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탓에 잠시 잊고 지내지만, 미세먼지는 일시적인 유행성 전염병인 코로나19와는 달리 건강에 상시적인 위협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시행 중인 ‘미세먼지 계절별 관리제’ 추진상황과 3월 강화 대책을 지난 2일 발표했다. 미세먼지 계절별 관리제는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로 분류되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평소보다 배출 저감을 강화하는 조치이다. 다행히 이를 시행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세먼지 나쁨 일수와 고농도 일수는 지난해보다는 각각 13%(24일→21일), 80%(11일→2일)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별 관리제의 효과, 중국 미세먼지 감축대책의 효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조업 감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미세먼지 위협이 계절에 따라 차이는 있다 해도 이미 ‘상시’화된 시점에서 무엇보다 배출 자체를 줄이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해마다 환경부가 발표하는 ‘국가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를 보면 2016년 우리나라 전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에서 선박에서 배출되는 물질이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보자. 질소산화물(NOx) 13.0%, 황산화물(SOx) 11.3%, 초미세먼지(PM2) 7.0%로 매우 높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항만 인근 도시들은 항만 및 선박 활동에 따른 대기오염물질 배출로 다른 도시보다 대기오염의 정도가 두드러지게 높다. 부산만 보더라도 전체 대기오염 배출량에서 선박 배출량의 비율은 NOx는 38.8%, SOx는 70.9%, 미세먼지(PM)는 15.9%, PM2는 38.7%를 차지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정부가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집단감염지 관리에 역점을 둔 것과 마찬가지로 미세먼지 관리대책도 항만 및 선박 활동과 같은 ‘핫스팟’의 배출 관리가 중요하다.
환경부는 지난해 2월 수도권 대기환경특별법을 제정해 미세먼지 농도가 심각할 경우 이를 줄이기 위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부여했다. 서울시가 ‘미세먼지 계절별 관리제’ 기간 매연 저감 장치를 달지 않은 모든 5등급 차량의 서울 시내 운행을 제한한 것이나 얼마 전까지도 실시한 행정·공공기관 출입 차량 2부제도 이 법에 따른 조치다. 나아가 올해 4월부터 수도권, 중부권, 동남권, 남부권 등 전국을 권역으로 나눠 대기환경을 관리하는 대기관리역법이 시행된다. 수도권 대기환경특별법 내용을 다듬어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에 더해 올해 1월부터는 항만에서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집중 관리를 위한 항만지역 대기질 개선 특별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정부는 미세먼지 관리를 위해 근거 법률을 제정하고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현장에서 실행해야 하는 주체는 지방자치단체나 항만 당국이다. 당장 부산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대기관리권역법에 따라 항만·선박을 포함하는 권역 내 대기오염물질 배출원 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부산항만공사와 함께 정부가 항만대기질법에 따라 수립한 종합계획을 이행할 세부계획도 수립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세부계획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이 없어 혼란이 우려된다. 부산 인천 등이 개별적으로 세부계획을 수립할 경우 정책 수행의 비효율성도 예상된다.
얼마 전 코로나19로 초중고 개학 연기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문제가 나타났다. 개학하더라도 학교 공동체가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응할지 학교보건지침이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학생·교직원이 확진되거나 교내 감염 발생 때 대응 요령, 소독, 폐쇄(휴교), 학생 병결·결석·조퇴와 교직원 병가에 대한 표준화된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미세먼지 대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미세먼지 배출 저감과 관리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기술적) 방안을 적용하기 위한 표준매뉴얼이나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 그 지침에는 항만당국과 지자체의 미세먼지관리 세부목표와 정책방향, 관리 조직 및 인력 구성, 실태조사, 유효한 저감조치 운영방안, 비상계획, 이행성과 평가 등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항만 대기오염 모니터링, 선박이나 항만 활동으로 생기는 배출량 산정, 배출물질 이동·확산 및 영향 파악 방법론 등 기술적 사항도 제시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이제 국민 마스크 쓰기는 일상 생활화됐다. 미세먼지 대책에서 국민의 대응 태세는 완비됐다는 의미다. 이제는 지자체나 항만 당국이 미세먼지 관리 세부실천계획을 수립해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