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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인포데믹 /한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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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3-23 20:03:29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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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이제 전 세계로 확산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병의 확산 위험도에 따라 6단계로 경보단계를 나누는데, 최고 단계인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질병이 특정 지역(엔데믹·Endemic), 특정 나라(에피데믹·Epidemic) 창궐을 넘어 대륙 간 감염으로 확산된 경우로, ‘세계적 유행’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말이다. 실로 두려운 재난이다.

그림 서상균
‘인포데믹(Infodemic)’이라는 말도 있다.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의 확산(Epidemic)’을 합친 단어로 잘못된 정보, 유언비어가 각종 미디어와 인터넷 등을 통해 아주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가짜 뉴스, 가짜 정보가 흡사 바이러스처럼 무한 증식하며 퍼져나가는 ‘정보 감염증’이다.

지난 몇 개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관련된 인포데믹도 너무나 다양했다. 무고한 사람의 얼굴이 ‘31번 확진자’로 둔갑했고, 퇴직을 미루고 최전선에서 바이러스와 싸우던 간호사들을 공포와 격무에 굴복하여 집단 사표를 내는 패배자로 만들었다. 그릇된 의료정보가 ‘○○총장’ ‘××학장’의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돼 바이러스보다 더 빠른 속도로 국민을 감염시켰다. 최근 수십 명의 집단 확진자가 발생한 교회에서는 예배 전에 분무기로 소금물을 신도들 입에 뿌렸다. 소금물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다는 가짜 정보에 감염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미국 유럽 호주 등 여러 곳에서 난데없이 ‘휴지 품귀현상’이 등장했다. 바이러스 차단을 위한 마스크 생산이 늘어나면, 같은 재료인 휴지가 귀해질 것이라는 잘못된 정보에 불안해진 사람들이 앞다투어 사재기했기 때문이다.

인포데믹 피해는 개인이나 특정 단체에 국한될 수도 있지만, 그 종류에 따라 민족이나 인류가 희생되기도 한다. 1923년 일본 관동대지진 발생 후 수인성(水因性) 전염병이 창궐하자 ‘조선인이 우물물에 독을 넣었다’는 유언비어에 감염된 많은 일본인에 의해 수천 명의 조선인이 학살됐다. 히틀러의 ‘게르만 민족주의’와 ‘반(反)유대인’의 그릇된 사상은 나치 정당과 수많은 독일 국민을 선동해 결국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언론이 통제되던 과거에는 단일 경로로 제공되는 정보의 참·거짓만 구분하면 되었다. 지금은 활자매체 외에도 각종 전자언론, 개인방송, SNS 등 너무나 다양한 경로로 정보가 만들어지고 공급된다. 이제는 정보의 진위는 물론이고, 이 정보가 어떤 목적으로 생성됐는지, 작성자의 정치적 성향이나 정보 내용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보 홍수 속에 독자가, 국민이 더 혼란스럽고 힘들어진 세상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이 강한 무기는 반드시 바르게 써야 한다. 바르게 생각하고 올곧게 쓰는 ‘정론직필(正論直筆)’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는 언론의 사명임은 말할 것도 없고, 개인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쓴 글과 옮긴 정보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거짓 정보가 걸러지지 못하고 마구 뿌려지는 사회는 팬데믹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보다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인포데믹은 바이러스보다 더 악성이다. 바이러스는 ‘사회적 거리’를 요구한다. 하지만 서로 안부를 걱정하고 격려하는 가족, 동료, 마을 사람, 국민의 따뜻한 마음마저 멀게 하지는 않는다. 가짜 뉴스는 불안, 공포심, 이기심을 자극해 ‘심리적 거리’를 만들고, 인간관계를 멀어지게 한다. 가짜 정보는 단 1분이면 지구 반대편까지 확산된다.

온 국민의 배려와 지혜, 각 분야 작은 영웅의 힘으로 이 바이러스는 반드시 극복될 것이다. 그러나 인포데믹은 과연 치료될 수 있을까? 정보 제공자의 자정(自淨)과 언론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범죄행위를 날카로운 감시로 찾아내고, 정확히 걸러내는 실천과 시스템이 인포데믹의 백신과 치료제가 될 것이다.

부산백병원 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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