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 추세다. 벌써 확진자가 1만4000명을 넘었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거라는 루머도 공포를 부추긴다.
지금까지의 인류사를 돌아볼 때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전염병은 흑사병(페스트)이다. 14세기 약 4년이라는 짧은 기간 유럽 인구의 3분의 1인 2000만 명 이상이 희생됐다. 공교롭게도 흑사병 역시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사스(SARS)·메르스(MERS)를 비롯해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 반복되면서 인류가 바이러스에 의해 종말을 맞이할 수 있다는 불안감 역시 커진다. 바이러스와 전염병이 ‘인간’이라는 단일 종의 문제인지, 대량멸종(mass extinction)의 전조로 봐야 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화석 기록을 보면 지질시대를 통해 다양한 동식물 종이 출현하고 멸종해왔다.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량멸종’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많은 종이 사라진 사건을 말한다. 현생누대(5억4100만 년) 동안 대규모 생물 멸종이 있었던 시기를 5대 대량멸종 시기라 한다. 그 시기는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말(4억4400만 년 전) ▷데본기 후기(3억7200만 년 전) ▷페름기 말(2억5220만 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약 2억 년 전) ▷백악기 말(6600만 년 전)로 나뉜다.
학자들은 대량멸종의 원인을 크게 지구 내적 원인에 의한 내인론과 지구 밖에 있다는 외인론으로 구분한다. 내인론의 근거는 해수면 변동과 기후 변화, 화산폭발이다. 외인론에는 태양의 여러 변화와 소행성·운석 충돌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시카고대학의 고생물학자 데이빗 라우프가 지적한 것처럼 수천 가지 멸종 중 어느 것도 멸종 원인을 확실히 설명할 수는 없다. 현재 얻을 수 있는 증거를 이용해 가장 합리적인 멸종 원인을 추정할 뿐이다.
규모가 가장 컸던 대량멸종은 페름기 말에 일어났다. 페름기 말에는 ▷과 (family) 수준에서 51% ▷속(genus) 수준에서 76% ▷종(species) 수준에서 96%의 생물이 사라졌다. 이 시기에 사라진 대표적 생물이 해백합과 산호·방추충이다. 당시 초대륙인 판게아가 형성되면서 지질학적으로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지구 전체의 기후와 환경 또한 크게 변했다. 당시 시베리아에서 발생했던 대규모 화산 폭발이 100만 년 동안 지속되면서 약 3억 ㎢의 용암과 온난화를 유발하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지구 온난화가 약 1000만 년 동안 지속되면서 해양 산성화와 산소 부족에 의해 대규모 멸종으로 이어졌다고 과학계는 추정한다.
지금까지의 대량멸종에서 세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첫째, 해양과 육상 양쪽 모두의 생물에 영향을 미쳤다. 둘째, 열대 해양생물들이 온대나 극지방 생물보다 더 큰 영향을 받았다. 셋째, 일부 동물 분류군들에서는 대량멸종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현재 지속되는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은 대량멸종과는 다소 거리가 있으며, 단지 인간이라는 특정 종에 대한 위협일 뿐으로 보인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가 경고하는 것처럼 현재 지구에서 6번째 대량멸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량멸종은 순식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지질학적으로 짧은 시간인 수십만 년에서 100만 년 이상의 기간에 발생해 우리가 현실적으로 느끼기 어렵다. 온실가스에 따른 기후 변화와 과도한 개발에 의한 생물 다양성 파괴 등이 6번째 대량멸종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미 이런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지난 50년간 지구의 동물 종 중에서 절반 정도가 자취를 감췄다. 특히 육상 포유동물 관련 데이터를 보면, 지난 세기 포유동물의 절반가량이 서식지의 80%를 뺏겼다. 앞으로 지구에 닥칠 6번째 대량멸종의 임계점은 해양에 추가되는 탄소량이 310기가t을 넘는 시점일 것으로 계산됐다. 이 시점은 대략 2100년이다. 더 늦기 전에 지구 환경과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더 관심을 기울일 때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