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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귀하디귀한 악기 ‘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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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3-10 19:02:07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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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누적 확인자 현황을 살피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지난달 코로나19는 위기 단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상향되며 3월이면 입학과 개학으로 분주한 학생들 모습도 간곳 없이 사라졌다. 문화예술계 공연과 행사도 대부분 취소·연기됐다. 필자도 예술에 몸담은 이래 이렇게 문화예술이 전면 중지된 것은 처음 겪는다. 사람들은 평범하고 반복되던 일상이 온통 마비된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며 이 힘든 시기가 빨리 지나가길 바라며 묵묵히 견뎌내고 있다.

   
편경.  국립국악원 제공
국악사에서도 국가의 대혼란으로 음악적으로 큰 변화가 왔던 사건이 있었다. 바로 조선 시대 임진왜란(1592년)과 병자호란(1636년)이다. 전란으로 궁중의 악기가 파괴되거나 분실됐고, 궁중 악공들은 궁을 떠나 이직하거나 목숨을 잃었다. 궁중음악의 법도와 규모는 상당했기에 궁중에 상주하는 악사만도 수백 명에 이르고 제례악과 아악에 쓰이는 악기 가짓수도 많았다. 위급한 상황에서 쉽게 운반할 수 없는 크기의 악기도 많았다.

전쟁 중 파괴된 궁중음악의 복원 노력은 영조 대까지 계속 되었지만 그 규모는 조선 전기에 비해 크게 약화되고 축소됐다. 임진왜란 이후 봉건 질서가 무너지고 이용후생·실사구시의 실학사상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면서 음악도 민중의 음악인 향악이 크게 발전한다. 이렇듯 조선 시대 국악사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전후로 궁중음악 중심의 조선 전기 음악과 판소리와 같은 향악 중심의 조선 후기 음악으로 나뉘게 되었다.

요즘 코로나19 탓에 돈이 있어도 마스크를 살 수 없는 상황처럼 궁중음악에 쓰이는 악기 중에도 돈이 있어도 살 수가 없는 귀한 악기가 있었다. 편경(編磬)이 그것인데 고려 예종 11년 송나라에서 들여온 이후 조선 시대에 걸쳐 지금까지 종묘제례악을 비롯한 아악에 쓰이는 악기이다. 나무틀에 대리석인 경석(磬石) 16개를 달아 쇠뿔로 만든 채인 각퇴(角槌)로 두드려 소리를 내는 유율타악기다.

편경의 주재료인 경석이 세종6년 국내에서 발견돼 비로소 국내에서도 제작되기 전에는 경석 자체도 구할 수 없는 재료이고, 제작 과정도 어렵고, 파손될 우려가 커 극진한 대접을 받았던 악기다. ‘대전통편(大全通編)’에는 ‘전쟁이 나면 편경을 가장 먼저 숨겨라’, ‘경국대전(經國大典)’에는 ‘편경을 망가뜨리는 자는 곤장 100대와 유배 3년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편경은 온도·습도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돌이 주재료라 음정이 변하지 않아 국악기를 조율하는 기준이 되었다. 전란으로 악기가 파괴되어도 편경만 있으면 음 복원이 가능했기에 전쟁이 나면 편경의 대리석만 우물에 숨기고 피란 갈 정도로 편경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국보급 악기였다. 역사적으로, 큰 재난 후 사회·문화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코로나19의 이 상황이 지나간 뒤 바뀌어 있을 우리 삶은 어떤 모습일까?

소리연구회 소리 숲 대표·음악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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