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하여 정부가 드디어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했다. 중국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으며, 급기야 이 신종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이른바 국가적 위기이고 재난 상황이다. 청와대는 최종 콘트롤타워를 자청하며 범정부적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며, 언론도 연일 이와 관련된 수많은 뉴스와 정보를 쏟아 내고 있다.
정부, 지자체, 의료계, 언론계 및 전 국민이 힘을 합하여 극복해야 할 시점이다. 생존이 위협받는 위기적 환경에서 우리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이 과정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번에도 초기에 해프닝이 있었다. 지난 6일 부산도시철도 3호선 열차 내에서 한 청년이 우한에서 왔다며 바이러스 감염자를 사칭하며 소란을 피웠다. 법적 처벌까지 받을 것으로 예상이 되지만, 정작 본인은 “유튜브에서 유명해지고 싶어 그랬다”고 엉뚱한 범행 동기를 털어놓았다.
위기 상황에서 확인되지 않은 온갖 정보가 떠돌아다니기 마련이다. 그래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위기 커뮤니케이션 관리에서 핵심이다. 최근 몇 년 우리는 몇 차례 재난적 상황을 경험하면서 대응 능력을 키워왔다. 이번 상황에서 정부 당국이 감염 경로와 장소 등을 투명히 공개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누구나 손에 지닌 휴대전화의 SNS와 메신저 앱을 통해 거짓 허위 정보가 무차별하게 유포될 수 있다.
그냥 유명해지고 싶어 그랬다고 하면 다행이지만, 정치적 또는 특정한 의도를 지닌 세력이 관여하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공동체 내의 정확하고 신뢰할 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는 사회적 제도로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부 종교 지도자라는 사람이 “코로나19 확산은 신의 심판”이라고도 한다. 그들의 종교적 신념이야 뭐라 할 입장은 아니지만, 언론이 이렇게 과학적인 근거도 없는 내용을 단신 뉴스라는 형식으로 보도하는 게 과연 적절한지 의문스럽다.
언어학자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언어가 우리의 사고를 규정하고 심지어 지배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이슈임에 틀림없다. 이 때문에 언론은 시민의 공포심을 부추기는 용어 사용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우한폐렴 공포 때문에 서울이 유령도시로 변했다’는 식의 한 중앙 일간지의 보도가 한국기자협회의 재난보도준칙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참고로 재난보도준칙에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확하고 신속하게 재난 정보를 제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도 언론의 기본 사명 중 하나이다. 언론의 재난보도에는 방재와 복구 기능도 있음을 유념해 피해의 확산을 방지하고 피해자와 피해지역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능해야 한다”라고 적혀 있다.
특히 대구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중앙 언론들이 ‘대구발 코로나19 확산’ ‘대구 페렴’ ‘TK 코로나’로 이 사태를 규정하는 것을 보고는 그야말로 절망감이 들었다.
오히려 지역언론이 사실적 정보 전달에 치중하면서 충실하게 보도에 임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21일 경남에 확진자가 나오자마자 바로 코로나19 대응보도체제로 전환하여, 신속 정확하게 정보를 전하고 막연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과잉 보도 자제 및 용어 사용에도 각별히 주의를 기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신문도 부산지역 상황에 따라 시 당국과의 협조 아래 충실하면서도 차분한 보도를 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지역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지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 내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혐오를 부추기는 거짓 정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재난보도의 전형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동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