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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자연인처럼 살 수는 없어도 /김재원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3-05 18:44:42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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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거리가 조용하다. 고속도로도 한적하다. 사람이 붐비던 백화점조차 썰렁하다. 최고의 백신은 ‘거리두기’라 사람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집안에만 갇혀 있을 수 없어 한적한 곳에 있는 범초산장을 찾아갔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마스크를 벗고 햇볕을 쬐었다. 아파트에서는 가스불로 밥을 짓지만 자연인처럼 불을 때어 밥을 했다. 매운 연기가 나고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병균을 털어버리기라도 하듯이 아궁이 옆을 맴돌았다. 잡곡밥에 달걀찜과 봄나물 무침으로 밥을 맛있게 먹었다. 몹쓸 전염병이 돌 때는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불안감이 커지기 마련이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기가 겁나지만 집에만 갇혀 있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니다. 이번 사태가 금방 끝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화를 대비해서 체력을 길러두어야 한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하되 입맛이 없으면 맛있는 것도 챙겨 먹어야 한다. 이왕 손해 보는 거 돈을 좀 쓰더라도 잘 먹어야 오래 버틸 수 있다.

집안에 오래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에 미처 읽지 않고 처박아 두었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것도 좋겠다. 체력을 단련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모이는 실내보다는 사람이 적은 공원을 걷거나 뒷산을 오르는 것이 경제적이고 효과가 크다. 나무가 많은 숲속에 들어가면 피톤치드라는 물질이 나오는데 사람에게는 해가 없으면서도 폐렴균을 비롯한 유해균을 죽여준다. 돈 안 들이고 소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이 붐비는 도시는 편리한 점이 많기는 해도 역기능 또한 만만찮다. 범죄 증가, 사람과의 갈등, 주택난, 매연, 층간소음, 운동 부족 등….

도시에서 병을 얻었을 때는 자연으로 들어가면 치유되는 경우가 많다. 나도 학교 퇴직금으로 받은 돈을 포함하여 1억 원을 건물주의 야반도주로 날리고 나서 우울증과 화병을 얻은 적이 있다. 지금보다 훨씬 더 큰돈이었기 때문에 상실감이 정말 컸다. 아무리 잊으려고 해도 분노가 치솟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밥맛조차 없었다. 이러다가는 영영 폐인이 될 것만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책을 읽다가 나처럼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이 산을 오르내리며 병을 고쳤다는 글을 읽었다. 나에게는 그 글이 구세주와도 같았다. 당장 나도 주말에는 도시락을 싸서 산으로 갔다. 복잡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지칠 때까지 걷고 또 걸었다. 다리가 아파서 못 걸을 지경이 되면 아무 데나 퍼질러 앉아서 간식을 먹고 물을 마셨다. 온종일 산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해질 무렵이 되면 다시 도시로 내려왔다.

이런 생활을 두어 달 했더니 거짓말처럼 병이 나았다. 약은 한 알도 안 먹었으니 신기한 일이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건강이라는 지혜를 자연에서 얻었다. 나무는 여름에 무수한 잎을 매달고 있지만 늦가을에는 다 떨어뜨린다. 그러고도 봄이되면 새로운 잎을 달고 다시 시작한다. 사람도 바닥까지 떨어지고 나면 올라갈 일만 남았다. 바닥에 떨어졌다고 끝은 아니다. 돈은 잃었을망정 건강하면 다시 회복할 수 있지만, 건강을 잃고 나면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나는 그때의 경험을 잊지 않고 지금도 주말이면 꼭 산을 찾아간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어려운데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막다른 궁지로 몰리고 있다. 장사하는 사람들과 서민들의 타격이 크다. 하지만 이런 위기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재정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스마트폰에만 너무 매달리지는 않았는지? 남을 험담하고 이간질하지는 않았는지? 술과 담배로 자신의 몸을 혹사하지는 않았는지? 불규칙적인 생활로 몸을 망가뜨리지는 않았는지? 도시의 편리함에 젖어 자연을 멀리하지는 않았는지?

자연은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다. 병든 이를 받아주고 삶에 지친 이를 위로해주고 갈 곳 없는 이에게는 친구가 되어준다. 대부분의 자연인들이 사업에 실패하거나 낫기 어려운 병에 걸렸거나 가까운 사람의 배신에 실망한 나머지 산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도 적지 않은 자연인이 죽지 않고 여전히 살아 있고 산속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우리 모두가 자연인을 따라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싫건 좋건 많은 사람이 도시에 살면서 직장을 지키고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

그렇지만 여가가 생겼을 때마다 자연을 찾아간다면 얻는 것이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자연은 언제나 옳다. 옹졸하지 않고 통이 크다. 쩨쩨하게 감춰두지 않고 누구에게든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선뜻 내어준다.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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