계적인 환절기에 놓여있지 않나 싶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은 개학이 늦춰지고, 가르치는 사람은 온라인 방식으로 수업하고, 직장인은 재택근무를 하고, 소상공인은 매출이 줄고, 프리랜서는 일거리가 없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놓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일상의 소중함을 살갗으로 느낀다.

부디 각자의 최전선에서 잘 버티시기를. 이 환절기가 지나면 새로운 계절이 찾아올 것이니.

작가·‘일 인분의 삶’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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