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더 많은 김육·조엄 발굴 프로젝트 /조봉권

민생 위해 대동법 완성 김육, 고구마 들여 백성 구한 조엄

코로나 위기에 명분만 걸고 정파 이익 챙기는 세력 아닌 숨은 김육·조엄 주목할 때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최근 나온 ‘김육 평전-대동법을 완성한 조선 최고의 개혁가’(이헌창 지음·민음사)에서 읽은 대목이다. “(조선 시대) 정책의 성공을 증명하는 사실은 인민이 ‘그것을 편(便)하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이런 용어(便民·安民·利民)가 887번 나온다. ‘인민이 모두 그것을 편하게 여긴다(民皆便之)’는 14번 나온다. ‘인민이 그것을 몹시 편하게 여긴다(民甚便之)는 27번 나온다.”(625쪽)

그러나 그렇게 정책·시책을 펴는 것은 어려웠다. 개혁 군주 정조가 벼슬아치들을 놓고 이렇게 한탄한다. “오늘날 풍토는 자기만 알고 국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심지어 재정을 풍족하게 하고 민생을 안정하는 기술을 쓸데없다고 여기기까지 하니, 이래서야 국가가 무엇을 믿겠는가.”(536쪽·정조실록 20년 10월 22일 자) 문장은 이렇게 이어진다. “정조는 김육 등을 계승하는 자세를 신하에게 주문했다.”

‘대동법을 완성한 조선 최고의 개혁가’ 김육(1580~1658)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자. “김육은 ‘재산루기’에서 ‘무릇 천하의 일은 실질일 따름이다. 명분은 실질에서 나오고 실사(實事)는 명분에 근본을 두니, 실사가 없으면서 명분만 찾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명분에 치중하는 주자학자에 대한 비판 의식을 담았다.”( 553쪽)

조선 후기 역사를 더듬다 보면 오늘날 시선으로 이해하기 힘들고, 혁신의 관점에서는 안타깝거나 화가 나며, ‘백성의 삶을 개선한다’는 실질의 기준으로 보면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 참 많다. 당장, 당쟁사만 봐도 그렇다. 수많은 논쟁, 처벌, 처형, 실각, 환국이 당쟁을 매개로 펼쳐진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많은 당쟁 가운데 백성 삶을 개선하거나 나라 살림을 더 잘 가꾸는 ‘실질’과 직접 관련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거의 노론 주도의 ‘명분’ 싸움이다. 보편타당한 원리임을 내세우지만, 뜯어보면 당파성 농후한 관념론인 주자학·성리학의 명분 투쟁이다.

조선 후기,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훌륭한 학자·관리로 활동한 유수원(1694~1755)은 당시 산림(노론)을 매섭게 비판했다. “사대부들이 조금만 글을 쓸 줄 알면 바로 도학을 논하는 말을 구사하여, 외면으로 보면 훌륭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대체로 몸과 마음에서 체험하여 나온 것이 아니라 껍데기만 주워 모아 형식만 꾸며 놓고서 스스로 기뻐한 것이니, 명성이 아무리 높을지언정 실제에서는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640쪽) 껍데기란 얘기다. 국난 타개·국민 복지를 위한 ‘실제’에서는 아무 쓸모 없었다는 얘기다. 공자·맹자 공부를 잘못했거나 안 했다는 거다. ‘유교 탈레반’이란 요즘 신조어가 그냥 나왔겠는가.

이런 풍토에서 조선 중·후기 김육은 눈부신 존재다. 서인 계열로 ‘메이저’에 속했고 최고위직인 영의정에 올랐던 그는 진영 논리에 빠지지 않았다. 여러 정파와 대화·타협하고 강한 추진력도 발휘하며, 백성과 나라를 위해 ‘실질’ 있는 정책을 평생 설계·제안·추진했다. 백성의 극심한 고통과 부담을 덜어준 대동법을 충청·전라로 확대하고 실질적으로 ‘완성’했다. 청나라에 세 번 사신으로 다녀온 견문으로 새 역법인 시헌력을 시행해 사회 시스템을 개선하고 동전 통용 정책을 집요하게 밀어붙여 경제 시스템을 정비했다.

