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버른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매년 선정하는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에서 2011년부터 7년 연속 1위를 차지할 만큼 쾌적하기로 유명하다. 그런 멜버른은 트램의 도시이기도 하다. 시내 중심가와 주변을 가로세로 누비는 트램을 보고 ‘부산에도 있었다는 전차가 저런 것인가’ 생각한 적이 있다. 티켓 검사는 승무원이 가끔 할 뿐 대부분 승객 양심에 맡긴다.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캐나다의 캘거리와 토론토, 일본의 오사카에도 트램이 달린다. 마침 이들 도시가 멜버른과 함께 살기 좋은 도시 톱 10에 꼽힌 건 단지 우연일까.
트램은 우리말로 노면전차다. 일제강점기인 1899년 서울에 최초 도입됐고 부산에는 1915년에 가설됐다. 처음엔 충돌이나 탈선 사고가 잦았다. 신기한 문물을 접한 노인들이 선로로 그냥 걸어 들어가는 바람에 변을 당하기도 하고, 급정거나 급발진 때문에 사람이 떨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서울 시내를 70년간 달리던 전차는 1969년, 부산에선 1968년 운행을 멈췄다. 서구 서대신동에서 동래구 온천장까지 1호선과 서대신동에서 영도까지 2호선의 흔적은 구덕운동장 농심호텔 남항사거리에 각각 서 있는 종점 상징물이나 표지석 그리고 동아대 부민캠퍼스에 전시된 차량 실물로 희미하게 더듬을 수 있을 뿐이다.
부산 남구에서 4월 총선을 앞두고 때아닌 트램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경성대~이기대 5.15㎞ 구간에 ‘오륙도선’을 유치했다며 현역 국회의원이 치적으로 내세우자, 다른 당의 경쟁 후보들이 무용론으로 맞서면서다. 안 그대로 혼잡한 지역에 도로가 절반이나 잠식되면 교통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자동차도 함께 다니는 공용노선이 있고 수송 인원이 워낙 많아 교통량을 오히려 흡수할 것이라는 의원 측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언제부턴가 국내에서도 트램을 유치하기 위한 지자체 간 경쟁이 뜨거워졌다. 서울 인천 대전 성남 수원 등 희망하는 지역만 수십 곳이다. ‘오륙도선’은 정부 공모사업에서 그 경쟁을 뚫은 성과다. 세계 주요 도시에서 한때 사라져가던 트램이 부활하는 추세다. 매연이나 소음이 없는 친환경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유럽이나 북미에 비해 도로 폭이 좁고 울퉁불퉁한 곡선형인데다 교통량까지 많은 우리 사정 탓에 과연 적절한 교통수단인지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20세기에 사라졌던 19세기 문물이 21세기에 다시 태어나 도시의 얼굴을 바꿀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