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 온 나라가 앓고 있는데, 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 신도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대량으로 발생하였고 그 외 다른 교회들도 집단감염의 매개체가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신천지예수교가 보건당국의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하지 않고 정보를 숨기고 있다는 의심을 받기 시작하자, 이만희 총회장을 구속 수사하라는 국민청원이 시작되고 서울 시장이 이만희 총회장과 지도부를 살인죄, 상해죄,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등 국가와 종교기관이 충돌하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다.
국가와 종교의 관계라는 주제는 이론적으로 서양 세계에서 중세 이전부터 논의되어 왔지만, 정치와 종교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밀접한 고리가 깨진 실제적 예는 1791년 미국 수정 헌법이 제정되던 때로 간주한다. 정교분리의 원칙이라 부르는 이 개념은 국교를 인정하지 않고 종교를 선택할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골자다.
유럽에서 종교 때문에 몇백 년 동안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이 신대륙에 정착하면서 정교분리의 원칙을 확정하였고, 미국 기독교 신학은 물론 시민사회의 기본적인 뼈대가 되는 전통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기본적으로 기독교 사회였던 미국에서 기독교 전통이 자유나 애국심 그리고 시민의식을 보장하는 기초이념이라고 간주하다가 양자를 분리하는 과정을 겪었으며, 이 과정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미국인들과는 매우 다른 역사를 경험하며 살아왔다. 한때 우리나라 지배층이 불교를 국교로 삼은 적이 있지만, 조선 시대가 되면서 국가의 지배원리는 유교 전통을 중심으로 확립되었다. 이 전통을 유교라는 말로 부르고 종교로 볼 수도 있지만, 유교에서 말하는 ‘하늘’이나 ‘조상숭배’ 사상은 상대적으로 종교적 색채가 매우 약하다. 결국, 우리나라 사람은 비종교적 세속적 지배층이 주류가 된 역사를 경험한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민간신앙의 전통도 매우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었고, 오히려 민간신앙이 불교와 유교는 물론 후대에 전래된 기독교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인은 민간신앙과 더 밀접한 신앙심을 품고 있으면서도 유교에 걸맞은 생활양식을 유지하도록 강요받았고, 또 언젠가 지위가 향상되면 유교식 생활양식을 시행하고 싶은 욕구를 안고 살기도 했다.
형식적으로 세속정부를 지향하지만, 기저에 민간신앙적 사고방식을 잃지 않은 이중적인 상태가 지속되면서 우리는 국가와 종교기관이 상호작용을 통해 존중하는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연습해 본 적이 없다. 세속적인 주류 세력의 등 뒤에서 암암리에 시행한 민간신앙은 지역에 따라 종교집단에 따라 개별적 존재로 남았고, 주류 사회와 동등히 대화하는 사회의 일원으로 나설 수 없었다.
해방과 한국전쟁 후에 우리가 세운 나라는 이 땅에서 자생한 국가 형태가 아니라 외국 문화를 수입하여 건국했기 때문에 종교정책도 외국의 예를 거르지 않고 답습했으나, 정책을 시행할 역사적 경험이 없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억압된 민간신앙이 사회적 정체성을 고민하는 역사적 경험 없이 사회기관으로 탈바꿈한 상황이기 때문에, 억압받던 신앙이 해방되며 권리를 보장받는 만큼 사회 일원으로 협조해야 한다는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였다. 사회의 통제를 억압으로 인식하는 상태가 되어, 박해를 이겨내야 진정한 신앙이라는 방향으로 비뚤어진 해석을 낳게 되었다. 결국 억압 아닌 억압을 이겨내기 위해서 비정상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되고, 결정적 위기 상황에서 비극적인 결말을 낳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렇게 본다면 코로나19 때문에 노출된 신천지예수교는 우리 사회가 낳은 아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조상과 우리가 숨 가쁜 근대사를 살면서 생산한 우리의 이웃이며, 거울에 비친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신천지예수교를 이단이며 사기집단이라고 비방하는 사람도 많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포교하여 신도 수를 늘려야 한다는 지상과제는 주류 종교기관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친분관계를 이용해 전도 대상자에게 선물을 하거나 도움을 주는 방법도 기존 교회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 서로 가까이 붙어 앉아 신나게 찬송을 부르는 예배방식도 기도원 같은 종교기관들이 오랫동안 사용해왔다.
국가는 신천지예수교가 음지로 숨어들어 가지 않도록 양성화하며 그 권리를 인정하는 대신,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법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며 통제를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일회적으로 수사하고 처벌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종교재단이나 종교법인 설립을 의무화하는 방법을 놓고 종교계가 합의할 수 있다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
건국대 중동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