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피를 나눈 형제도 나눌 수 없는 것. 골육상쟁(骨肉相爭)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하물며 대학 선후배쯤이야 무슨 걸림돌이 되겠나. 배신과 의리는 동전의 앞뒤 면이다. 어차피 파워게임인데, 헤게모니를 앞에 두고 정리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 그게 현실 정치다. 너무 비정한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의 관계가 공천 국면에서 핫이슈다. 그래서 이력을 찾아봤다. 겹치는 부분은 성균관대 선후배(황 대표 법학과 77학번, 한 대표 물리학과 78학번) 친박계 정치인 정도였다. 이런 인연 때문인지 황 대표는 지난해 ‘2·27 전당대회’에서 자유한국당 대표가 되자, 한 대표를 사무총장에 앉혔다. 황 대표의 ‘1호 인사’였다. 한 대표는 ‘친황’의 대표주자로 불렸다. 황 대표가 지난 2월 미래한국당 대표로 한 대표를 지명할 때도 당연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미래한국당이 지난 16일 비례명단을 발표하면서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라는 말이 나왔다. 황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공들여 영입한 통합당 인사들이 대거 뒷순위로 밀린 탓이다. 황 대표의 오더대로 공천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지난해 6월 막말 논란으로 사무총장직을 내려놓을 때 황 대표에게 쌓인 섭섭함을 이런 식으로 표출했다고 해석했다. 당시 사퇴는 사실상의 경질이었던 탓이다. 한 대표는 미래한국당 대표를 맡을 때부터 나름의 계획이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이유야 어쨌든 이번 사태로 황 대표와 통합당이 입은 상처는 좀 있어 보인다. 후유증이 만만찮은 탓이다. 지금까지 성적을 보면 황 대표는 체면을 구기고 실리마저 잃을 판이다. 정치권에서는 “산전수전 다 겪은 수도권 4선 한선교에게 정치 초년생 황교안이 당했다”라는 말이 나온다. “역시 정치는 선수(選數)”라는 말은 황 대표에게 뼈아프다. 대권주자로서의 리더십을 의심케 하는 말이다.
하지만 정치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심판관도 있다. 바로 유권자이고 국민이다. 그들의 평가는 헤게모니와 별개다. 그래서 정치인은 선택의 고비마다 ‘실리냐’ ‘명분이냐’를 두고 고민한다. 이번 사태도 비례인사 중 일부를 재조정하는 식으로 절충점을 찾고 있다. 최종 성적이 나오기까지 상처를 회복할 시간은 아직 있다. 총선까지 남은 20여 일은 세월이다. 그 사이에 여론은 몇 번 요동칠 것이다. 황 대표가 어떤 마무리를 할지 궁금하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