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도다리쑥국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4-01 19:39:48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한반도 봄소식은 언제나 남쪽 바다에서 시작된다. 봄철 경남 남해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이 자연스레 봄의 대표선수가 된다. 1990년대 이후 통영은 수산업과 관광산업 규모에서 남해를 대표하는 항구가 되었다. 통영에서 도다리라고 하면 십중팔구는 문치가자미를 일컫는다. 심지어 문치가자미를 진짜 도다리라는 의미에서 참도다리라 부르기도 한다.

좀 늦게 맛보았지만 봄내음이 여전했던 도다리쑥국.
문치가자미는 12월에서 2월 사이 산란한다. 그래서 12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금어기로 정해놓았다. 산란기가 끝난 문치가자미는 봄이 되면 새살을 붙이기 위해 영양분이 풍부한 연안 가까이 붙는다. 어획이 시작되는 시기와 연안으로 붙는 시기가 일치하니 어획량이 늘 수밖에 없다. 잡히긴 많이 잡히는데 치어든 성어든 횟감으로 쓰기엔 살이 충분치 않다. 그래도 어떻게든 먹으려니 포를 뜨기보다는 뼈째 썰어 먹는 것이 더 어울렸다. 봄 도다리회 하면 ‘뼈째 썰기(세꼬시)’가 공식처럼 정착된 이유다.

그런데 이런 이유만으로 도다리가 봄의 대표 생선이 되었다고 하면 뭔가 좀 아쉽다. 좀 더 극적인 스토리가 필요했다. 문치가자미가 올라올 즈음이면 통영에는 봄기운을 품은 해풍이 불어온다. 이때를 맞춰 통영의 크고 작은 섬의 들판에서는 마른 땅을 뚫고 봄소식을 알리는 쑥이 올라왔다. 바다에서 지천으로 올라오는 문치가자미와 땅에서 지천으로 캘 수 있는 쑥의 만남. 그 자체로 극적이고 그 자체로 봄이다. 예부터 통영 사람들은 문치가자미로 끓여낸 국에 들에서 캔 야들야들한 쑥을 듬뿍 올려 봄을 누렸다.

자칫 심심할 것 같은 생선국에 봄내 가득한 쑥이 곁들여지니 이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맛이 되었다.

도다리쑥국이란 명칭 때문에 이 음식의 주연이 도다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천만의 말씀. 주연은 단연 쑥이다. 봄철 쑥국 전통이 남아 있는 남해 어촌 마을을 가보면 비단 도다리뿐 아니라 삼세기, 물메기, 용가자미, 조개 등 다양한 해산물로 쑥국을 끓인다. 살이 연하고 국을 끓였을 때 맑고 담백하며 감칠맛이 뛰어난 생선이라면 무엇이든 쑥국 재료가 될 수 있다.

이는 모두 주연인 쑥의 부드러움과 향을 돋보이게 하는 조건이다. 아울러 산지일수록 도다리쑥국 맛을 볼 수 있는 기간이 짧다. 이미 다 자라 거칠어진 쑥보다는 여린 해쑥만 고집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올해는 도다리쑥국의 적기를 놓쳤다. 햇쑥의 여린 맛은 없어도 봄내음만큼은 여전했다.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이런 말을 남겼다. “평생 나는 삶의 결정적 순간을 찍으려 노력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삶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자연은 인간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봄은 짧고 봄 음식을 즐길 여유도 잠깐이다. 그러니 인간이 부지런히 자연의 시간을 쫓아야 한다. 먼 훗날 돌이켜 보면, 이맘때 먹은 도다리쑥국 한 그릇이 당신 인생에서 결정적인 순간일 수 있다.

모쪼록 당신에게 찾아 온 찬란한 봄을 잃지 않기를.