이런 ‘핵통쾌 사이다 발언’도 했다. “삼남에는 부호가 많습니다. 이 법(대동법)의 시행을 부호들이 좋아하지 않습니다. 국가가 영(令)을 시행하는 데 마땅히 소민(서민)의 바람을 따랴야 합니다. 부호를 꺼려 백성에게 편리한 법을 시행하지 않아서야 되겠습니까.”

멋진 정치인이자 관료인 김육과 함께 지금 우리 사회가 꼭 재조명·재발굴해야 할 옛 인물로 동래부사를 지낸 조엄(1719~1777)도 있다. 447명 조선통신사를 이끌고 9개월에 걸친 일본 방문을 잘 마치고, 오는 길에 고구마를 조선에 들여와 백성의 배고픔을 덜었다. 그밖에도 ‘문약(文弱)’의 길로 접어들면서 실질을 잃고, 백성의 삶도 나라의 안녕도 위태로워지던 시기에 조엄이 보여준 높은 안목, 실력, 활약은 실로 빛난다. 조엄을 재발견해야 한다.

김육과 조엄 재발견을 강조한 이유는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 때, 헛된 명분을 내걸고 정파 이익만 챙기되 실질에 아무 도움도 안 되면서 국민에게 증오와 분열만 주는 자와 실제 헌신하고 돕는 이를 잘 구분할 수 있다. 김육 조엄처럼 제대로 이바지하는 사람은 잘 ‘발견’되지 않는 어려움은 있다. 그들이 맡은 영역은 원활히 돌아가니 눈에 안 띄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작정 ‘튀어보려고’ 분열시키고 일부러 사고 치는 자(세력)는 주목받는다. 역설이다. 이런 구조를 개선할 수 없을까? 국민 지혜가 필요하다. 곧 총선이다.

