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은 스웨덴이다. 초·중학교 전문상담사인 아내가 2주째 출근을 못 하고 있다. ‘가슴을 압박하는 것 같다. 이어 신장에 통증이 느껴진다, 다시 목과 가슴 쪽으로 올라와 좀 어지럽고 구토기가 있다.’ 미열은 있으나 기침은 없다. 코로나19 감염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이렇게 자가 격리 상태에서 몸조리를 하고 있다. 필자가 심각한 것 같다며 병원에 전화해보라 하니 아내는 이 정도로 병원에 전화하면 자신까지 병원에 부담을 준다며 고개를 젓는다. 그러면서 다시 ‘국민건강청’의 코로나 대응지침을 본다.
유럽 미국 모두 한국이 코로나 대응 모델국가라며 찬사를 보낸다. 한국은 중국 이탈리아같이 지역 봉쇄도 하지 않으면서 감염자와 감염 위험군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신속히 검사하고 격리하며 치료했다. 그 효과는 감염자·사망자 수가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뉴스를 접한 이웃 스웨덴 아저씨는 “한국은 신천지교만 아니었다면 코로나 문제를 벌써 해결했을 것”이라며 내게 엄지를 세워 보였다.
이탈리아 스페인을 비롯해 유럽 전역이 코로나 비상이다. 군용차로 시신을 나르는 장면은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거의 유럽 전역이 지역 또는 국경 봉쇄, 모임 금지, 외출 금지를 단행하고 이런 금지 조치가 잘 시행되는지 통제하기 위해 군대와 드론까지 동원한다. 이웃 나라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도 국경봉쇄, 여름집 숙박 금지, 강제 검사를 하고 심지어 당국의 자택 방문을 통해 자가 격리를 통제한다. 모두 전시나 독재국가에서나 있음 직한 통제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사재기로 상품이 동이 났다고 한다.
스웨덴의 대응은 이런 모든 나라와 판이하다. 국경을 봉쇄하지도 않았고 외출 금지나 집회 금지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사재기도 하지 않고 있다. 고교와 대학은 원격강의로 대체하고 초·중학교는 교장 판단 하에 수업을 계속하고 있다. 개인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모여서 선 채 맥주 마시는 것을 금지하고 식당의 식탁 사이 거리를 조금 멀게 조처를 취했을 뿐이다. 가능하면 일상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려는 것이 역력하다.
국민건강청 권고지침도 시민 개개인의 책임감에 호소하며 손을 깨끗이 씻고 소독하기, 대화 때 1.8m 거리 두기, 불필요한 외출과 모임 자제 등으로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는 예방조치에 초점을 둔다. 한국처럼 감염자를 적극적으로 찾거나 검사하지도 않는다. 발열 또는 기침 증세가 있으면 우선 자가 격리하고 증세가 뚜렷해지면 병원으로 전화할 것을 권고한다.
개인적 차원의 이런 지침 외에 국가 차원에서는 최근 퇴직 의사들의 복귀를 요청하고, 시급하지 않은 일반 환자의 치료나 수술은 코로나 환자를 위해 2순위로 하고, 박람회 장소 등 공공장소를 임시병원으로 개조하고, 군대까지 동원해 야전병원을 설치하여 호흡기질환 중환자실 또는 집중병실을 대폭 늘리며 대비하고 있다. 또 이 사태가 경기 침체나 대량실업 등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줄이기 위해 기업에 무이자 대출을 하고 국가보험금 및 세금 납부 연기, 무급료 병가 기간 잠정적 철폐, 중소기업지원책 등을 내놨다.
코로나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도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한 ‘개인의 이성과 책임’에 가장 큰 역점을 두며 국가적 대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스웨덴 수상은 ‘국민에게 드리는 연설’에서도 “국가의 책임은 말할 것도 없지만 개개인의 책임이 막중하다”며 다음과 같이 호소한다.
“일생에서 자신뿐 아니라 동료를 위해, 이웃을 위해 그리고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을 치러야 할 결정적인 순간이 많지 않지만,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우리 모두는 감염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책임을 지고 노인과 취약 계층을 보호해야 한다.” 나아가 빈부격차나 사회계층에 따른 코로나 치료의 불평등을 막아야 한다며 국가의 역할과 연대성을 강조한다.
개인의 책임성과 연대성, 국가의 합리적 의료 대응에 초점을 둔 스웨덴의 이 차분한 코로나 대응이 생명을 건 대실험인지 아니면 한국과는 다른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지는 머지않아 밝혀질 것이다. 아내가 곧 다시 출근하여 아이들과 부대끼는 날을 기대한다.
전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스톡홀름대 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