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의 최대 분량은 200자 원고지 6장까지다. 많은 양을 취재해도 담을 수 있는 지면은 제한적이다. 지난 6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형 일자리 상생협약 체결식’ 취재 때도 마찬가지. 문재인 대통령 등 중요 참석자의 발언 위주로 써야 했다.
이날 부산의 신문·방송을 대표해 행사장에 들어갔다. 일명 ‘풀기자’. 참석 인원은 제한적인데 모든 취재진을 입장시킬 수 없으니 풀기자가 중요 발언 등을 취재해 모든 언론에 공유하는 임무를 맡았다. 참석자가 마스크를 썼는지, 오거돈 부산시장의 발언에 박수가 얼마나 나왔는지 분위기도 구체적으로 전해야 했다. 38분 행사 동안 34.1매 원고지가 금세 가득 채워졌다. 놓친 부분은 없을까. 속기록을 보니 ‘부산사회연대기금’이 보였다. 경성대 김종한 교수가 연단에 서서 광주와 밀양 등 6개 시·도의 상생형 일자리와 부산형 일자리의 차이점을 설명하며 “원·하청 상생이 부산형의 핵심이다. 하청 노동자는 원청의 80% 임금을 받는다. 공동연구개발기금과 ‘부산사회연대기금’ 연계해 재원 마련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연대기금은 정부나 지자체가 아니라 민간이 조성한 국내 첫 기금이다. BNK 부산은행 노사가 자발적으로 10억 원을 출연했다. 지난해 12월 기금을 운용할 재단법인도 발족했다. 부산은행 노사는 매월 5 대 5 비율로 모은 1억 원을 추가 적립한다. 특정 이익을 노릴 목적이 아니다. 경제 소외계층 지원과 일자리 창출 같은 부산의 사회적 가치 향상에 기금이 쓰인다. 시가 이날 내놓은 부산형 일자리 자료에는 수사가 많았다. ‘노·사·민·정의 각고 노력 끝에’ ‘동반성장 기술상생 모델 구현’ ‘르노삼성차 투자 이래 부산 최대 규모 투자’…. 핵심은 ㈜코렌스 EM이 부산 강서구 9만 평에 7600억 원을 투자해 4300명의 고용을 창출한다는 거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 걱정거리는 예산이다. 코렌스 투자 외 정부의 투자보조금 한도 상향, 시의 지방세 감면이 있다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김 교수의 말대로 부산연대기금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할지 궁금해진다. 은행 노사뿐 아니라 기금 조성에 기여하고 싶은 시민과 단체, 기업 등 어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하니 기금 규모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이런 ‘사회금융’은 다른 곳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다. 부산연대기금 참여가 부산의 가치를 키우는 상생모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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