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는 5월 3일 치를 제4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해외 교포들이 우편으로 보내온 투표지가 속속 들어왔다. 건국 후 처음 실시된 재외국민 부재자 투표였다. 당시 4만9200여 명의 해외 유권자 중 미국의 20대 유학생이 보낸 투표지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그의 아버지는 “국민으로서 당연이 해야 할 주권행사”라는 아들의 소감을 대신 전했다. 그뿐 아니라 월남 파병 장병 4만1600여 명의 투표지도 공군 수송기를 통해 김포공항에 실려왔다.
해외부재자 투표는 그 후에도 1967년 6월 8일 총선과 1971년의 4월 27일 대선, 그해 5월 25일 총선에서 잇따라 시행됐다. 하지만 1972년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체제가 출범한 뒤 이듬해에는 폐지되고 말았다. 이유는 집권세력의 체제 안정화 의도와 관련이 깊다는 평가다. 북미와 유럽 등의 비교적 자유로운 국가에 거주하는 해외동포들은 권위주의 정권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았기에 투표권을 봉쇄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다.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이 다시 부여된 것은 2009년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다. 이는 2012년 총선 때부터 적용됐다. 국제화 추세 속에 해외 체류 국민 수가 급속도로 증가한 요인이 컸고, 이들의 정당한 투표권 행사를 제한할 명분도 없었을 터다. 2018년 기준 재외동포 수는 180개국 749만3587명에 이른다.
4·15총선의 재외국민 투표가 어제 시작돼 오는 6일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반쪽짜리다. 코로나19의 지구촌 확산으로 중앙선관위가 어제까지 중국 미국 유럽 등의 51개국 86개 공관에 대해 선거사무를 중단해서다. 이들 주재국의 제재 강화 등으로 정상적인 재외선거가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 때문에 전체 해외 선거인 17만1959명 가운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인원은 50%인 8만6040명에 그칠 전망이다.
이를 두고 해외 교포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독일의 일부 교민은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헌법재판소에 낸다고 한다. 온라인에서는 ‘재외국민 투표권 보장 릴레이 캠페인’도 이미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사태 탓에 불가피하다고 해도, 선관위의 이 같은 대처는 아쉽고 꺼림칙하다. 해외 교포사회에서 공관투표 외 우편·인터넷투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어서다. OECD 회원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벌써부터 이를 허용 중이라 설득력이 있다. 이번 사태가 아니어도 재외국민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대안이 마련되는 게 옳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