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이후 한일 어업협정이 미체결 상태로 4년을 넘어 5년째 이어지고 있다. 대형선망과 대형기선저인망, 서남구기선저인망, 근해 연승 및 채낚기어선 등이 주를 이루는 부산 근해어업은 어업협정 미체결에 따른 피해가 크다. 어획량 기준으로 21% 정도가 줄어들었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에 따른 어황 변화 역시 상황을 예측 불가능하게 하여 어업경영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일종의 공황 현상을 보인다.
정부는 총허용어획량(TAC)기반 어업규제완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간 임자 없는 물건으로 인식해 잡히는 대로 잡던 어업인의 의식과 심리상태를 안정시키고 정책에 순응하기 바라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현장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뛰어다니지만, 마땅한 대안을 내놓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형선망어업의 경우 지난해 2개 선단(통)을 감척했고 올해도 3개 선단(통)을 감척할 계획이다. 업계는 감척 비용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면서도 서로 감척하려는 분위기도 일부 감지된다. 대형트롤어업은 5척을 감척하려 했으나 폐업보상금이 당사자들 기대에 못 미친다며 감척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
최근 발생하는 수산업계의 어려움은 단지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이다. 아니, 전 지구적인 문제임을 부정할 수 없다. 며칠 전 어느 자리에서 모 대학 교수께서 한 말이 지금도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수산업계의 어려움과 위기 상황이 언제부터였을까 하고 자료를 찾아보니 이미 30여 년 전부터 이런 문제를 이야기해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30년 전부터 제기된 문제를 우리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지금도 또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산 선진국 노르웨이도 과거 지금 우리 상황과 비슷한 시련의 시기가 있었다. 자원은 줄고, 어업인 소득은 늘지 않고, 어업 경쟁은 치열해지며, 전체적 업계가 도산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정부와 어업인들은 과감한 결단을 한다. 다름 아닌 대대적인 감척과 자율적 규제 강화와 위생 강화와 안전정책 도입이었다. 우리나라는 1992년 한일어업협정 당시 대대적인 감척을 했다. 인근 국가 간 어장 분쟁을 피하고 자원량에 적합한 어획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어느 정도 감척한다고 했지만, 이후 20년 가까이 흐르면서 근해업계가 다시 위기에 처한 것이다.
어획 강도는 높아지고, 경비는 증가하지만, 어선에 승선하고 종사하는 어선원 수와 이를 판매하는 어시장 주변은 별로 변한 게 없다. 현실에 안주했다기보다는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부산시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책임의식과 해결의 책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 있는 업계가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개선을 위한 스스로의 노력에 적극적이지 않다면, 지방정부나 중앙정부 입장에서 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에 대해 과연 얼마나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15년 전쯤 노르웨이 연어연구소를 방문했다. 지금이야 세계 최고 연어 생산국이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많은 양의 연어를 소비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때였다. 수많은 연구원 중 심리학을 전공한 박사가 있었다. 그 박사는 양식어업인과 정부 간에 가교 역할을 했다. 정책에 대한 수용 여부 및 이에 대응하는 심리상태까지 조율하면서 연착륙을 유도했다. 또한 어업인들은 정부 정책에 호응하며 잘 받아들이고 있었다. 우리가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성숙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신뢰하고 있었다.
부산시는 지난해 ‘수산업혁신발전전략 2030 계획’을 수립·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다양한 미래 대비 정책이 포함돼 있다. 근해어선단 현대화, 1인 기업 위주 수산업을 기업 간 인수·합병 등을 통한 규모화,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게 포획 채취 방법의 스마트화 등이 제시돼 있다.
이제는 내가 아닌 우리를 생각해야 할 때다. 개인이나 업계 의견과 생각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부산 수산업의 위기 극복방안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업계가 한목소리를 내야 하고, 같이 뜻을 모으고 책임의식을 가질 때만이 위기가 극복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부산시 수산정책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