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갑작스러운 헬기 사고로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플레이어였던 코비 브라이언트가 딸과 함께 세상을 떠났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1996년 NBA 무대를 처음 밟은 이후 LA 레이커스에서만 20시즌을 활약하며 한 시대를 풍미한 농구계의 전설이었다. 코비는 NBA 챔피언에 5번 오르고 올스타에는 18번이나 선정됐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후계자로 NBA 인기를 이끈 주역 중 가장 비중 있는 한 명이었던 코비는 선수 생활 후반기에는 득점 욕심만 내는 이기적인 플레이로 동료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코비는 살아서나 죽어서나 많은 농구팬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다. 그가 보여준 농구에 대한 진정성과 순수성은 아낌없는 팬 서비스로 이어졌다. 그를 부르는 어린 팬에게 주저 없이 농구화를 벗어 사인해서 건네주는 건 경기 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그가 한국 농구 팬을 찾아와서 해준 팬 서비스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코비는 한국을 세 차례 방문했다. 1998년 처음 방문했고 대스타가 된 2006년과 2011년 방문 때는 청소년 대상 농구 클리닉을 열어 팬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기본기부터 다양한 기술까지 전파해준 코비는 일대일 경기조차도 쉽게 넘기지 않았다. 한 학생이 일 대 일 경기에서 그를 제치고 슛에 성공하자 곧바로 화끈한 덩크 슛으로 응수해준 얘기도 유명하다.
코비뿐만 아니라 스타 선수들은 몸값에 걸맞은 팬 서비스가 몸에 배었다. 지난 10년 동안 프로 복싱 선수 플로이드 메이웨더와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8700억 원 넘게 벌어들인 리오넬 메시도 특히 어린이 팬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 훈훈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이동하는 도중 달려오던 어린이 팬이 경호원에 막히자 걸음을 되돌려 팬을 안아주고 기꺼이 유니폼에 사인해주는 모습은 유튜브 동영상으로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은 메시의 라이벌로 한국 팬에게는 지난해 희대의 ‘노쇼’로 미움 받는 존재가 된 호날두도 마찬가지로, 어린이 팬 사랑은 유별나다고 할 정도였다.
국내 프로스포츠 선수의 팬 서비스는 어떤가. 코비 한 명의 몸값이 우리나라 프로농구 리그 전체 선수의 몸값보다 비싼 상황에서 단순 비교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다만 스포츠 팬들의 눈에는 선수들의 몸값이 아닌 눈앞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행동이 평가의 기준이 된다. 우리나라 프로 스포츠 선수들도 팬의 소중함을 모르지 않는다. 팬 없는 프로스포츠는 존재 의미가 없다는 건 누구보다 선수들이 잘 알고 있다.
다만 일부 선수의 잘못이 부각돼 팬의 질타를 받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이 “사인을 너무 많이 해주다 보니 희소성이 떨어져서 잘 안 해 준다”고 한 말은 프로 선수들의 사인을 비롯한 팬 서비스 논란이 일 때마다 거듭 소환된다. 본인 스스로 “부끄러운 장면”이라고 반성하며 후배 선수들에게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라고 거듭 충고했다. 실내 스포츠라 팬과 접점이 많은 이유로 적극적으로 팬 서비스를 해온 프로농구도 지난해 불거진 어린이 팬의 하이파이브 요청 무시로 큰 비난을 받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이 진행 중이던 농구와 배구는 물론 야구와 축구까지 국내 4대 프로스포츠가 전면 중단됐다. 특히 농구와 배구는 무관중 경기까지 하며 시즌을 이어가려 했지만 끝내 리그를 멈췄다. 아직 시즌을 시작조차 하지 못한 야구·축구와 달리 농구와 배구 선수들은 무관중 경기에 이어 리그가 중단되자 팬 없는 경기장의 아쉬움을 토로한다. 부산 kt의 선수들도 “팬도 없는 경기를 굳이 해야 하는지 회의감에 빠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NBA도 비슷한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무관중 경기를 검토 중인데 최고의 스타인 르브론 제임스는 “경기장에 팬들이 없다면 뛰지 않을 것이다. 난 팀 동료와 팬들을 위해 뛴다”고 밝히는 등 선수들은 상황의 심각성은 알지만 무관중 경기 자체에는 부정적이다. 국내 프로 선수도 관중 없는 경기장에서 팬의 소중함을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좋아하는 선수의 플레이를 보지 못하는 팬들의 안타까운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이후 재개되는 프로스포츠 리그는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선수도 팬도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하루라도 빨리 봄야구, 봄축구를 볼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생활레포츠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