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텃밭 가장자리에 있던 대파를 뽑았다. 한 소쿠리 정도 적은 양에 크기도 고르지 않았다. 겨우내 꼴을 갖추며 자란 것만으로 대견했다. 이번 주말엔 밭을 갈아엎을 참이다. 마침 4일은 청명(淸明), 봄 밭갈이를 시작한다는 날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텃밭 가꾸기에 꽤 익숙한 것처럼 여겨질지 모르나 사정은 영 딴판이다. 부지런한 손길로 반듯한 모습을 한 주변 밭고랑을 볼 때면 조바심을 내며 도시 농부(農夫)인 양 부지런을 떨다가도, 일정이 겹치거나 일이 버겁다 싶으면 꼬리를 내리고 도시 농노(農奴)처럼 눈치를 살피는 탓이다.
이처럼 텃밭에서 4월을 맞는 재미가 솔찮다. 서툰 밭일에 손바닥엔 물집이 잡히지만 상추나 고추 가지 토마토 등을 수확할 생각을 하며 구워먹는 삼겹살 맛이 괜찮았다. 그런데 올해는 그런 흥이 안 난다. 아니 텃밭 운운이 세상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타박을 자초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잔인한 달’ 4월이 우리 앞에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는 그만큼 엄중하다. 비상사태를 넘어 전시 상황과 다를 바 없다.
세계 전체 코로나19 확진자가 70만 명을 넘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특히 가파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1만 명 아래지만 최근 외국에서 유입되는 확진자가 느는 데다 소규모 집단 감염 사례가 잇따른다. 긴장의 끈을 더 죄야 한다. 당장 1일부터 지역과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입국자에 대한 2주간의 의무적 격리를 확대 시행한다.
나라마다 방역과 경제 살리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미국은 2조3133억 달러, 우리 돈으로 2822조 원을 푼다. 독일 1479조 원, 일본 629조 원 등 천문학적 규모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마련한 내수 활성화 대책과 추가경정예산,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예산은 132조 원 선이다. 또 1400만 가구에 4인 기준 10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이 더해지고, 4대 보험료와 전기요금도 납부 유예 또는 감면되며, 추가 조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피 같은 돈이니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크고 피해가 많은 사람부터 순차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게 합리적인 대응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것도 신속하게.
우리의 이웃이자 누구의 딸인 20대 자영업자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이를 확인한다. 외국계 유명 기업을 마다하고 커피점을 낼 땐 이 업계에서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당찬 포부가 있었다. 그렇게 일을 배워가던 어느날 옆 매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방역 작업이 진행되는 걸 보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했다. 1주일 동안 자가휴업 뒤 테이크아웃이나 배달 위주로 영업하다 보니 매출이 뚝 떨어졌다. 하루 15만~30만 원이던 매출액이 5만~15만 원으로 반 토막났다. 이렇게 3월 한 달을 보냈지만 4월은 어떻게 버틸지 눈앞이 캄캄하단다.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직접대출 접수를 위해 소상공인센터에 길게 늘어선 이들이 모두 같은 심정일 터이다.
그런데 이 자영업자가 덧붙인 말에는 이럴 수가 있나 싶었다. 매장 특성상 배달 플랫폼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1일부터 새로 적용되는 배달 서비스로 수수료 부담이 더 많아진단다. 해당 플랫폼에선 업소 간 과당 경쟁을 막고자 함이라지만, 설명이 부족했다면 요령부득이고 정말 수익 증대가 목적이라면 공룡 플랫폼의 과욕이 아닐 수 없다. 어려울 때일수록 약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그렇게 3월에 이어 4월이다. 소비와 공급, 실물과 금융 시스템이 고장난 복합·중첩 위기가 본격화하는 시기다. 코로나19 팬데믹, 세계적 유행으로 인적 교류와 물류가 함께 막혔다. 소비 절벽, 투자 절벽, 생산 절벽이란 3중고를 견뎌내야 한다. 그러니 전망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 미국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대놓고 ‘I자’형이란다. 경기의 바닥 모를 수직 낙하다. 그나마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V자’형 전망이 위안거리다. 확실한 점은 우리나라에 미치는 악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코로나19 극복 자금을 신속하고 적확하게 사용, 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지키며 가계와 기업이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
4월 하순이면 우리나라의 1분기 경제 지표가 발표된다. 국내총생산(GDP)을 비롯한 성적표는 코로나19 사태 1차 충격파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수치이며 4월 이후 대응의 잣대가 될 것이다.
집 앞 금정초등학교 정문에 대형 현수막이 붙어 있다. 등교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코로나19 극복 응원 메시지다. 앙증맞은 글귀도 있고, 제법 어른스러운 표현도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싫어, 러브 바이러스 이리와’ ‘우리는 함께 이겨낸 역사가 있다. 믿는다 대한민국, 잘가라 코로나여’. 어른 책임이 크다. 문재인 정부 어깨가 무겁다.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