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부산시를 국제관광도시로 선정했다. 앞으로 5년간 1500억 원대의 관광부문 투자가 가능하게 됐다. 부산시는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유치는 물론 매년 1만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부산시는 또 지난 연말 7조755억 원의 국비를 확보했다고 자랑했다.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하니 칭찬받을 만하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동남권 신공항도 유치하겠다는 각오다.
한편으로는 찜찜한 구석도 있다. 국제관광도시부터 신공항까지 모두가 중앙정부로부터 ‘확보’ ‘유치’ ‘선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철저한 ‘갑’ ‘을’ 관계 아닌가. ‘갑’이 제시한 조건에 맞아야 ‘을’이 선정되는 구조다. ‘을’이 스스로 필요한 조건을 만들 수가 없으니 제한된 창의성만 허용될 뿐이다.
부산에 관한 뉴스를 검색해 보면 부정적인 것이 태반이다. 제조업 불황과 신산업 부재로 ‘젊은이가 떠나는 도시’라는 키워드가 자주 눈에 들어온다. 당연히 인구도 감소세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부산 인구는 30년이 지난 2047년에는 현재보다 74만 명 줄어든 268만 명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지난해 1~11월 부산 출생아는 전년 대비 11.3% 급감한 1만5844명에 그쳤다. 출생아 감소율은 8대 특별·광역시 중 가장 컸다. 전국 17개 시·도 기준으로도 충북(-12.1%)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감소율을 기록했다. 인구가 줄면 부동산 가치의 하락과 상권 붕괴에 노동력 부족 현상으로 이어져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전무하다. 우리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우리 고유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어야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는 지역민의 삶의 터전인 부산의 미래를 창의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권한과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국가시스템이 중앙정부의 결단이나 시혜가 없으면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지방도시들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중앙정부가 내거는 공모사업에 선정되거나 국비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서울을 부지런히 오르내리는 지방직 공무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을 보면 눈물겨울 정도이다.
과연 중앙정부의 ‘시혜’와 ‘결단’으로 지방을 살릴 수 있을까. 일본의 예를 보면 그 답은 부정적이다. 아베 정부는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지방창생(地方蒼生)’이라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쏟아냈다. ‘지방창생’을 총괄하는 내각부 특명담당대신(장관) 자리까지 설치해 7선의 중진의원을 임명을 할 정도로 힘을 실어줬다. 도쿄 일극(一極) 집중을 해소하기 위해 도쿄 소재 대학의 정원을 10년간 동결하고 자치단체에 막대한 교부금을 지급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방은 여전히 피폐해지는 반면 도쿄는 팽창 일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중앙정부는 지방을 시혜를 받는 대상으로 생각하면서 ‘지방이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자유를 허락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사람과 자본은 당연히 수도권으로 몰리게 되어있다. 그곳에는 필요한 모든 것이 부산보다 더 많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과 경쟁해 이기려면 서울에서 할 수 없는 조건이 부산에 갖추어져 있어야 가능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실리콘밸리는 신생기업의 메카로 유명하다. 스탠퍼드대학에서 배출하는 인재들이 최고의 기술을 개발하고 벤처기업과 연계하여 새로운 부를 창조하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요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대거 수백 ㎞나 떨어져 있는 오리건주나 아이다호주로 이동 중이다. 그 이유는 샌프란시스코지역의 주택가격과 물가가 급등하여 생활비를 감당하기 힘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간파한 다른 도시들은 실리콘밸리보다 훨씬 저렴하고 자연친화적인 정주환경을 조성해 기업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해 자유롭게 기업할 수 있는 조건을 정비한 것은 물론이다. 미국은 태생부터 주의 독립성이 강한 나라다 보니 주정부 공무원이 연방정부의 시혜만을 바라보고 부지런히 워싱턴행 비행기에 몸을 싣지 않는다.
부산이 해야 할 일은 자유와 독립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진정한 자유란 중앙정부가 주는 돈을 받고 마냥 기뻐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지방분권을 일구어 낼 때 비로소 누릴 수 있다. 분권과 독립성 확보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강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독립하지 못하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부산발전은 결코 기대하기 어렵다. ‘선정’과 ‘유치’ 그리고 ‘확보’는 우선은 달콤하기는 하나 영원한 ‘을’의 위치를 굳히는 길이기도 하다. 자유를 찾아 나서자.
동서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