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근무 중 잠깐씩 짬이 날 때마다 KF94나 KF80 마스크를 온라인 쇼핑몰에서 검색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터진 이후 생긴 습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기사가 나오기 시작할 무렵 주문했던 마스크는 대부분 잘 배송됐지만 어제오늘 이틀간 3건이나 주문을 취소했다. 결제 완료 후 배송절차를 전혀 진행하지 않는 판매자를 믿을 수 없어서다.
#2. 한 달 전 잡힌 점심 약속이 있었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몸살감기가 심해 못 나오고 나머지 한 사람만 온다는 말을 듣고 약속을 아예 취소했다. 이번 사태가 좀 숙지근해지면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둘러댔다. 실례인 줄 알지만 불안했다.
#3.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서도 문자가 왔다. 자체적으로 열심히 소독하고 있으니 등원할 때 마스크 착용을 부탁한다는 내용이다.
한 장에 몇백 원하던 마스크가 장당 3000~6000원까지 가격이 심하게 올랐다. 아무리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다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보건위생에 관련된 제품을 가지고 폭리를 취하려는 몇몇 몰지각한 이의 행태는 진절머리가 난다.
그런 중에 한 마스크 제조업체는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 이후로도 마스크 가격을 1원도 올리지 않았다. 적어도 누군가의 불행을 양분 삼아 배를 불리지는 않겠다는 양심이 있는 처사다. 공급이 달리니 몇백 원 정도는 올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실제로 현재는 온라인에서 마스크를 사기 어려우므로 소비자도 양해할 듯하다. 그럼에도 그 업체는 가격 인상이 전혀 없었으며 앞으로도 이번 사태로 인한 가격 인상은 전혀 없을 것이라는 공지를 냈다.
6일 서울 성북구 동주민센터에 성인용과 아동용 마스크 100개가 배달됐다는 기사를 읽었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전염병에 노출되는 이웃이 안타까워 기부를 결심했다며, 한 번에 500개를 구하기 어려워 100개씩 보내겠다는 약속도 함께였다. 자신이나 가족이 쓸 마스크도 구하기 어려워 전전긍긍인데 힘들게 구해 이웃에게 기부하는 이웃도 있다.
모두 힘들 때 서로에 대한 신뢰마저 잃으면 우리에게 남는 게 무엇일까. 힘들 때 그 사람의 진가가 드러난다는 식상한 말을 곱씹는 요즘이다.
독자여론팀장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