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밝았다. “잘 이겨내야지요. 전화위복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코로나19의 파괴력이 엄청나다. 보이지 않는 적, 바이러스가 우리의 일상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신천지 관련 31번 확진자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관리가 가능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 후 열흘 사이에 확진자가 100배 이상 급증했다. 이젠 “혹시 나도?”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게 됐다.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대구에선 서문시장이 전면 휴장했고, 부산 구포시장 휴장은 400년, 자갈치시장 휴장은 75년 만이라고 한다. 1926년 첫 대회 이후 94년 만에 처음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계탁구선수권대회도 3월에서 6월로 연기됐다. 세계 87개국이 참가하는 큰 대회이나 시민과 선수의 안전이 우선이다. 이 대회를 위해 누구보다 분주했던 그는 양재생 집행위원장이다. 2010년 부산탁구협회장을 맡은 이래 2013년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와 2019년 코리아오픈국제탁구대회에 이어 ‘한국 탁구 100년사의 이정표’라는 세계대회 유치로 협회장 임기의 대미를 장식하려던 그로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을 터. 게다가 그의 본업인 물류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전화로 안부를 물었더니 그는 “위기를 극복하고자 할 때 잠재적 능력이 발휘되고 보이지 않던 시장도 보인다”며 오히려 긍정 에너지를 발산했다.
코로나19는 중국이 지난해 12월 31일 첫 환자가 발생했다고 보고한 지 두 달 만에 전 세계로 퍼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위험도를 ‘매우 높음(very high)’으로 격상했지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을 아끼고 있다. 세계 증시 시가총액은 38일 만에 7290조 원 줄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86개국 중 우리나라는 감소액이 여섯 번째로 크다. 또 최근 10일간만 보면 가장 감소율이 높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내상이 깊은 만큼 우려의 시선이 넘친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우리나라 코로나19 확진자가 최대 1만 명에 이를 수 있으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함에 따라 한 가지 예측은 빗나갔으나 확진자 수 1만 명은 가시화하는 상황이다. 경제성장률 추이는 특히 암울하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1%로 하향 조정한 가운데 모건스탠리와 노무라증권은 최악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각각 0.4%와 0.5%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범정부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19 종식 예상’이 대표적인 예다. 이를 두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대가가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종식’ 언급 후 열흘 만에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했으나 이미 봇물이 터진 다음이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코로나19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서 돌아온 한국인”이라고 주장했다가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대구코로나’라고 했다가 물의를 빚거나 ‘대구 봉쇄’ 발언으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도 빼놓을 수 없다. 때론 칼보다 더 큰 상처를 주는 것이 입이다.
이와 함께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마스크 공급 문제는 국민의 분노 게이지를 높이는 요인이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총리와 부총리가 거듭 사과하고, 특히 문 대통령이 ‘현장, 현장, 현장’을 외쳐도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자발적 격리’를 통해 확산세 진정에 힘을 보태고 있는 국민은 힘이 빠진다. 나도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 마스크 공급조차 제대로 못 하는 정부 대처에 대한 불만, 어긋난 일상에 따른 부적응 등으로 ‘코로나 우울증’에 빠질 지경이다. 온종일 관련 뉴스에 몰입하고 ‘왜 마스크를 쓰지 않았느냐’며 시비가 붙은 일이 생기니 하는 말이다.
코로나19 감염력이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1000배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중국에서 나왔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가 방역 고삐를 더욱 죄어야 하는 만큼 국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 그나마 양 회장처럼 위기를 극복하려는 희망 에너지를 나눠주는 사례가 이어져 반갑다. 대구로 달려가는 자원봉사 의료진인 의병(醫兵), 500억 원을 훌쩍 넘은 국민성금도 위안거리다. 그 속엔 세운철강 신정택 회장, 와이씨텍 박수관 회장 등 향토기업인이 있다. 주조원료 32t을 소독제로 내놓은 대선주조도 빼놓을 수 없다.
양 회장은 ‘된다, 된다, 더 잘 된다’는 신념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마음먹은 대로 일이 이루어진다는 ‘심상사성(心想事成)’을 사회적 연대의 ‘희망 백신’ 삼아 이 어려움을 극복하자. 외롭지 않은 싸움은 반드시 이긴다.
수석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