편집국 부국장 겸 인문연구소장 bgjoe@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오거돈 전 시장 2일 동래서 유치장 대기…호송줄 착용않고 이동과정은 비공개
  2. 2재개발 기대감, 부산 단독주택 가격 강세 이어진다
  3. 3부전~마산 복전철 신월역(김해 진례면) 건립 가속도
  4. 4‘적자 누적’ 부산 북구 빙상센터 운영중단 위기
  5. 5시-구·군 공무원 ‘코로나 업무’ 떠넘기기 싸움…시민은 싸늘
  6. 6산발적 교내·학원 감염 잇따라…학부모 “3차 등교 강행 괜찮나” 불안
  7. 7경찰대 정원 100→50명 축소…사관학교 원서 낼 때 지원동기서(자기소개서) 추가
  8. 8간판만 내세우는 롯데 외야수…'새싹' 키우기로 눈 돌려라
  9. 9여당 최인호 “전대 출마 고심” 박재호 “오거돈 사태 수습 총대”
  10. 10
  1. 1‘한국판 뉴딜’ 본격 추진…76조 쏟아붓는다
  2. 2정부 ‘일본 수출규제 관련 한국 정부 입장’ 내일 발표
  3. 3부산 강서구 신호동 인공 철새 서식지 개방 본격 추진
  4. 4동아대 총동문회,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 동문 축하연 개최
  5. 5통합당 1호 법안은 ‘코로나 패키지’…소상공인 지원·등록금 환불 등 담겨
  6. 6부산 야당 총선 1호 공약이던 ‘해양특별시 특별법’ 발의
  7. 7여당 최인호 “전대 출마 고심” 박재호 “오거돈 사태 수습 총대”
  8. 8민주당, 국회 개원 압박…통합당 “원구성 협상이 먼저”
  9. 9김해영 청년정책조정위 부위원장 유력
  10. 10김종인 “진취적인 통합당 만들겠다”…경제혁신위 신설
  1. 1음주·뺑소니 교통사고 보험 최대 1억5000만 원 자가부담
  2. 2금융·증시 동향
  3. 3미래먹거리 찾는 기업 늘며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가파른 증가세
  4. 4여성 1인 가구 안전대책 만들고 중년 재취업 지원
  5. 5주가지수- 2020년 6월 1일
  6. 6‘한국판 뉴딜’ 일자리 55만 개 공급
  7. 7코로나에 뒷전 된 균형발전 “지역산업 수도권과 격차 우려”
  8. 8한국해양진흥공사, 제3회 해운 신사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개최
  9. 9'코로나19 직격탄' 여행업계 2분기 매출 전망치 급감
  10. 10부산항만공사, 이달부터 감천항 재난안전 방송 5개 국어로 실시
  1. 1부산 사흘째 신규 확진 ‘0’…고3 접촉자 중 추가 확진 없어
  2. 2부산 구·군 노조 5일째 시청 농성 ‘재난지원금 업무 갈등’
  3. 3해운대 레지던스 호텔서 화재, 손님 대피
  4. 4울산 북구 암시장에서 도망 나온 암소 도로 활보…초등교 하교 연기 소동
  5. 5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35명…인천·경기 30명
  6. 6기장군 아파트 콘센트서 화재... 30대 여성 부상
  7. 7경남 고성서 화약공장 폭발 사고 … 4명 부상
  8. 8사상구 괘법동, 한국요양병원과 함께 취약계층 학생 '사랑의 PC' 지원
  9. 9창원터널 시설개선사업 최종 완료
  10. 10인천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 15명 이상 추가 확진
  1. 1우즈 지난 1년 수입 96%가 기업 후원금
  2. 2미국 프로야구 선수들, 연봉 추가삭감 없이 팀당 114경기 제안
  3. 3흑인 과잉진압 사건에 들끓는 세계 스포츠계
  4. 4국대급 외야수의 부진…롯데 대체자원도 없어 ‘답답’
  5. 5부산 아이파크 또 미뤄진 첫 승
  6. 6부친상 겪고 데뷔전 오른 샘슨 “야구가 최고의 치료제”
  7. 7롯데, 모처럼 뒷심…두산에 전날 연장 끝내기 패 설욕
  8. 8이소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통산 5승
  9. 9‘산초 해트트릭’ 도르트문트, 6-1로 파더보른 대격파하며 2위 수성
  10. 10'우슈 산타 세계 2위’ 차준열이 밝힌 산타가 MMA에서 통하는 이유(고수를 찾아서 2)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포구예찬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기고 [전체보기]
폭염과의 현명한 동행 /김종석
지역균형발전, 상향평준화의 길 /권오혁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산 고대사는 가야사? 신라사? /권용휘
더이상 ‘오거돈’ 궁금하지 않다 /이승륜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초선 의원들은 잘할 수 있을까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연예술 패러다임 바뀐다
단절은 또 다른 생성을 낳는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장관 출신에게 관심을 /정옥재
수도권 일극체제와 관문공항 /송진영
도청도설 [전체보기]
‘LA 폭동’ 악몽
산복도로 조망권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빈자일등(貧者一燈)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김치의 딜레마
광주의 상추튀김과 쌈
사설 [전체보기]
‘한국판 뉴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 성장 동력 되길
도시재생사업 한다며 지역 문화유산 철거해서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재난기본소득, 정명(正名) 아니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19와 한국의 중견국 외교
허황된 중국경사론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뒷모습을 그린 화가
권력자 마음을 꿰뚫어 본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가 한국에 준 새로운 기회
코로나의 도전과 한국인의 응전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또 밥만 먹는 협치?
K방역의 힘 보여주는 건 이제부터다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장미꽃과 하프와 5월
문득 찾아온 토마소 알비노니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숙성, 사회의 성숙
거리두기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홍현주의 ‘소림모옥도’
무명 천재 화가의 화조 민화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