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상에 코로나19가 붙어 다니는 ‘특별한’ 봄을 맞고 있다. 여느 때라면 봄꽃 소식에 설레고, 미뤄뒀던 나들이도 꿈꿔 보겠지만 온 나라가 코로나 걱정과 우려로 계절을 잊은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눈 뜨고 일어나 잠들기 전까지 마스크를 써야 하고, 길거리에 인파도 줄고, 가급적 대면을 피하고자 행사와 모임을 취소하는 등 평범한 삶의 고마움을 느낄 정도이다.
특히 아이들의 생활은 코로나 이후 확연히 달라졌다. 어김없던 개학이 여러 차례 연기되는가 하면,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를 찾아보기조차 힘들어졌다.
저소득가정 어린이의 경우 사정은 더 심각하다. 방역물품을 구하는 것조차 힘겹고, 다니던 지역아동센터마저 문을 닫아 좁은 집 안에서만 갇혀 생활해야 한다. 가정 돌봄이 어려워 센터를 이용해야 했던 아이들이었는데 보호 외에도 끼니 해결 문제까지 안고 있는 지경에 놓여, 지금 상황은 어린이 성장과 발달이 멈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얼마 전 두 아이를 키우며 하반신 마비인 아빠를 대신해 일용직으로 일하던 엄마가 쓴 편지를 받았다. 코로나로 갑자기 일자리가 없어지고, 수입도 끊기고, 도움받을 곳도 없이 남편의 밀린 치료비를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는 딱한 사정이 담겨 있었다. 급히 긴급생계비를 지원해 급한 불은 끌 수 있었지만, 생계 걱정보다 준비도 안 된 채 곧 학교를 보내야 하는 두 아이를 걱정하는 말에 절박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런 가정이 이뿐이겠는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어 하루하루 고비를 넘기며 지내고 있을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며칠 전 마스크, 손 소독제가 든 ‘안심키트’와 식료품이 담긴 ‘결식예방박스’를 들고 두 아이 집을 찾았다. 한 아이는 연로하신 조부모까지 다섯 식구가 몇 평 안 되는 좁은 집에서 함께 살고, 모든 생계가 전통시장 모서리 공간을 얻어 장사를 하는 아빠의 어깨에 걸려 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하루 만 원 벌이도 힘들어 주 3회 투석을 받아야 하는 엄마와 집에서만 보내야 하는 아이의 하루는 길고 힘들게만 보였다. 역시 형편이 좋지 않아 곧 반지하로 이사간다는 또 다른 한 가정의 아이는 유일하게 센터에서 보내는 시간을 기다리는 지적장애 아동이었으나 집에만 있다 보니 낯선 사람의 방문에도 경계심보다 반가움으로 맞아주었다.
두 아이 사례처럼 지역아동센터를 다니는 아동이 부산에만 5000여 명에 이른다. 좀 확대해서 아동수급자 수로 보면, 3만 명에 이르는데, 코로나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이 아이들의 생활 교육 발달이 ‘멈춤’상태라는 뜻도 될 것이다. 일상의 관계 단절에 감염에 대한 불안과 격리에 대한 소외감이 겹쳐 우울을 동반한 심리 문제도 우려된다.
눈에 안 보이는 감염병에 맞서 싸우는 이 상황을 ‘국가적 재난’이라 칭하는 사람도 많다. 코로나 실직, 가계수입 급감 등으로 생계 위협을 받는 가정이 늘고, 그 안에서 고통을 겪는 아동과 그 가족의 어려움은 짐작되고도 남는다. 이런 감염병에 따른 재난상황에서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은 바로 아동이다. 어린이는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이 낮아 어른보다 훨씬 취약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동은 우리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우리의 기대주 아닌가.
다행스럽게 어려울 때일수록 극복의 힘을 발휘하는 것은 이웃임을 실감한다. 기업 단체 연예인의 기부행렬이 이어지고, 마스크 천사와 같은 미담의 주인공도 속속 알려진다. 필자가 일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도 아동을 위한 안심키트와 긴급 생계비 지원 등을 위한 시민 참여가 이어지고 있어, 우울함 속에서도 봄 새싹 같은 아이들 미소를 떠올리게 해준다.
모두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코로나는 결코 사람들 가슴속에서 꺼낸 희망백신을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 그 백신이 우리 아이도 지켜주기 바란다. 코로나가 떠난 자리에 ‘힘내라! 불끈불끈 바이러스’가 온 세상에 채워지기 바란다. 왠지 올핸 평범하고도 따뜻한 봄날이 더 그립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