맛 칼럼니스트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1> 부산은 한국 트로트의 고향
  2. 2'명품마을' 혁신을 찾아서 <11> 양산시 창기·법기마을
  3. 3광안대교·마린시티 품은 뷰, 스마트홈 시스템까지 갖춘 아파트
  4. 4묘수풀이 - 2020년 6월 1일
  5. 5도시재생사업 한다며 보존가치 큰 건물 허무는 강서구
  6. 6“광복로 재단장과 시장 관광벨트화 최대 숙원”
  7. 7엄홍길휴먼부산재단 출범…초대회장 정정복 대표
  8. 8해운대·송정해수욕장 1일 문 열지만…거리두기 지켜야
  9. 9[국제칼럼] 미래 아닌 과거로 시선 돌리는 거대여당 /김경국
  10. 10최치원…그의 길 위에서 생각한다 <18> 치원, 양산서 옛 가야 더듬다
  1. 1고속도로 달리던 크라이슬러에서 불, 차량 전소
  2. 2청와대 교육비서관 박경미, 의전비서관 탁현민 발탁
  3. 3닻 올리는 김종인호 ‘PK 패싱’…지역현안·보선공천 갈등 예고
  4. 4내달 초 부산 초중고생 1인당 10만 원씩 준다
  5. 5김부겸 민주당 당권 도전…김두관·김태호 부울경 잡기
  6. 6문 대통령 의중 꿰뚫는 참모들 요직 기용
  7. 721대 임기 시작…PK 의원들 “지역발전·정치혁신” 다짐
  8. 8부산 통합당, 시정 주도권 잡기 박차
  9. 9또 늑장 개원? 김태년 “5일 꼭 열 것…협상대상 아냐”
  10. 10윤미향, 딸 김복동 장학금 의혹에 “허위 주장”…“‘김복동 장학생’은 할머니의 용돈 의미”
  1. 1부산시, 공유토지분할 2139필지 단독소유권 등기
  2. 2임대주택 찾아주고 이사·청소도 한번에 해결
  3. 3광안대교·마린시티 품은 뷰, 스마트홈 시스템까지 갖춘 아파트
  4. 4 국제 해양폐기물 콘퍼런스, 벡스코서 2022년 9월 개최
  5. 5 무학 최재호 회장 감사패 받아
  6. 6코로나 사태 속 기업·가계, 75조 대출 받았다
  7. 7“6월 2일이 ‘유기농 데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8. 8‘바다로’ 이용하면 9900원으로 1년 간 섬여행 가능
  9. 9온라인 GSAT 이틀째…오전·오후 두 차례 실시
  10. 10삼성물산, 8천억원대 반포3주구 재건축 시공사 선정
  1. 1전국 구름 많고 남부 빗방울…부산 17~22도·서울 18~28도
  2. 2고3 확진자 부모 등 115명 음성…학원 PC방 접촉자 검사 중
  3. 3해운대·송정 해수욕장 6월 1일 안전개장
  4. 4부산교통공사, 성희롱·성폭력 근절 특별대책 추진
  5. 5코로나19 신규확진 닷새만에 20명대로
  6. 6밤새 술 마신 뒤 출항한 50대 선장 적발…해경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3%”
  7. 7택배노조"CJ 대한통운, 노조원 탄압 대리점 퇴출하라"
  8. 8정부, 내달 11일까지 전국 물류시설에 강도 높은 방역 점검 실시
  9. 9마스크 주문 취소하고 더 높은 가격에…마스크 업체에 과징금 6천만 원
  10. 10'명품마을' 혁신을 찾아서 <11> 양산시 창기·법기마을
  1. 1부산 아이파크 또 미뤄진 첫 승
  2. 2부친상 겪고 데뷔전 오른 샘슨 “야구가 최고의 치료제”
  3. 3롯데, 모처럼 뒷심…두산에 전날 연장 끝내기 패 설욕
  4. 4이소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통산 5승
  5. 5영국, 6월부터 스포츠 경기 허용…EPL 17일 재개
  6. 6롯데 핫코너(3루수) 수비 4년 중 최악…한동희 길어지는 성장통
  7. 7부산 아이파크, 30일 마수걸이 승리 사냥 나선다
  8. 8부산시축구협회장배 동호인 대회 31일 개최
  9. 9신인급 투수들에 농락 당하는 거인... 호화 물타선 전락 조짐
  10. 10롯데 자이언츠 투수 이승헌 지난 25일 퇴원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포구예찬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기고 [전체보기]
지역균형발전, 상향평준화의 길 /권오혁
재난의 비선형성, 미디어 그리고 감정 /임인재
기자수첩 [전체보기]
더이상 ‘오거돈’ 궁금하지 않다 /이승륜
‘동학개미’ 2030의 절박한 초상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초선 의원들은 잘할 수 있을까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연예술 패러다임 바뀐다
단절은 또 다른 생성을 낳는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장관 출신에게 관심을 /정옥재
수도권 일극체제와 관문공항 /송진영
도청도설 [전체보기]
산복도로 조망권
온라인 영화제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빈자일등(貧者一燈)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김치의 딜레마
광주의 상추튀김과 쌈
사설 [전체보기]
끊이지 않는 산발적 지역 감염, 부산도 안심 못한다
우여곡절 김종인 비대위, 과감한 메스로 변화 보이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재난기본소득, 정명(正名) 아니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19와 한국의 중견국 외교
허황된 중국경사론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뒷모습을 그린 화가
권력자 마음을 꿰뚫어 본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가 한국에 준 새로운 기회
코로나의 도전과 한국인의 응전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K방역의 힘 보여주는 건 이제부터다
여야 모두에 경고장 보낸 부산 민심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장미꽃과 하프와 5월
문득 찾아온 토마소 알비노니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숙성, 사회의 성숙
거리두기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홍현주의 ‘소림모옥도’
무명 천재 화가의 화조 민화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