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1798년 나온 토마스 맬서스(1766~1834)의 ‘인구론’을 요약한 이 한마디는 경제학을 비관적 학문으로 전락시켰다. 맬서스는 “2세기 뒤에는 인구와 생활물자 간 비율이 256 대 9가 되며, 3세기 뒤에는 4096 대 13, 2000년 뒤의 차이는 거의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커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영국 정부가 추진한 빈민 생활보조금을 비롯해 임금 인상 등 인구 증가를 초래할 것으로 거론된 모든 정책에 반대했다. 철학자 토마스 칼라일(1795~1881)이 인구론을 읽고 경제학을 “음울한 학문”이라고 규정한 까닭이다.
맬서스의 이론은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평가처럼 지지자들의 비과학적 인식이 낳은 오류로 드러났다. 맬서스가 태어나기 전인 1750년 8억 명가량이었던 세계 인구가 2000년 60억 명을 돌파하며 250년 만에 약 8배 늘었지만, 기하급수적 증가는 아니다. 식량 또한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산술급수적 증가에 머물지 않고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생산력을 보유했다. 비만자와 아사자가 공존하는 건 불평등한 분배의 문제일 뿐이다. 지구촌의 모든 굶주린 이를 먹이고도 남을 정도로 넘쳐나는 음식 쓰레기가 이를 입증한다. 인구론은 부자에게는 ‘행복경제학’이지만, 빈자에겐 ‘맬서스의 저주’로 다가온다.
인구론이 출간된 지 220여 년이 지난 현재, ‘맬서스의 저주’가 되살아났다. 코로나19의 ‘기하급수적 확산’을 통해서다. 지난 2일 전 세계의 코로나 확진자 수가 100만 명을 넘었다. 지난해 12월 말 중국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석 달 만이다. 확진자 수가 50만 명에서 100만 명으로 늘어나는 데 1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90만 명에서 100만 명으로 불어난 건 단 하루만이니, 맬서스의 이론은 경제학보다는 전염병학에 더 적합하다고 봐야겠다. 실제 질병, 전쟁, 기아 등이 ‘적극적 인구 억제방법’으로 꼽힌다.
코로나의 기하급수적 확산 이면에는 ‘부자의 경제학’이 작동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기부양책으로 2조3000억 달러(2700조 원)를 시중에 쏟아붓는다. 하지만 성인 현금 지급과 실업급여에 들어가는 5000억 달러를 제외한 약 80%가 기업 몫이다. 노숙자는 아예 인간 대접도 못 받는다. 그들에게는 “텐트에서 나오지 마”라는 행정명령이 내려졌다. “사람은 제각기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 알베르 카뮈(1913~1960)의 소설 ‘페스트’의 문구가 머릿속을 맴돈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