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산 김정한의 ‘모래톱 이야기’(1966년)는 소외계층이 겪는 삶의 애절함을 그린 단편소설이다. 낙동강 하구의 가난한 섬마을 ‘조마이섬’이 주무대다. 이곳은 가상의 섬이나, 모델이 된 섬은 충분히 짐작된다. 작품에 적힌 실재 지명을 통해서다. 그 지명은 바로 명지(鳴旨)다. 소설 주인공인 교사가 자기 반의 나룻배 통학생 건우의 집이 있는 조마이섬으로 가정방문을 갈 때 나온다. 둘이 하단나루에서 배를 타고 명지에서 내린 뒤 반시간 넘게 갈대밭을 걸어 들어갔다는 대목이다.
명지는 낙동강 하구 삼각주 남단의 ‘명지도’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옛날에는 소금 생산지로 이름을 날렸다. 조선 시대와 일제강점기에 이어 1950년대까지도 염전(鹽田)지대였다. 연간 생산량은 60kg짜리로 10만 가마에 이르렀다. 그래서 영남사람치고 명지소금을 먹지 않는 사람이 없을 거라는 말도 회자됐다. 최해군의 ‘부산이야기 62마당’(2009년)을 보면, 당시 명지염전에 전국 각지 소금장수들이 몰려들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건장한 남성이었다. 이렇다 보니 명지에는 자연스럽게 팔도 장사들의 씨름판이 벌어졌다. 온통 모래톱인 섬이니 씨름장소는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었다.
이곳 염전은 1960년대까지 명맥을 잇다가 경제성 악화로 중단되었다. 명지의 대파밭도 한때 전국 최대 생산지로 명성이 높았지만, 1990년대 이후 개발 열풍 속에 크게 위축되고 말았다. 그 시절만 해도 명지를 비롯한 강서구 지역은 중·장년층이나 노년층의 자연마을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요즈음 명지는 젊은 도시로 확 바뀌었다. 최근 10년(2009~2018년)간 부산시내 인구이동 분석에서 1985년생을 가장 많이 흡수한 곳으로 나타났다. 다른 시·도에서 들어온 비율도 높다. 상전벽해가 된 명지의 신도시 아파트단지에 젊은 부부층이 많이 거주하는 까닭이다. 그러니 강서구 인구(13만298명) 중 명지동만 7만3448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강서구 합계출산율이 1.92명으로 급증하며 전국 최상위권인 것도 같은 요인이다.
이런 현상은 역시 일자리·거주·교육의 3대 요소가 작용한 덕이지 싶다. 강서의 녹산·신호산단, 부산신항 등에 일자리가 많은 데다 주거비도 비교적 저렴해서다. 아이들 증가로 교육 인프라까지 연쇄적으로 강화되는 모양새다. 게다가 인근의 에코델타시티 조성 등으로 명지와 강서 인구는 갈수록 늘어날 게 뻔하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부산의 다른 지역에도 청년층 유입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